까맣게 잃어버린 나의 첫가을 산행-60Km 극복등행대회(팔공산). 1966년 가을. 팔공산 가산성. 이른 아침의 억새산행은 참 좋았던 기억이 있다. 대회 첫날 죽을 고생으로 칠곡 동명리 가산성의 그 오르막에서 참가 선수 80%가 뻗었던 기억이 있다. 젊은 청년들이라, 다음날 대회 2일째 이른 아침에는 상쾌하게 연한 갈색의 억새 속에 아침햇살과 함께 자연 그대로 수수하고 남루했다. 가난한 아이들의 꿈은 거창한 것 하나 없고, 오로지 자신의 軟弱함에 더 절박한 剛强을 원했다. 50중반 넘고 보니 柔 해보이고, 弱 해 보였던 사람들 앞에 얼마나 무도하고 무지한 인간으로 비취 보였을까? 하는 부끄러움에 견딜 수 없다. 包育하는 德이 없는 산사나이라는 게 참으로 사죄하고 후회하는 마음뿐이다. 그러나 그 가을바람에 내리는 빗방울이 모자 앞창에서 떨어지면 언제나 생각나는 내가 항상 고마워하고 미안해 하는 그 사람들과 안개속 갈나무 아래 뜨거운 커피를 다시한번 마시고 싶다. 형이 부대신문기자로 5월 영남 알프스 산행기 취재차 함께하여 이제 세월이 35-6년이 넘는다. 형의 柔弱에 날카로운 총명에 지혜가 있었음을 부러워 했던 기억도 있다. 항상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