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홍류폭 ~ 공룡능선

신불 공룡능선에 서면
파스텔톤의 그림 한 폭
겨울이 봄으로
봄이 여름으로 번지고 있다.

우리네 정이야
야생화 꽃
도시보담
이런 곳에서야 제 빛이 고운

작은 정성도 오래 간직하고픈가
종철이는 런닝에다 치근이는 셔츠에다
토마토 연두빛 물을 들였다.

2. 신불산 ~ 취서산 ~ 백운암 고개

신불능선하고 취서평원은
명당중의 명당
이 나라 제일의 풍광과 조망이
좌우 열 두폭으로 펼쳐 놓이고
내 젊은 날의 방황과 낭만이
아직 화석이 되지 못한 채 묻혀있는

반가움과 설레임
부끄러움과 회한이
바람과 햇살과 범벅이 되어
냇물처럼 흐르는
아지랑인 양 아른거리는

3. 백운암 ~ 지산리

산길은 옛 길이로되
산꾼은 옛 꾼이 아니로다.
손 잡고 스치는 청춘들이
그리 멀지 않은 기억 속에 있건만은

지산리 버스 종점 평상 위
황매화꽃 그늘 아래서
탁주 몇잔에다 소주 몇잔으로
쉬 눈물을 흘릴 수야 있나

술힘을 빌려
마술처럼 그 때의 낭만을 살려
뒤따라 다니며 내 허물을 덮어줄
선배들에게
후배들에게
차라리
차라리 호기를 부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