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하신분들 대단합니다. 저도 참석하려고 전날 부산에서 자고 아침에 차를 몰고 나왔다가 길이 하도 막혀 이러다간 울산도 못 가겠다 싶어 울산으로 방향을 돌렸습니다. 아무리 눈이 안 오는 동네라 하지만 참 심하게(?) 운전 못한다 싶을 정도로 기고 있어 요리조리 빠지며 씽씽 잘 갔는데 웅촌 고개가 막혔다고 통행금지 되어 있었습니다. 할 수 없이 부산까지 돌아 와서 고속도로 진입을 하여 통행권 받고 500m 쯤 갔나 얼씨구 주행선에서 앞에 가던 갤로퍼가 갑자기 330도쯤 돌더니 중앙분리대를 들이 받으며 추월선에 있는 제 차를 가로 막고 서는 것이었습니다. ABS가 Full로 작동하는 것을 느끼며 우측으로 피했는데 거리가 워낙 짧아 거의 속도가 죽은 상태에서 제 왼쪽 범퍼가 갤로퍼 운전석쪽 문짝 아래부터 옆구리를 죽- 훑으면서 상대 우측 뒷바퀴에 걸려 정지했습니다. 제차 피해는 범퍼 조금 찢어지고 안개등 렌즈 깨짐 정도인데 반해 갤로퍼는 문짝이 안 열릴 정도로 심하게 휘었습니다 (물론 모든 차는 측면이 약하지만 좀 심하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 갤로퍼 절대 안 튼튼합니다). 중간 과정 생략하고, 보험사 처리 결과는 상대방이 제 차 진로를 막은 것이기에 8만 6천 4백원을 제가 상대방에게서 받고, 제차는 보험 처리해서 순수한 제 돈은 10만원 정도 들었습니다 (상대는 100% 자기 부담했는데 100만원은 가볍게 넘었을 겁니다). 사고 나면 절대로 목소리 크게 내지 말고 현장 표시 및 안전 조치하고 나서 보험회사 연락하면 됩니다. 상대방 아저씨는 지가 잘한 줄로 알고 차를 바꾸느니, 입원해야 되느니 많이 오버했었는데 …… 처리 결과 통보 받고 난 후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4륜 구동에 대한 오해>
흔히 4륜 구동차가 ‘힘이 좋다’고들 하는데, 이는 완벽히 틀린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 같은 (엔진의) 동력을 2바퀴에 배분하느냐 4바퀴에 배분하느냐의 차이일 뿐입니다 (엔진이 크다면 별개 문제). 만일 오르막길이라면 차의 무게가 뒷바퀴에 많이 걸릴 것이고 이 경우 후륜구동차가 4륜 구동 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힘이 실리므로 치고 올라 가는 것은 더 났다고 말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힘이란?>
엔진의 능력은 마력과 토크로 표시합니다. 마력은 속도와 관계가 있고, 토크는 힘과 관계가 있습니다. 페라리 같은 경주용 자동차와 스카니아 같은 대형 트럭이 동일한 400마력 내외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걸 연상하시면 이해가 되겠지요. 물론 차체 중량이나 기어비 등의 변수도 있습니다. 각 단간의 변속비 간격이 넓은 차 (Long Gear)와 촘촘한 차(Short Gear)의 가속성도 차이가 납니다. 자연 흡기 상태라면 동일 배기량일 경우 디젤 엔진의 마력이나 토크가 가솔린에 훨씬 못 미치지만 CRDi, 터보차저, 인터쿨러 등의 적용으로 거의 근접한 수준까지 마력(=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연소 측면에서 VVT(가변 밸브 타이밍), GDi(가솔린 직접분사) 등 신기술은 보다 적은 연료로 더 많은 힘을 뽑아 내려는 것입니다. 즉, 연료만 많이 태워 주면 (=저단 기어로 액셀러레이터 페달만 많이 밟아주면) 현재 돌아 다니는 어떤 차든지 충분한 힘을 낼 수 있습니다.
<다시 4륜 구동으로 돌아 와서>
가장 기본적인 개념은 심하게 울퉁불퉁한 지형에서 4바퀴 중 어느 한쪽 바퀴가 공중에 뜨게 되는 상황을 상정하면 됩니다. 만일 전륜이던 후륜이던 2바퀴 굴림 차량이라면 구동바퀴 한 쪽이 공중에 떴을 경우 바퀴가 헛돌아 전진이 곤란하지만 4륜 구동은 나머지 바퀴로 쉽게 극복할 수 있게 됩니다. (4륜 구동이라도 프레임 바닥이 땅에 닿을 정도로 험악한 지형에 갇히면 동승자들이 내려서 차체를 아래 위로 흔들어 바퀴가 땅에 닿도록 해서 탈출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Part Time 4-Wheel Drive (아무 설명 없으면 대부분의 차가 이에 해당됨)는 평소에는 연료를 아끼기 위해 2륜으로 다니다가 필요시 4륜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옛날 차의 경우 운전자가 내려서 휠 허브를 조작하는 방식을 비롯, 2->4륜 전환은 운전석에서 레버 (혹은 버튼) 조작으로 쉽게 되지만 4->2륜 전환은 반드시 후진을 일정 거리 만큼 해 주어야 하는 것 등도 있습니다. 그래서 자기 차의 매뉴얼을 꼼꼼히 읽어 두어야 합니다.
다음으로 AWD(All Wheel Drive)가 있는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항상 4륜이 구동되고, 필요에 따라 전후륜 구동력을 자동으로 배분해 주는 것입니다. 차동기어가 좌우 바퀴의 회전력을 다르게 하는 것과 같이 앞뒤 차축간에 차동기어 장치가 하나 더 있다고 쉽게 생각하면 됩니다. 최근의 기술은 동력 배분을 각종 센서 및 전자제어에 의해 0(2륜구동)-100%(4륜구동)까지 할 수 있습니다. 승용차 중에는 Audi의 A6 Quatro가 유명합니다(얼음판 위에서 완벽하게 8자를 그리는 CF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덜 똑똑한 4륜 구동일 경우 ABS나 TCS 등 기본적인 보조 수단이 없으면 전륜 구동 승용차보다 나을 것이 하나도 없고 오히려 무게중심이 높기 때문에 조종성이 떨어지고 더 위험합니다.
<전륜구동과 후륜구동>
전륜구동이 동력축을 조향하기 때문에 후륜보다 눈길에서의 조종성이 뛰어납니다. 눈여겨 보시면 제일 많이 처박힌 차가 포터 및 스타렉스와 같은 후륜차임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갤로퍼 같은 조금 덜 똑똑한 4륜 구동이 다음으로 많이 처 박힙니다. 그 다음 순서는 ABS 없는 차가 되겠지요 - 주로 택시(다른 회사 차종은 미루어 짐작해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미시령이나 한계령 같은 곳의 교통 통제시 꼭 대형차량이 해당되는 이유가 후륜구동이기 때문입니다. 단 앞뒤 무게 배분이 좋기 때문에 아주 고급 승용차는 후륜구동입니다 (단, 많은 센서 및 전자제어 장치가 추가되어 운전자가 대충 해도 차가 많이 커버해 줍니다).
<ABS; Anti-lock Brake System>
ABS는 이제 필수품(?)입니다. 아직 없으시면 이번 기회에 차를 새로 장만하시는 것도……^^;
흔히들 브레이크를 나누어 밟으라고 하는데 바퀴가 잠기는 것(lock)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바퀴가 잠기면 조향이 안 되니까 어-어- 하면서 박게 되는 것입니다. ABS가 있는 차는 Full Braking 상태에서도 스티어링 휠(=핸들)을 조작하여 빠져 나올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4바퀴가 서로 다른 마찰 조건에 있을 때 적절히 제동력을 배분해 주어 차가 Spin하지 않게 해 줍니다. 단, 4바퀴가 모두 동일한 조건(빙판)에 있는 상황은 서로 비교가 안 되니까 효과가 떨어지지만 100% 완벽하게 같은 조건은 거의 있을 수 없으므로 그냥 넘어갑니다. 그 다음은 조금 복잡해 지는데 일단 용어의 뜻을 보면 대충 이해가 되리라 봅니다.
EBD (Electronic Brake force Distribution): ABS SYSTEM을 이용, 후륜의 BRAKE 액압을 전자적으로 제어함으로써 제동거리를 단축하기 위한 장치.
EBS (Electronic Brake Systems)
TCS (Traction Control System): 차량의 출발, 가속, 등판시 ABS SENSOR가 TIRE의 SLIP상태를 감지, ENGINE TORQUE 저감 및 BRAKE가 WHEEL회전을 자동 제어함으로써 차량의 주행성능을 향상시키는 장치. 한 쪽 바퀴의 헛돔을 차단해 주는 LSD(Limited Slip Differential; 차동제한장치)의 기능이 진보된 형태.
VDC (Vehicle Dynamics Control), ESP(Electronic Stability Program): 차량의 WHEEL 속도, YAW MOMENT, STEERING WHEEL 각도, PEDAL 답력(TRAVEL)등을 감지하여 각 바퀴의 제동력을 최적 제어함으로써 차량의 주행 안정성을 확보하는 장치.
PBA (Panic Brake Assist): 긴급 제동 상황 시 BRAKE 압력을 자동적으로 증가 시켜 운전자를 보조하는 차량 안전 장치
BAS (Brake Assist System)
EHB (Electro Hydraulic Brake system): PEDAL SIMULATOR로 부터 운전자의 제동의지, 각 종 SENSOR로부터 차량, 노면 상태 등을 감지 하여 종합적 차량 제어
ACC (Adaptive Cruise Control)
UCC(Unified Chassis Control system): BRAKE(ABS/TCS/ESP), STEERING(EPS), SUSPENSION(ECS)을 통합제어하여 차량 주행 및 제동중 승차감, 조향 성능 및 안전성 향상
… 등등이 있는데 http://www.hyundai-motor.com에 들어가서 서비스->사이버정비교실->자동차 구조학에 가면 자료가 많이 있습니다. 대략 쏘나타(NF) 이상 되면 거의 표준이고 일부 옵션으로 선택가능하도 아반떼 XD 정도 되어도많은 부분이 적용됩니다.
<타이어, 체인 기타>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부산/울산에서는 4계절용 타이어(타이어 옆에 보면 눈모양=백설표 있음)로 충분합니다. 아래는 세계적으로 눈이 제일 많이 내리는 지역 중 한 곳인 유타에서 돌아 다닐 때 경험적으로 체득한 것입니다.
* 10-20mm 정도 쌓이고 신발 바닥 무늬가 선명히 찍힐 정도 - 4계절 타이어로 충분 (powder snow는 거의 모래와 비슷한 주행을 할 수 있습니다)
* 약간 얼기 시작했지만 꾹 밟으면 발자국이 남을 정도 – 스노우 타이어
(스노우 타이어는 저온에서도 고무가 딱딱해 지지 않는 특성이 있습니다)
* 발자국이 안 남지만 차 바퀴 자국은 남을 정도 – 체인
* 차바퀴 자국도 안 남는다(=얼어 붙었다) 또는 바퀴의 1/3 이상 높이까지 쌓였다– 운행 중지. 금속제 체인 쓰면 어거지로 갈 수는 있지만 옆으로 미끄러지는데는 쥐약입니다.
그리고 다 아시겠지만 40km/k 이하의 속도로 평소보다 2배 이상 안전거리를 유지하면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도 충분히 조작 가능합니다. 대개 브레이크를 밟아서 미끄러집니다. 앞 차의 타이어 자국을 따라 가야 되고 차선 변경은 초 슬로우로 – 보일 듯 말 듯 – 해야 합니다. 조금만 급한 각도로 차선 변경하다가는 핑 돕니다.
<여담>
싼타페가 미국에 많이 팔리는 이유 중 하나가 AWD(상시4륜) 방식으로 눈길에 강하기 때문입니다. 평소에는 승용차를 타고 다니다가 눈길 등 도로 조건이 안 좋을 때 대체 차량으로 몰고 나가는 것입니다 (물론 전부 다는 아닙니다). 기존의 SUV, RV, MPV 등 Jeep 형태의 4륜 구동 차는 많지만 싼타페의 경우 이런 차와는 달리 승용차와 같은 개념으로 만들어 졌습니다. 즉 프레임이 있느냐 (RV) 모노코크 바디(승용)로 만들어졌느냐의 차이인데 Off Load용이 아니라면 무겁고, 실내 공간 좁아지고, 연료 많이 들어 가는 프레임 구조를 굳이 가질 필요가 없기에 실용성을 중시하는 미국인의 취향에 맞아 떨어진 것입니다. 국내에서도 제대로 싼타페를 즐기려면 4륜 구동이라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연료비 차이는 대략 5% 정도 납니다. 우리나라 세법 때문에 평생 쓰지도 않는 3열 시트를 달고 다니는 싼타페 2륜보다는 투싼 4륜을 타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요.
부산하고도 금정산에서 그렇게 눈이 많이 온 경우는 난생 처음이었습니다.
마치 동계 설악산 한 가운데 있는것 같았습니다.
4륜구동차를 너무 과신하여 체인도 안 차고 겁없이 올라 가다가 낭패를 볼 뻔 했습니다. 대책없이 미끄러질 때는 정말 아찔 했습니다.
종철형의 도움으로 큰 사고가 안 났던 것이 다행입니다.
우여곡절끝에 폭설을 뚫고 동문에 당도하니 선배님들이 추위에 떨며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는데, 시산제에 쓸 제물 때문이었습니다.
이렇게 정성을 들여서 젯상을 차리고 제문을 읽고 눈밭에 엎드려 큰절까지 하였으니 산신할미도 감복하였을겁니다.
다시 한번 올 한해 회원님 모두의 건강과 안녕을 빌며 무사히 안전하게
산행 잘 할 수 있도록 엎드려 비옵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