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이네 농장

초행길이라 걱정했는데 주인이 마중을 나오고 일행들도 모두 모였다. 승용차 넉 대가 줄줄이 도심을 벗어나자 바로 으슥한 산길로 접어들고 곳곳에 묘지들, 눈발까지 휘날렸다. 얘들은 좋아라 기대가 가득하다. '저 눈이 계속 내려준다면 수북히 쌓인 눈-그 눈으로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할 수 있을 테지 히히' 덜컹거리며 한참을 오르다 보니 드디어 어둠 속에 집이 나타나고 웅성거림 속에 서로 인사를 나눈다. 김태원선배님가족, 김치근선배님, 만교네 가족, 우리 가족{종철이네}, 흥국이네도 가족들이 모두 와 있었다. 집안으로 들어서니 장작으로 지핀 온기로 가득하고 늦은 저녁을 준비한다. 남자들은 닭을 잡고 여자들은 물 끓이고 마늘 까고... 늘 도시 속에 살던 저 남자들이 어떻게 닭모가지를 비틀어 죽은 짐승으로 만드는지 사뭇 궁금했다. 뜨끈뜨끈한 방에 둘러앉아 흥국이가 직접 담근 막걸리로 목을 축이며 닭고기도 먹고 닭죽도 먹고 정담도 나누었다. 덜 뽑힌 털들이 잔혹했던 순간들을 연상시켰지만 그래도 너무 맛이 좋아....
장닭 울음소리가 아침을 알린다. 늦게까지 안 자고 있던 남자들도 벌써 일어나 아침 산행을 나서고 여자들은 아침 준비를 한다. 흥국이가 직접 만든 오븐에 구워 낼 빵과 과자를 만들었다. 못 쓰게 된 보일러를 개조하여 만든 신기한 오븐기에 장작불로 빵을 구워 내어 버터를 척척 발라먹는 그 맛이란... 식사후 밥값 하느라 남자들은 땔감을 장만하고 여자들은 점심으로 먹을 피자재료를 준비해서 다시 그 오븐에 피자를 구워 내었다 말끔히 정리된 마당 한 쪽에서 즉석에서 구워 낸 피자를 먹는데 그 맛은 아침에 먹어 낸 그 빵의 맛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다음은 장작패기 경연 대회. 보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도끼로 성인 남자들 몸통 만한 통나무를 내리치는데 한 방에 쫙쫙 갈라지니 그 모양과 소리가 참으로 후련했다. 등산으로 단련된 몸들이라 그런지 모두들 익숙하게 해 내었다.
아침부터 내내 뿌옇게 내린 안개는 걷힐 줄을 모르고 여기가 마치 현실세계가 아닌 듯 하다. 정리를 마치고 떠나야 할 시간이 되니 똘똘한 솔이와 예쁜 진리(흥국씨의 두 딸)가 조금 안쓰러웠다. 저 도시로 돌아가야 하는 우리가 더 안쓰러운가? 어찌되었던 흥국씨 잘 놀다 갑니다. 여기 와서 좋은 경험 많이 하고 맛 있는 것 많이 먹고 갑니다. 다음에 또 놀러와도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