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4일 (금)

『자살로 비운의 생을 마감한 반 고흐에게 네들랜드의 모든 꽃을 바친다.』

10월 1일 한갑수 농특위원장의 유럽 COPA 방문 (조시형 과장. 힐튼호텔 )
10월 2일 한국 대사관저(일만평 전대통령 때 매입)에서의 리셉션 행사
(농산물유통공사 유럽 전시관 윤 관장 고교 선배)
10월 3일 프랑스에서의 상호금융연수팀과의 만남
(파리 노보텔. 아그리골 크레디트 방문. 노재영 실장, 정종철차장, 정연태 차장, 조합장
수명 파리 『서울식당』에서의 중식)
프랑스와 벨기에의 국경표시는 50미터 탑 조형물 만 남아 있고 국경수비대 건물은 폐쇄.
국경이 없는 지구를 실감케 하고 이순자여사도 한눈에 반했다는 『브뤼셀의 창』을 통해
브뤼셀에 도착.
분주한 시간 속에서도 설레임으로 첫 유럽 체험을 준비했다. 08시 46분 유레일 패스를 사용개시
하고 암스텔담으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채 이슬도 깨지 않은 초원 위로 햇살이 부서진다.
때 이른 시간인데도 가축들은 풀을 뜯는다. 가을의 문턱을 훨씬 지났나 보다.
멀리 단풍이 물들어 가는 소리가 들린다. 뭉게구름은 하늘 높다. 현대식 건물이 즐비한 로테르담에서
내렸다 실수였다. 처음부터 신경을 쓴다고 쓴 게 그만. 다시 암스텔담으로 가는 기차를 탄다.
2층으로 된 열차다. 암스텔담에 도착, 코펜하겐행 야간열차를 예약을 하고 라커에 짐을 맡겼다.
2.5불이라니. 운하의 도시답게 거미줄처럼 엮여 있는 운하와 물의 도시. 1940년 나찌의 침공을 이후
살벌한 감시를 피해 이중구조의 은둔처에서 생활하던 13세 어린 소녀 안네의 가족을 떠올린다.
워털루 광장의 벼룩시장에는 없는 것이 없을 정도다. 등산용 중고 비브람을 보니 어찌나 우스운지.
전세계 꽃시장의 60%를 차지하는 알스미어 생화시장은 축구장 125개 크기라는데 11시에 문을 닫기
때문에 아쉽지만 다음으로 미루고

10월 5일 (토)

『구두수선공의 아들로 태어나 스스로 “내 인생은 한편의 아름다운 동화다”라고 말한 안데르센 의 고향에서』

도둑 맞을까 봐 선반에 짐을 꽁꽁 묶었다. 밤열차에서 스리랑카 요리사 친구(오슬로 거주)들과
컴파트에서 첫밤을보내고 .오덴세 역에 내렸다. 안데르센 생가를 먼저 둘러 보려고. 소변은 무료, 대변은 20크로네. 일러 환전을 하지 못했다. 친절한 할머니께서 20크로네를 건넨다. 고맙습니다, 천수를
누리소서. 안데르센 할아버지의 『미운 오리새끼』가 그려진 엽서를 사서 조카들에게 나의 첫 안부를 전한다. 크로네로 환전을 하고 라커 개폐여부를 확인 한 후 짐을 넣었다. 주말이라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칼스버그 맥주공장에서 무료 맥주 한잔하고 안데르센이 방세를 내지 못하고 전전하던 뉘하운 항구를 걷는다. 이슬비 속에 앉아 있는 80센티미터의 우수에 젖은 인어공주 동상. 티볼리는 공사중.
역 지하 샤워실에서 간단한 샤워는 피로를 푸누나...
이게 어찌된 영문이야. 말뫼까지 왔는데 스톡홀름이나 오슬로 가는 야간열차가 연결이 되지 않는다니..
늦어 환전도 할 수 없고 할 수없이 비씨카드로 800SEK를 인출하고 제일 싼 호텔이라고 일러준 IBIS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건너 오아시스 호텔 바에서 요란한 음악소리와 왁짜지껄한 대화속에서
맥주한잔으로 오늘의 피로를 푼다.


10월 6일 (일)

『스톡홀름으로 가는길』

울창한 침엽수림. 숲의 향연이 동공을 메운다. 다사로운 햇살은 창을 두드린다. 피곤하지만
너희들을 가슴에 안고 달린다. 싱그러운 단풍의 잔치... 뭐가 이토록 아름답게 했을까. 호숫가에 앉아
도라도란거리는 예쁜 집 들.. 완전히 겨울날씨다. 목도리를 둘러도 체감온도는 영하를 가리킨다.
바람은 옷 속을 후빈다.
손이 시리고 사진도 겨우... 저녁은 간단히 맥도널드에서 때우고 숙소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4인도미토리. 8천미터급 히말라야를 등반을 했다는 영국 친구들과 한방. 키루나 지방의 백야와
오로라를 보여 준다. 2주동안의 휴가라나.... 조카들에게 편지를 쓰다 잠이 든다. 그럼 안녕

10월 7 일 (월)

『조각가 비겔란에게 323만 평방미터의 부지를 주어 꾸민 조각공원 플롱네르. 그러나 정작 자신은
공원 완성을 1년 앞두고 숨을 거두었다니... 인생이 이럴진대야....』

자명종 소리에 잠을 깬다. 영국친구들은 꿈나라를 헤메는 지 인사도 못하고 나선다. 눈발이
히끗히끗. 오슬로로 가는길. 서리는 하얗게 빽빽히 들어선 침엽수림을 덮고 깊은 시름에 잠겼다.
한폭의 그림이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순 없다. 강인지 바다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큰 호수들의 행렬.
국립미술관은 자기나라 화가들의 그림관람은 무료. 죽음과 질병에 관한 작품을 많이 남기고 떠난
뭉크는 비겔란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북반구의 해는 저무는데. 유럽의 기차에는 개도 싣고 자전거도 싣고 사람도 싣고 다싣네....

10월 8일 (화)

『이 아름다운 피요르드의 모든 풍경을 당신에게 보냅니다.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지구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길이 없다. 알고 싶지도 않다.
베르겐! 한 때 노르웨이 수도로 발빠르게 발전하던 도시. 험준한 지형 탓에 활용 가능한 땅이 부족해 목조건물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시가지. 코끝을 스치는 바다 내음은 바이킹의 옛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1980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플뢰옌산... 음악가 크리크의
선율이 들리는 듯하다. 피오르드는 말로 형언하기 힘들 만큼 아름다운 광경. 유람선은 춥다, 그러나
저토록 간직한 아름다움을 못내 아쉬워 하는 발길은 추위를 느끼지 못하게 한다. 유람선에서는
우리나라말로 안내방송이 흘러 나온다. 먼 곳에서 고생하구나. 한국어야... 노르웨이에서 가장 작은 우체국, 40명 만 앉을 수 있는 교회예배당, 피오르드에서 가장 큰 마을,
사랑하는 사람아 ! 샌푸란시스코에서 왔다는 금술 좋은 중년부부를 보며 느낌니다. 저녁은 140크로네 짜리 케밥으로...






10월 10일 (수)

『뢰머광장에서 오른손에 검, 왼손에는 저울을 들고 있는 정의의 여신 유스티티아!
대성당 방명록에 세계의 평화와 당신과 사랑하는 두 딸을 만나는 그 날을 기다린다고 적는다』

말뫼에서 페리를 타고 베를린으로 들어 갈려고 했는데 57유로... 너무 비싸다. 쾰른으로 가는
밤열차를 타기로 맘먹었다. 북유럽은 왠지 불편했다. 환전도 그렇고... 그에 비하면 독일은 낯설지 않다.
열차가 가다가 분리되는 통에 엉뚱하게 쾰른에 도착한 사람도 있었다. 우낀다 우껴...
19세기 까지 독일에서 가장 큰 영화를 누렸던 쾰른! 이른 새벽녘인데도 역은 종종걸음으로 초만원이다. 신문 가판대에는 오늘 달라이 라마가 프랑크푸르트를 방문했다는데 어찌 이리 조용한고....
암스텔담에서 가방과 지갑을 몽땅 잃어 버렸다는 홍콩거주 한인 사업가를 만났는데 ...책 박람회가
열리는 중이라 이곳저곳에서 TV 방송촬영도 하고 난리 법구통이네....작센하우젠 『lokalbahnho』
(술집이름임)에서 150년부터 생산하기 시작한 프랑크푸르트의 아펠바인(사과?) 한잔으로 외로움을 적신다. 참고로 『HERTZ』는 렌탈 에이젼시.

10월 11일 (목)

『1989년 11월 9일 통독의 역사적 순간까지 냉전의 반목과 자유를 갈구하는 동독인의 목숨 건
탈출을 생각하며... 우리의 통일이여 오라. 아지랑이 봄 언덕을 넘어...』

독일의 강철심장이라는 말에 걸맞게 분위기는 차갑고 이성적이다.초역에서 내렸다. 2차 대전 중
연합군의 집중포화로 무참히 파괴된 카이저 빌헬름 교회...전쟁의 참상을 후세에 전하기라도 하듯..
티어가르덴 참 넓고 푸르다. 한마디로 말이 안 나온다. 이삼일 전부터 걸린 감기 탓에 기침과 가래만
나오네. 『베를린 천사의 시』에 등장했다는 전승기념탑. 진짜 보고싶었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
백만 인파가 운집했다던 브란덴부르그 문..장벽의 흔적이 과거의 아픔을 간직한 채 길 위에 기다란히
누워 있었다. 지금은 EAST SIDE GALLERY라고 불리는 장벽이 1.3킬로 정도 남아...
그리고 벽 박물관! 오만가지의 방법으로 자유를 향해 탈출한 800명의 기록. 160명의 주검. 정말
가슴이 시려 온다....그 곳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 『우리는 사과한다.한 때 당신이 불편했던 기억을』
격동하는 베를린의 모습. 그 속에 일본과 중국이 있다. 소니 유럽본부는 그것을 여실히 증명하고
서있다.

10월 12일 (토)

『 야이놈들아. 잠 좀 자자 너거는 잠도 없냐. 올라면 한꺼번에 온나』

독일에서 체코 국경 쇠나역을 넘어갈 때 차장과 경찰이 약속이나 한 듯이 한번은 독일 차장
한번은 체코 차장, 한번은 독일 경찰 한번은 체코 경찰, 기차표와 여권을 돌아가면서 검사를 해
제끼는데 미친다 미쳐는 잠을 못 자게 해. 내가 한마디 했지 ,
『 야이놈들아. 잠 좀 자자 너거는 잠도 없냐. 올라면 한꺼번에 온나』
밤 열차로 1968년부터 불기 시작했던 프라하의 봄! 그 도시 프라하에 도착했다. 숙박지를 예약하지
않고 왔다. 차붐을 안다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에 다니는 친구와 펜션을 찾는다고 헤멨다.
밤이 이슥하도록.... 새벽녘에야 호스텔 푸잠치를 찾았다..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쿨쿨 자는 주인집 뚱보 아주머니 에바.. 사랑이 빠진자리가 통증이 온다.
아침을 먹고 에바와 그의 아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다음에 오마 약속도 하고, 화약탑에 들렀는데
한국인 낙서가 여기까지 원정을........ 제발 좀 해라. 누가 왔다 간다. 누가 모르나...
프라하의 상징물인 천문시계 소문난 잔치집에 먹을 것없다는 속담 딱 맞췄네.
인형극 『돈 조반니 』다음에 들리면 꼭 보마....... 살아 있는 것처럼 입을 쩍쩍 벌어지게 하는 거리의 곡예사들...
뭐니뭐니 해도 이도시의 백미는 까를교에서 본 프라하의 성이다. 포참치에서 키를 가지고 나와
갖다 주러 갔다. 바쁠수록 둘러 가시오이. 그 곳에서 엽서를 싼 가격에 부치긴 했지만.......
프라하역에는 노숙자들의 무법천지다. 안정감이 별로 없다. 다시 오고 싶지만 왠지.......


10월 13일 (일)

『에바 할머니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세요. 사진 나오면 꼭 보내 드리외다.』

THE CHIEF'S SQUARE라고 할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아르파드를 위시한 초기부족장 6명은
모두 동양에서 온 영웅들이었고 그것은 그들이 쓰고 있는 모자와 DNA검사에서도 확인된 사항이라고.
헝가리의 지하철역은 가파르고 깊다. DAEWOO BANK가 눈에 들어온다. 웃음이 없고 무표정에다
지하철에 불도 깜박거린다. 우연의 일치일까 성 이슈트반 성당에서 에바라는 할머니를 또 만났다.
캐나다에서 15년을 거주하고 헝가리의 뿌리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할머니다.
자기집은 발라톤 호수 근처란다. 딸이 나하고 동갑내기인데 딸은 네들랜드 헤이그에서 미국인 남편과 살고 있다고...손자가 3명인데 둘은 동양인 지문을 가지고 있고 하나는 서양인 지문이라고.
믿을 수는 없지만 할머니는 동양인을 사랑한다고... 영웅광장과 휴나드성 그리고 바치거리에 대해
영어로 안내를 잘해 주었다.
시장선거 홍보물이 벽보와 시가지에 온통 나붙었다. 미국을 성토하는 시위가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리고 있다. 드라큐라 전설의 무대가 된 루마니아의 트란실바니아에 있는 바이다 휴냐드 성채를
재현한 호수 위에 떠있는 후냐드성 그리고 온천을 뒤로 하며....부다페스트여 안녕....

10월 14일 (월)

『엄마. 술 담그 놓으셨지요』

스위스! 말만 들어도 가슴이 뛴다. 어쩌면 여길 오기 위해 이 먼 길을 달려 왔는 지도 모를 일이다.
약간 찌푸린 날씨의 취리히, 스위스의 수도로 착각하기 쉬운 도시! 정말 한가로운 풍경이다.
고향같다. 엄마가 갑자기 보고 싶어지는 이유는 무얼까... 지금쯤 내고향 집에도 석류랑 모과랑 포도랑 주절히 주절히 익어가고 있겠지. 뒷동산에도 단풍이 들고 있겠지. 저렇게 말이다.
비는 철길과 대지를 적시고 안개는 산허리를 감고 꿈적도 않네..바다같이 넓은 호수의 도시 린다오를
지났다. 루쩨른이다. 하나투어의 이차장과 하나은행 인사과에 근무하는 홍대리를 만나 자전거를 빌려
루쩨른을 한바퀴 돌고 피어발트슈테터 호수 유람선을 탄다. 산의여왕이라 불리우는 『리기』는 그녀의 모습을 보여 주지 않았다. 물론 볼 수 없었다.
내일 알프스를 볼 수있을까 걱정이 되어 돌아 갈까 망설이다 서둘러 짐을 챙겨 인터라켄으로 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