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에서 년수로 4년 살았나. 94년 당시 금성사로 취직해 캐나다에 전자렌지 수출하는 업무 배우다 서울 생활이 도저히 적응이 안되어 혼자 합천으로 도망쳐온게 94년 8월 중순. 그해 10월 비계산, 장군봉, 의상봉 능선 아래에 있는 동내(가조 수월리)로 시골집 150평 가량을 900만원, 논 1000평을 평당 2만원 주고 구입하여 이사를 했다. 이사하자마자 아버지가 세상을 버려 장군봉 아래 구릉지 양지 바른 곳에 모셨다.

서울에 집이 빠져 가족들도 가조로 이사를 했다. 농사일이 무슨 밥벌이가 되나. 합천 쪽으로 고개하나 넘어 돼지 축사 시설 '한림축산'인가에서 용접공으로 취직, 낮에는 돼지 울 고치고 저녁엔 삼겹살에 소주.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참 좋았다. 소주 맛이 가장 좋았을 때니깐.

논은 포크레인 작업을 하여 한 도가리로 만들어 한켠에는 밭을 한 쪽에는 개집을 크게 지어 개를 키웠다. 정말 강아지는 원없이 보고 만져봤다. 애들도 참 좋아했다. 어미개로 키우려고 강아지 한마리 20만원 가까이 주고 샀는데 다 커서 강아지 낳으니 강아지 한마리 만원 이만원, 어미개 칠,팔만원 한다. 개 파동.

그러던 중 거창읍에 강사자리 얻어 무자격 영어 강사를 한다. 소주 맛이 좋긴한되 너무 적응되는 것 같아 봐꿔 보고 싶었다. 개도 팔고, 논도 팔아 거창으로 이사와 와이프가 자그마한 가게 하나 하게 한다. 겨울에는 새벽에 간혹 스키장간다. IMF이후로는 평일 새벽에는 개장을 안하는 모양인데 그때는 1톤 트럭에 스키 싣고 올라가 새벽에 2시간 정도 스키를 탔다. 주말이면 한번씩 등산도 가고 의상봉에 있는 고견사 입구에 파는 약초 동동주 마시러도 간다. 의상봉도 올랐자만 비계산은 못가봤다. 가까이 사니까 아무 때나 가면 되겠지 하고 안간 것일까.

거창에서 88고속도로를 타고 살피제를 넘어 가조로 들어오면서 비계산을 보면 정말 닭이 힘차게 날아오르는 모양이다. 매일 살피제를 넘으면서 보던 산을 이번 주에 가게 된다.

어디서 동지들을 만날까. 거창 휴게소가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