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91학번 김태군입니다. 잘 계시는지요?
한국 떠나온지도 한달이 지나고 있는데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언어, 음식, 행동, 기후, 문화적 차이가 관광할 때와 여기서 정착할 때에 느껴지는 강도는 사뭇 다른 것 같습니다.
아직도 문화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헤매고 있습니다.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한 시간을 요할 것 같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요세미티를 다녀왔습니다. 엄청난 규모의 돌산이 펼쳐지는 데 규모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만 지리산이나 설악산의 산들이 흙이 아닌 모두 바위로 이루어져 있는 정도. 하여튼 거의 모두가 바위로 이루어져 있고 상당히 큽니다. 나무들은 아주 크고, 비가 거의 내리지 않고 내려도 강한 햇볕 탓에 길바닥은 항상 먼지가 날릴 정도로 척박합니다. 워낙 지대가 높고 거대한 탓에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곳이 아주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곰, 카요리(늑대종류), 산사자, 너구리, 여우 등 각종 야생동물들이 자연적으로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밤에는 동물소리가 제법 많이 납니다. 일교차는 상당히 많이 나서 밤에는 거의 0도까지 내려 갑니다. 밤 하늘은 은하수가 선명하게 보이고 별이 어찌나 많은지 북두칠성, 카시오페아 등 몇 개 안되는 알고 있는 별자리 조차도 찿기 힘들었습니다.

첫날 오후에 출발 4시간 정도 걸려 저녁에 도착하여 야영하고 둘째날 요세미티 빌리지에서 가까운 폭포와 명소를 둘러봤는데 가을에는 비가 거의 오지 않아 폭포는 거의 말라 있었습니다. 5월~6월이 가장 좋은 시기라고 합니다.
세째날 하프돔 하이킹은 왕복거리가 20Km가 넘고, 시간도 12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여 새벽에 일어나 먼지 날리는 길을 걷고 또 걸었습니다.
Happy isle에서 출발하여 Vernail Fall과 Nevada Fall을 지나는데 산속 깊숙히 들어가니 이곳 폭포는 많은 양의 물은 아니지만 폭포다운 폭포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규모 또한 장난이 아닙니다. 건기라서 이 정도이지 우기때는 폭포근처를 지나가면서 옷이 다 젖는다고 합니다. 폭포를 지나서 부터는 완만한 하이킹길이 펼쳐지는데 하프돔을 왼쪽에 두고 빙빙 둘러 둘러 먼지 날리는 지루한 거리를 한참을 걸은 후에야 하프돔 능선에 닿습니다.
요세미티의 전경이 펼쳐지는데 저 멀리 Sierra 국립공원과 맞닿은 고산지대에는 하얀 눈이 드문드문 보였습니다. 내려쬐는 햇빛과 쭉쭉뻗은 큰 나무들 그리고 커다란 바위들과 건너편에는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지만 트레일이 드문드문 보이기도 합니다.
높은 고도와 깍아지른 바위에서 와이프의 고소공포증이 심해져 더이상의 진행은 못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정상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다시 온길을 되짚어 돌아왔습니다.
샤워장에서 샤워를 하고 캠프로 돌아가 늦은 저녁을 먹고 모닥불 피우고 피곤을 달랬습니다. 필요한 시설(?)은 아주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마지막날 알배긴 다리를 이끌고 요세미티 박물관과 장비점들을 둘러보았습니다. 장비점은 바위와 하이킹등 다양한 등반을 하는데는 전혀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필요한 장비들을 모두 구비해 놓고 있었습니다. 다만 가격이 조금 비싼 듯 합니다.

아주 비싼 책 몇권 사고 (여기는 책이 정말 엄청 비쌉니다) 요세미티를 떠났습니다.

이제 한국은 가을빛으로 산들이 변할 준비를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건강하시고 안녕히 계십시오......

사진1: 하프돔 배경으로 한컷
사진2: 하프돔 갔다가 하산하는 길에 Nevada fall을 지나면서 한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