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산 -
사위는 어둠에 젖어들고
온몸은 천근만근
무릎팍이 아려온다.
저멀리 억산이 나에게 속삭인다.
이제 그만 하산하지, 마이 했다 아이가?

힘겹게 다가가도 알피니즘은
신기루 마냥 저멀리서
손짓만 한다.
내딛는 걸음만큼 더 멀어져 간다.

떨어지는 얼음덩이에 목덜미 부서지지 않은 게
행운이라며
절교를 선언하고
십수년.
오늘의 선녀는 다시 또 나를 유혹한다.
내가 보아온 그 어떤 때보다 더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차마 이보다 더 눈시리게 아름다운 적이 있었던가.

얼음판에 종일 서있기에는
나의 젊음은 이제 추억인가
애써 부인하여 본다만
'가는세월'은 노랫말만 아니구나.

구백하고도 두번째 산행이다.
젊은날 우상 까스똥레뷔파의 천 회 산행
나도 할 수 있을려나

- 석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