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행
그대는 무엇을 구하뇨?
어떤 이는 또 무엇을 위해서...
모든 것을 갉아 먹고는 썩지 않는 똥을 싸 대는 자본주의, 그 속에서
멸종되어가는 원시성이 아직 숨을 쉬고 있는 절대 보호 지역
독도처럼 남아 서 있는 산이여!
산에선 세월이 계곡을 따라 흐르니
연어처럼 계곡을 거스를 수 밖에
그 옛날 거대한 익룡의 발자취라도 찾아서
긴 고통과 짧은 쉼과의 물물교환
삶의 무게만한 배낭을 지고
보람이라 우긴다
어디에도 샴페인이 어울리는 곳은 없다
바위도 아예 뿌리를 내리는 이 곳에선
어느 것이라도 소중해지고
무엇이라도 단순해진다.
꼭대기에서도 잠시 숨을 고를 뿐
부풀어진 마음도
슬픈 파노라마의 유혹도 꾹꾹
자꾸 눌러야 한다.
그 어디 쯤에서
세월을 따라 제자리로 돌아가야 하는 길은 시작된다
흐르는 구름도 흘러가는 계곡물도 아쉬울 것은 없다
길이 길어지면 고단함이 더해질 뿐
서녘 하늘에 하루의 여운은 붉어져 가고
소박해진 바램처럼
들꽃들은 들길을 따라 그렇게 피어 있다
모든 것의 경계가 흐물어지는 어스름속
덜 필요한 것은 묻혀지고, 꼭 보아야 할 것만 보이는 순간
아 ~ 구도의 시간이 되어서야 생겨나는 입이 없는 깨달음 하나
' 그래 돌아 가야지 '
순순히 앞장을 서는 황소를 좇아
들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농부의 심정이 이와 같을까?
돌아 보아도 어둑어둑
산은 그 자리
꽃들은 지천으로 널부러져 피고
한 소쿠리 쏟아부은 별들은 밤을 새워 소란스러운
산을 보면 그대여
어둠속에서도 가슴이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