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흔들리는 나무처럼.
한 세월 소망 영글어,
바람 따라 날리우는 억새처럼.
하오의 햇살이 부끄런
감빛 단풍처어럼.
때가 되면은 나 그리로 가리
법과 도덕과 윤리와
직업과 취미와 모임과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와
또한 집이랑 옷이랑 음식이랑
지식이랑 습관이랑 우월감이랑
켜켜이 쌓인 기억까지도 벗어나
때가 되면은 그 곳에서 살아보리
모든 것들이 묵언 수행을 하는 곳.
헤매어 찾아 다니던 것들이 다 이루어져 있고,
살아 있음이 그냥 그대로 아름다아운.
그리고 또 때가 되면은
그 곳에서 살다 가리.
새벽녘의 달과 별이 그러하고
해질녘 햇님이 그러하듯
스러져 감이 그냥 그대로 자연스으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