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산 공룡능선

천성산 공룡능선

      주라기 능선

 

      장마가 시작되어 제법 비도 왔건만 일요일은 거짓말같이 날이 개었다. 이른

      시간이라 길도 안 막히고 해서 거의 정확한 시간에 명륜동 터미널에 도착해

      보니 반가운 얼굴들이 따뜻하게 맞아 주었다. 산에 가는 날 아침은 항상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다니까... 아직 도착하지 않은 회원님들이 있

      어 기다리는 사이에 신 모 (2명중 어느 1명임) 대원은 번개불에 우동을 말

      아 드셨다 - 날렵한 동작!

      예상했던 VIP(?)는 나타나지 않고 시간이 제법 흘러 그냥 개인 승용차를 이

      용해서 가기로 하고 2대의 차에 갈라 타고 이희태 회원이 기다리는 구서동

      역으로 출발. 합류 기념으로 오뎅 1개씩 먹고 다시 승차. 이 과정에서 회장

      님이 늙은 엑셀은 안 탄다고 젊은 마티즈로 옮겨 가는 바람에 엑셀에는

      4명, 마티즈에는 5명이 타고 내원사로 출발했다. 우리나라 경차 수준도 이

      만하면 괜찮다니깐.

      신종철 대원이 간식을 준비하는데 색다른(?) 게 들어 간다. 터미널에서 안

      사고 여기서 준비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불어난 계곡물을 이리 저리 한

      가롭게 건너다 보니 어느새 오늘의 목적지인 공룡(!)능선 입구가 나타났다.

      이름 값 한다고 초입부터 암벽이 길을 막는다. 가벼운 마음으로 첫 발을

      디디는 데... 좌르륵 미끄러 진다. 바위도 젖고, 신발 바닥도 젖었으니까.

      둘러 가도 되고 바로 올라도 되는 조그만 암벽들이 계속 나타난다. 미끄럽

      지만 않다면 산뜻하게 올라갈 수 있으련만... 군데 군데 로프를 고정시켜

      놓은 곳도 있다. 멋모르고 잡으니까 시커먼 흙탕물이 베어 나와 기겁을 하

      고 놓았다. 대원들 체급도 틀리고, 학년도 반도 틀리고, 토요일 밤 늦게까

      지 비지니스 한 대원도 있고, 그냥 오늘따라 컨디션이 안 좋은 대원도 있

      고... 좌우지간 선두와 후미 간에 간격이 꽤 벌어 졌다. 그래도 쉴 새없이

      떠드는 소리는 계속 따라 다닌다. 회장님은 어디선가 부상을 입고 그 와중

      에 애지중지 입고 다니시던 셔츠까지 이번에 교체하게 될 모양이다. 첫 휴

      식을 가지며 오이로 Re-fresh하면서 이틀밖에 안 지난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나누다가 또 출발. 이제 공룡 발톱에 올라 섰다나!

      문득 문득 설악의 어느 한 능선을 연상시키게 하는 암릉을 하염없이 걸어

      나간다. 비로 깨끗이 씻긴 탓인지 공기가 무지무지하게 맑다 못해 그냥 투

      명하다는 느낌이 든다. 풀잎, 나뭇잎 냄새도 좋고. 두번째 휴식은 달콤한

      밀감과 함께. 하정호 대원이 바람에 휘날린 모양 그대로 굳어 버린 고사목

      을 배경으로 증명사진을 찍어 준다. 지난 일주일을 별로 치열하게 살지도

      못했는데 무척이나 힘들다. 수통 하나를 혼자서 거의 다 비우고 나니까 공

      룡 무릎 근처---쯤 된다나. 지금까지 지나온 자그마한 봉우리와는 다른, 정

      말 공룡 등 만큼 커다란 봉우리가 앞을 가로 막는다. 신나게 내려 갈땐 좋

      았는데 그 만큼 또 올라가야 한다. 작년에 와 봤다는 신종철 대원이 이런

      봉우리가 남은 게 한개인지 두개인지 잘 모르겠다고 한다. 말을 안해서 그

      렇지 두명(?) 빼 놓고는 죽을 힘을 다하고 있는 대원들의 눈초리가 험악한

      탓에 잘못 말했다간 크게 원망을 들을 판이다. 만일에 봉우리가 세개라면

      가는 동안에 없어져 주기를 기도하고 있겠지.

      결국 두개의 봉우리를 넘고 나니까 한참을 내려가더니 무슨 무슨재에 도착

      한다.(분명히 들었는데...) 사통팔달 통하는 교통의 요지라 그런지 사람들

      의 왕래가 많다. TV에 나오는 산적들 소굴 근처 분위기가 아마 이것 비슷하

      리라. 각자 힘.들.여. 싸온 도시락을 내 놓으니까 어! 15명 정도는 먹어도

      될 양이다. 그 동안에 도시락을 준비 못하고 오는 회원들이 몇 있어 감안

      해 가지고들 준비했는데 그 주인공들이 오늘은 불참이라! 산중에 왠 상추쌈

      하며 산해진미가 차려 졌다. 가정에 전혀 문제들이 없는 모양이다. 등반 30

      주년, 20주년을 기념하는 축하주 한잔 씩이 곁들여 졌다. 오늘은 특별한 날

      이니까! 담배를 마음대로 끊었다 이었다 하는 경지에 오른 두 명 신 대원의

      담배론을 들으면서 식사 끝.

      내려 오는 길은 지금까지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양껏 불어 오른 계곡물 탓

      에 한층 운치가 있어야 할 계곡 바위 틈새마다 잔치판이 벌어 졌다. 도시락

      을 준비한 팀은 양반에 속하고 바로 삼겹살 냄새가 진동하면서, 소주팩 (병

      도 있고), 맥주캔이 넘쳐 난다. 전부 하산에는 전문가라고 자부하는 탓에

      휴식없이 풀장(?)까지 하산. 옷을 벗고 수영하면 안된다는 팻말이 있었다면

      서 옷을 입고 수영하는 신 모 대원! 나머지는 발이 시려워 오래 담그지도

      못하는 데. 70학번 두 동기분은 등물을 해 주는 정겨운 그림을 연출하고.

      계곡 초입까지 하산. 오늘은 산이 좋아서 그런지 여유있게 운행을 해서 그

      리 빠른 시간은 아니지만 10/20/30주년 기념품 증정식을 겸해 뒷풀이를 하

      기로 한다. 사다리를 타고 내려 오는 아줌마가 불안해 보인다 싶더니만 결

      국 두부 한판을 엎지르고 만다. 전문가니까 알아서 하는 줄 알았는 데...

      길다랗고 뚱그렇게 생긴 아이스케익과 김밥 덕에 배를 잡고 웃다가 판을 접

      는다. 차 한대가 울산으로 가는 탓에 상황이 또 바뀌었다. 버스 타는데 까

      지만 가기로 하고 출발했는데 막상 헤어질 시간이 오니까 그냥 6명이 마티

      즈에 다 타기로 한다. S.u.p.e.r.-M.a.t.i.z.!!! 몰지각하게 주차해 둔 차

      들로 길이막혀 길지 않은 시간을 기다리며 다음부터는 빨리 빠져 나가야지

      하는 생각과 오늘 산행하며 보아 둔 중앙능선도 언제가는 와야겠다는 생각

      을 하며 하루를 접는다.

       

      참가대원 : 차동주, 이충한, 성경직, 이희태, 신양수, 박성배+2, 신종철, 하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