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의 숨은 처녀림 초암능선을 가다 (1)

지리산의 숨은 처녀림 초암능선을 가다 (1)

 

 

    6월 26일(토) 하늘 찌뿌둥하고 바람 사납고 기분 찝찝

     

    해운대 출발(06:15)

    어째 비가 올 것 같다.

    혼자가는 오랫만의 산행, 두렵고 설레임이 범벅. 묘하다.

    옛 사람들 청상과부 보쌈할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차를 잘못타 두번 갈아타서야 겨우 터미널 도착

     

    서부터미널 출발(08:00) 8,800원

    엇저녁 못잔 것까지 한잠 진하게 때리고

    매미소리에 놀라 깨니 버스는 산청을 달린다.

    물소리, 매미소리 시원한데 운전수아저씨 에어컨 못 쐐어 한맺혔나

    감기 들것다. 결국 모남방 꺼내 입고.

     

    함양읍(11:00) 2,300원

    시외버스터미널 뒷문으로 나와 조금 걸으면 시내(군내)버스터미널 나온다.

     

    칠선골, 백무동에서 내려오는 물줄기를 굽어보며 구불구불 한시간여.

     

    젊은 기사양반 키마이가 괜찮네. 300원을 깍아준다.

    (애원하거나 없어 보이지 안않음. 자발적인 행동이었슴)

     

    추성리(12:00) 1,000원

    아까와 해서는 안되는디, 버스위에 올라와 달라는 입장료 천원.

    피할길이 없다. 그래 입장료 안내고 다니던 습관 이제 잊자, 없애자.

     

    추성리 끝 민박집 새색시 입심에 눌러 앉아 쨈 발라온 맛없는 식빵 몇개

    털어 넣고 신랑을 기다린다. (호두나무집)

    날이 안 좋다. 곧 떨어질것 같다. 낼부터 온다 혔는디. 벌써오면 무거워

    워찌 올라갈거나.

     

    국골초입(13:00)

    신랑의 안내로 초입을 쉽게 찾았다. 물길 건너는 곳이 걱정된다며 한참을

    동행해준 젊은 신랑 고마워(부럽다, 부러워. 나보다 더 젊은것 같은디

    벌써 신부라니)

     

    추성리 끝 다리를 지나 바로 올라가면 칠선골. 거기서 왼편으로 국골이

    갈라진다. 초암능선은 그 사이 능선길 그러나 초입부근에 새로 농장이

    들어서 철조망으로 길을 이중으로 막아 놓았다. 해서 다리건너기 전 왼편

    언덕으로 한참을 올라 물을 건너야 한다. 일전에 부산일보팀이 시그날(인식

    표)을 촘촘히 달아 놔서 찾기 쉽다. 정 안되면 그 젊은 신랑에게 부탁하고.

     

    초입에 활엽수 수림이 울창하다. 밤나무 군락까지.

    한창 꽃망울 부푼 밤나무꽃 특유의 시큼한 냄새, 아찔해 지는것 같다.

     

    어느새 목덜미를 타고 내린 `땀비`는 배꼽 웅덩이를 지나 가운데 다리

    끝에 다 모인다. 축축 찝찝

     

    앗 산토끼!

    놀라 도망가다 말고 돌아서 물끄러미 바라본다.

    꼭 `저건 첨보는 동물인디, 이상하게 생겼다(?)` 하는것 같다.

    내가 십년만 젊었어도 생사의 추격전을 펼쳤을 겨. 다행인줄 알아.

     

    적당한 바지가 없어 반바지에 트랙스타 샌달을 신고 오른다.

    은근히 걱정이다. 곰이 나올지 뱀이 나올지 알 수 없는데.

    단단한 나무 지팡이 준비하고 과도(과일 깍는 칼) 옆에 차고.

    발밑의 잡목을 해치며 나간다.

    울창한 활엽수림이 끝이 없어 하늘도 안보이고 거기다 깨스 자욱해

    암것도 안보인다. 애구 외롭고 심심타.

     

    이게뭐야!

    배암이 길 가운데 똬리를 틀고 있다. 들고 있던 나무막대기로 멀리 던져

    버렸다. 휴~우 내가 먼저 보길 천만다행이다. 꼬리라도 밟았다면 ...

    아찔한 순간. 저녀석도 도망을 안간다.

    또 뭐가 나올지 걱정.

    이제 발밑만 눈이 빠져라 쳐다보며 간다.

     

    등반 네시간여 지나자 하늘이 조금 열리고 햇빛이 비치기 시작한다.

    잘 하면 수낭에서 안 잘수 있겠군

     

    전망바위, 촛대봉, 관음봉이 있고 그 사이 비트(빨치산 은신처)까지 잘

    보존되어 있다는데, 제법 큰 바위들이 나오긴 하지만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있나. 국립공원인데도 푯말 하나 없고, 지나는 사람도 하나 없다.

     

    헬기착륙장(17:50)

    아니 그럼 천왕봉, 중봉밑 하봉을 지났다는 얘긴데.

    간간이 들려오는 사람들 외치는 소리가 천왕봉에서 들려오는 것인가?

    능선이라 중간에 물터도 하나 없다.

    갈림길. 바로가면 중봉, 왼편으로 내려가면 치밭목이다.

    먹을거 먹고 가다가 개울에서 거의 홀라당 벗고 뗏국물도 좀 빼고.

    설마 산장에는 사람있것지.

    혹시 예쁜 산아가씨를 만날지도 모르는데 이대로 가면 안되제.

     

    치밭목산장(19:00)

    하늘 쾌청하고 아담한 산장 그림같고, 솔바람 시원하고

    이만허면 오늘 본전은 뽑은 샘이다.

    호박스프 끓여 에이스크래커 곁들여 대충 먹고 소주 한잔 빨 친구를

    찾아본다. 워째 혼자온 산쟁이들은 하나같이 무뚝뚝하다.

    결국 하중훈련(산장관리인 아저씨가 선배라 산장물품 저다 나르는 걸로

    훈련중이란다)차 올라온 경상대 산악부 팀에 눈치없이 끼여 한잔하고.

    산장 관리인 아저씨의 환경보호론 강의를 듣고, 이제는 산행도 테마를

    정해서 해야 제 맛을 찾을 수 있단다.

     

    올해부터는 지리산 능선 어디에서도 텐트를 치고 잘 수 없다나. 산장

    체질이 아닌 나는 어떡한다. 야간산행을 주로 해야하나, 아님 아주

    발길을 끊어?

    달이 휘엉청 밝다.

     

    세상시름 모두 잊고

    달빛에 젖어

    이밤 다하도록

    저산 이나무 벗삼아

    놀아나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