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초 프랑스, 햇살이 따사로이 내리쬐는 바위 앞, 의기 충천한 젊은이 몇몇이 얘기를 나눈다.
"저 바위는 엄청 어려워 보이지만 한 번 붙어 볼만한 데, 그렇지만 도중에 떨어지면 어쩌지?"
"그래 올라가면서 확보할 방법이 없으니, 해 볼 도리가 없지."
"우리 그러면 미리 바위에다 확보지점을 만들어 두고 오르면 어떨까?"
"그래, 그거 좋은 생각이다. 바위에다 확보가 필요한 적당한 거리에다 미리 항구적인 확보물을 설치한다면 우리는 추락으로 인한 부상의 공포에서 벗어나 오로지 오름짓만 을 몰두할 수 있지 않을까...?"
  일단의 클라이머들은 그래서 누구도 시도해 보지 않은 새로운 스타일로 바위를 오르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그 동안 등반도중의 확보하는 문제를 풀지 못하여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오버행 바위(등반면이 수직인 90도를 넘어서는 바위)에 미리 볼트를 박아 안전을 확보한 다음 오로지 오름짓에만 몰두하는 방식. 이름하여 프리클라이밍 중에서도 더 힘든 '하드프리클라이밍'을 시도하였던 것이다.
  그 후 그들은 거듭된 시행착오와 뼈를 깎는 노력으로 인간이 오버행 바위를 기어오르는 - 그 이전에는 오버행은 으레 인공등반으로 오르는 게 상식이었다 - 전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내었고 이윽고 1985년 2명의 프랑스 클라이머는 영국으로 건너가 최고 난이도의 루트를 해치움으로써 당시 난다긴다하는 영국의 클라이머들의 코를 납작하게 하였다.
  이 혁명적 발상의 전환은 이후 대서양 너머 미국으로 건너가 요세미터의 캠프4에 모여있던 미국의 토박이 클라이머들을 올드패션의 한 물 간 클라이머로 몰아 현역에서 은퇴시켜 버렸으며 그 폭풍에 정신이 번쩍 든 토드 스키너(Todd Skinner), 피터 크로프트(Peter Croft) 등 중년의 클라이머들은 자기자신에 대한 변신을 시도하였다. 그들은 영국 프랑스 등지에서 연이어 도미하는 제리 모파트(Jerry Moffatt), 트리뷰(JB Tribout) 같은 신세대 클라이머들과 경합하면서 스미스락(Smith Rock)을 필두로 조슈아트리(Joshua Tree), 후이코탱크(Hueco Tanks) 등의 전국 각지의 바위들을 스포츠클라이밍의 개념에 맞게 개척하기 시작하였다.

우리 나라의 경우는 1980년대 말 하드프리란 개념이 소개되면서 몇몇 혁신적인 클라이머들에 의해 새롭게 시도되었으나 당시에는 그 개념에 걸맞은 마땅한 암장이 없어 지리멸렬하다가 마침 전라북도 고창군의 선운산 일대의 석회암질의 오버행바위가 발견되고, 점차 스포츠클라이밍이란 개념이 정리됨과 아울러 개화기를 맞이하였다.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선운산일대의 루트개척은 자발적인 클라이머의 헌신적인 노고로 이루어졌으며 당시 개척된 수백개의 루트들은 불과 몇 사람들의 손에 의해 개척되었다는 게 실로 놀라운 일이다.
  이러한 사실은 때 마침 불어 닥친 해외여행 자유화에 맞춰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으며 프랑스의 프레드 로링 등 외국의 유명한 클라이머들이 속속 내한하여 최고의 등반기술을 선 보임과 동시에 이미 개척되어 있는 루트에 대하여 국제적인 그레이드로 재정립해 주었다.
  오늘날의 선운산 일대에 매겨져 있는 루트의 난이도는 국제적 기준으로 보아도 크게 손색이 없다는 게 정평이다.

현재 세계 최고의 난이도는 프랑스 남부에 있는 동굴 속의 루트로 1994년 내한하여 필자가 3일간 열심히 따라 다니면서 확보를 보아 주었던 프랑스 클라이머 '프레드 로링(Fred Rauhling)'이 개척한 '아키라(AKIRA)'이며 5.15b로 인정되어 지고 있다. (단지, 아직도 제 2등이 없는 관계로 일부에서 는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도 있음)
  대체로 5.15a 가 일반적으로 최고 난이도로 이해되고 있으며, 미국의 크리스 샤마(Chris Sharma)가 개척*완등한 프랑스에 있는 리얼리제이션(Realization) 등 전 세계적으로 3~4개만 존재하며, 이 그레이드들은 레드포인트(red point)를 기준하며 온사이트(on sight)로는 5.14c가 현재 최고의 급수로 매김되어지고 있다.
  국내에는 대구 손상원이 2006년에 완등(red point)한 선운산 투구바위에 있는 오토메틱(5.14b)을 현재 최고의 난이도로 친다.

- 루트 난이도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 -
우리가 흔히 일컫는 5.10a 등 5점 몇으로 부르는 난이도는 미국의 요세미트 클라이머들이 정한 요세미티식(일명:미국식) 그레이드로서 현재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 되어 있으나 유럽 쪽에서는 6a, 7b, 8c등의 프랑스식이 통용되고 있으며 그 둘을 비교하는 조견표도 나와 있다.
  그 둘을 대충 아우른다면 성인이 서서 오르는 정도는 3(미국식 5.5)급 정도, 3지점확보의 개념
을 이해하고 오른다면 4(5.7)급, 그 이상의 클라이밍 실력을 요하는 루트는 5(5.8)급 정도라 보고 여기서 프랑스식은 계속 6급 7급 ... 9a(14c)급으로 가는 반면 미국식은 10a~d급 11a~d급 ... 14c급으로 나누어져 간다. 그 둘의 난이도를 대충 비교하면 6a~6c+(5.10a~11b) / 7a~7c+(5.11d~12d) / 8a~8c+(5.13a~14b) / 9a(14c)...
  대략 그 난이도를 쉽게 이해하려면 일반적인 사람이 힘들여 오르는 한계선을 5.10d급이라 가정하고, 좀 훈련된 사람이 무의식적이며 본능적으로 오를 수 있는 경우를 11급으로 본다면, 12급은 의도적이며 인위적인 동작을 만들어 내어야 오를 수 있는 경우라 보면 된다. 12급의 경우 홀드가 손가락 두 마디 정도가 걸린다고 가상한다면 13급의 루트는 오버행에서 손가락 한 마디 때로는 반 마디이내의 홀드에 의지하여 다음 동작으로 나아가야 하는 조건이다. 14급 이상은 상상에 맡길 수 밖에...
  프랑스의 경우에도 일반적인 클라이머는 10~11급이 70~80%이며 소수의 사람이 12급 그리고 극소수가 13급이며,. 14급은 그 나라에서는 손꼽을 정도이니, 우리와도 별로 다를 게 없는 세상사인 듯...  - 碩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