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치악산 새해 맞이 신년 산행

일시 : 2004. 12. 31 ∼ 2005. 1. 1
코스 : 치악산 구룡사 ▶ 사다리병창(능선길) ▶ 비로봉(1288m) ▶ 인명 구조대(공중전화) ▶ 계곡길 ▶구룡사
산행시간 : 5시간 30분
참석자: 임송봉, 이충한, 이희태, 강정웅(Leader), 김치근

첫째날(12/31)

송구영신! 갑신년을 보내고 을유년을 맞는 산행이라 기대, 아쉬움이 반반이다. 오늘이 출발하는 날인데 동부 경남 일원, 울산, 부산에 신설이 내렸다. 고작 0.5cm 적설량에도 운전자의 미숙으로 평소 출근시간이 30분이면 충분한데도 2시간이나 걸렸다. 부산에 전화하니 마찬가지다. 부산에서 출발 시 연락하기로 했다. 며칠 전부터 이가 몹시 아파서 치과에 들렀더니 뽑아야 한단다. 마침 술을 먹지 않아도 되는 핑계가 생겼다.
비상식과 간식을 준비하면서 치악산 국립공원 사무소에 전화하여 기상 및 특보 사항을 확인하니 2주전에 약간의 눈이 왔는데 정상 부근에 잔설이 조금 있고, 도로 사정과 기상 사항은 매우 양호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귀하신 대원의 건강을 생각해서 Snow chain 한 세트를 구매했다. 부산팀이 16시 25분경 부산에서 노포동을 출발하면서 약 1시간 후에 도착이라는 연락을 했다.
17시 30분, 승용차 1대로 울산을 출발하여 21시경에 북원주 도착. 22시경 구룡사 입구 민박촌에서 민박. 갑신년에는 시산제는 잘 지냈는데 한 해의 수확이 좋지 않았다고 회한하는 이충한 회장과, 구수한 입담의 임종봉 선배님의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한 해를 결산하는 조촐한 술잔이 오고 갔다. 이 뽑은 곳 소독하는데는 소주가 최고라는 대장의 말에 몇 잔하고 나니, 정말 통증이 가신다.
고인되신 이종봉 선배님의 명복과, 와병 중인 김명수 선배님의 쾌유를 빌면서, TV를 통해서 나오는 보신각의 재야의 종소리를 들은 후 취침! 갑신년 한 해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아듀! 2004!!

둘째날(1/1)

06시 기상. 쌀밥, 김치찌개, 국으로 든든히 아침 식사를 하고, 나머지 밥은 중식용으로 도시락을 준비했다. 출발 전 원주 MBC 자막 방송에 영하 8。C라고 한다. 하산하면서 원주 시민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시내보다 구룡사 지역이 3。C 정도 낮다고 하니 바깥 온도가 상상된다.
08시 45분. 구룡사 입구 매표소를 지나는데 관광 버스 5대가 도착한다. 2005년 치악산 비로봉 돌탑 복원 새해 맞이 등산대회 행사 차량이다. 산악인, 시민 500여명이 참여한다고 한다. 실제 인원은 250명으로 추산된다. 구룡사 입구에는 궁중용 목재로 쓰였다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인상적이다.
09시 20분경 구룡사에서 하산하는 해외 원정에도 참여한 바 있는 울산 산악인을 만났는데, 새벽 04시에 산악인, 시민 200여명이 새해 맞이 해돋이 행사를 참석하고 지금 하산중이란다. 기온이 얼마나 추운지 하산하는 사람의 털모자에 땀증기가 얼어붙어 흰색 서리발로 꽁꽁 얼어붙고, 어느 산아가씨의 귀밑머리에 땀이 얼어서 고드름을 형성하고 있었다. 체감 온도가 영하15。C를 능가하는 것 같았다. 치악산 겨울 산행의 백미는 나뭇가지마다 만발한 설화이다. 이것을 보지 못하면 극히 운이 없는 사람인데, 우리가 그런 경우였다.
09시 50분, 세렴폭포 통제소에서 휴식. 다리를 건너자 사다리 병창 코스의 초입부터 내리막은 없고 줄곧 오르막길이다.
10시 15분, 사다리 병창 시작점인 해발 700m 지점에 도착하였다. 치악산은 동악명산, 적악산으로 불렸으나, 상원사 꿩의 보온전설에 연유하여 꿩 치(雉)자를 써서 치악산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하나, 지금의 심정으로는 치를 떨고 악을 쓰고 간다고 치악산이라 하는 것 같다. 무척이나 힘이 든다. 그런데 왜 또 산행을 준비하고 하는지...
틈틈이 쉬어가면서 3시간이 걸려 11시 30분에 비로봉 정상에 도착했다. 원주 산악인들이 비로봉 돌탑(케룬) 복원기념 손수건을 배포하면서 부산대 OB 산악회라니 무척 반겨주었다. 비로봉 돌탑 3개는 99년 8월 강풍과 낙뢰로 파손되어 2005년 1월 1일 새해 맞이 등산 대회를 기하여 완전히 복원되었단다. 날씨가 매우 청명하여 비로봉에서 향로봉, 남대봉, 매화산 14km의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치악산악회원께 기념 촬영도 부탁하고 하산 코스를 문의하니 친절히 안내해 주셨다. 치악산악회의 무궁한 발전과 회원님들의 복 많은 새해를 기원합니다!! 정상에서 간식 및 보온주를 한 잔 했는데 너무 추워서 도저히 감이 오지 않는다. Back course를 한다는 것은 너무 끔찍하여 계곡길로 하산키로 했다.
12시 15분 인명 구조대(공중 전화)에서 북쪽으로 내려오는 계곡길은 잔설이 조금 남아 있는 바윗덩이들이 깔린 길이다. 12시 20분경 계곡길에도 기념 수건을 배포하는 산악인이 있었다. 새벽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추운 날씨에 견디고 있는 대단한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13시 30분경 세렴폭포 전방 0.7km 지점에 중식. 요리 자격증이 있다는 이회장이 끓인 떡라면은 배고픔과 추위를 가시게 해 주었다. 꿀맛이다.
14시 30분 구룡사 도착. 구룡사는 치악산 최대의 사찰로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께서 창건했다. 전설에 의하면 원래 9마리 용이 살던 큰 연못을 메우고 구룡사를 창건했다고 한다. 그 때 아홉 마리 용 중에 한 마리가 승천하지 못하고 절 앞의 용소에 살았으며, 아홉 구(九)자를 써서 구룡사이던 절 이름이 지금은 거북 구(龜)자로 바뀌었다고 한다.
15시 45분 구룡사를 출발하여 20시에 울산 도착. 얼큰한 토끼탕으로 저녁 후 공식적인 산행을 마무리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산행에서 느낀 것은 386세대 이후는 없고 쉰세대 뿐이라는 점이 너무 아쉬웠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후배님들! 제가 고도원의 아침 편지 중에서 본 글입니다. 이번 산행을 하면서 더 와닿네요.

내가 만약 사십대라면

내가 만약 사십대라면
만사 제쳐놓고 규칙적인 산행을 할 것이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평균 주 1회 산행을 해서
가보지 못한 전국의 많은 산을 둘러 볼 것이다.
건강에도 좋고 정신력을 기르는데도 그만한 방책이 없다.

유종호의 <내 마음의 망명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