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산에 갔다온지 1주일 다 되었다. 산행일지 보려 들어와 보니 아직 아무도 안올렸다. 산행 보고서라기 보다는 개인 적인 감흥 정도를 적는다고 여기고 시작해본다. 그래도 누가 참여했는지는 적어야 겠지. 기억 용량이 적고 시간이 많이 흘러 다 외울려나. 13명이나 갔는데.

대상산: 억산, 운문산
일시:2001년 2월 18일
참가자: 이충한, 임송봉, 이희태 외 동료한분,차동주, 김치근, 신양수,이정희, 신종철, 양경희, 윤정미, 이윤희, 김흥국

일년 산행 계획표를 보니 이번주 산행은 주흘산이다. 인터넷에서 이리 저리 찾아보니 사진도 멋있고 문경새재라고 귀에 익은 곳에 한번 가보고도 싶어 치근형님에게 연락해보니 눈이 몇일전 많이 왔어 산행이 어려울거란다. 임원들끼리 빠른 의견 조율을 하여 3월 18일 운문산 산행과 산행을 바꾸기로 했다고 연락이 온다.

가물 가물 거리는 석골사를 지도에서 찾아보니 자주 가던 백운산 입구 남명에서 가깝다. 저번에 간월산 갈때는 경부 고속도를 타고 지겹게 경주를 거쳐 갔었는데 이번에는 경산, 청도를 거쳐 밀양 석골사로 가는 국도를 택해 아침일찍 나선다. 늘 가는 산행이지만 설래는 마음에 잠을 설치고 한숟갈 뜨는 흉내만 내고 출발한다. 초행길이라 넉넉히 시간을 잡고 출발한다.

새벽 맑은 공기를 마시려 창을 열고 달리는 데 오늘은 유난히 따뜻하다. 라디오에서 오늘이 대동강 물도 녹는 우수란다. 그래서 이렇게 따뜻하구나. 내일 부턴 내복을 벗어야 쓰겠군.

석골사에 도착하니 다른 산악회 팀이 와서 산행 채비를 하고 있다. 구멍가게 아주머니는 가스통으로 만든 난로에 참나무 가지를 쑤시고, 연기는 계곡의 차가운 공기를 밀어내고 올라온다. 절도 둘러 보고 차안에 들어가 눈도 붙여보고 하나 보니 8시 반이 넘었다. 8시에서 8시 반 사이에 만나자 해놓고선. 종철 형에게 전화를 하니 다 왔다 한다. 종철형 과 여자 회원님들이 먼저 도착하고 10분이나 지나 차 2대가 더 온다. 오다가 아침 식사 하셨단다. 반가이 인사를 하고 석골사를 지나니 9시 20분이 다되었다. 산행 길을 억산으로 올라가 운문산으로 가서 상운암을 거쳐 다시 석골사로 내려오는 코스로 잡고 갈림길에서 왼쪽 능선을 탄다.

양수형이 산행에 참가할 때는 물을 가져오는 것이 실례라 하여 빈통만 혹시 하여 들고 왔다. 절 입구 수도가 얼어 물을 못채우고 그냥 올라간다. 첫번째 휴식지에서 양수형에게 조심스레 물어보니 요즘은 여러 통을 가져 오지 않는단다. 인기가 없다나, 물값이 올랐다나, 이유는 기억이 잘 안나지만 어쨌던 물 가진 것이 종철형 1.5 리터 한통하고 1,2명 착실한 대원이 가지고 있는 작은 물통이 전부다. 입구에서 막걸리 대신 물을 받아 왔어야만 했는데 후회를 하며 계속 올라간다.

자주 휴식을 하며 억산에 오르니 11시 넘긴 정도. 목이 말라 막걸리를 몰래 찔끔 찔끔 마시니 목이 더 마르다. 정상에서 달걀, 오랜지 등을 까먹고 답파식을 간단히 하고 멀리 보이는 운문산으로 향한다. 능선길인줄 알았는 데 한참을 내려 박는다. 종철형이 길을 잘못알고 내려 가는 것 아냐. 의구심을 가지고 back! 소리 나오면 유리하게끔 맨 뒤에서 따라 내려간다. 500m 이상을 내려 가서 보니 억산 정상 동쪽의 암부가 보인다. 거대한 바위. 저리 내려 오려면 꽤나 어렵겠군. 역시 종철형의 뛰어난 루트 파인딩.

30분 정도 가니 석골사로 갈라지는 길이 보인다. 선배님 몇분은 이곳에서 점심을 하고 내려 가기로 하고 젊은(?) 대원들은 운문산을 목표로 길을 재촉한다. 30분 정도 더가니 딱밭재. 12시 반이나 되었는 데, 근육에 저장되어있던 글리코겐이 다 소진 되어 힘이 나지 않는데 종철형은 계속간다. 점심 먹을 곳도 마땅치 않다. 계획을 정상까지 가지 말고 정상 500m 남겨둔 갈림길에서 상운암으로 내려가는 길을 택하고 점심도 그곳에서 먹기로 한다. 밥먹을 생각을 하니 힘이 나는 것 같다.

상운암에 도착하여 2시 가까이 되어 점심을 먹는다. 최근 몇년안에 이렇게 배고팠던 적은 처음이다. 사람들이 이곳 저곳에서 점심을 펼쳐놓고 있어 우리도 겨우 한곳에 자리를 잡는다. 화장실 가까이는 항상 자리가 있는 법.

소풍가서 제일 중요한 일이 도시락 까먹는 일. 점심 없는 소풍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국민 학교 1학년 때 부터 음악시간에 배웠다. '아기 다람쥐. 도토리 점심 가지고 소풍을 간다.'

맛있는 점심을 정말 정겨이 먹고 석골사로 긴 계곡길을 따라 내려온다. 종철형의 낭만과 운치로 계곡에서 얼음 깨고 발 씻는 여유도 가져본다. 산행이 내려오는 계곡에서 발씻고 세수하는 행위로 인해 정리되고 마감되는 듯하다.

먼저 내려 가신 선배님들과 휴게소에서 만나 작별 인사를 하니 하루의 산행이 다 끝난다. 부산 까지 따라 가서 맥주를 한잔 같이 해야 완전히 끝날 것 같은 아쉬움을 가지고 석남사입구에서 청도로 넘어가는 길을 택해 꼬불 꼬불 오르고 내리니 운문댐도 보이고 다시 청도다. 처음 가는 국도는 드라이브 하는 맛도 각별하다. 석남사에서 집까지 80km 밖에 안된다. 먼줄 알았던 영남 알프스가 이렇게 가까이 있었다니. 묘한 기쁨이 느껴 지는 것은 또 다른 영남 알프스 산행이 기다려 진다는 것 아닐까.

당일 산행으로 정말 알차고 즐거운 산행이었다. 기쁜 동지들과의 산행이기에 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