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산: 설악산 천화대
- 기 간: 2000. 7. 15 - 7. 17
- 참가자: 김치근, 김강태, 박만교, 강양훈, 하정호, 서정동, 김지성, 윤정미

<설악산 천화대를 다녀온지 3일이 지났다. 그 동안 왜 글쓰기를 망설였을까?
이상하게 설악에 다녀오면 쉽게 글로 나오지는 않고 머리에서만 맴돈다.>

매일 일상속에서 수레바퀴처럼 움직이다가 산행계획표를 받으면 왠지 기분이 우울해진다. 산에는 가고 싶은데.. 한없는 망설임이 싫어서 . 그래 다음에 가지 .. 하지만 설악산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일단 대장님께 간다고 전화를 하고 당일 4시에 약속장소에 가니 아무도 없다. 전화를 해보니 4시 반으로 연기가 되었다고 한다. 아뭏든 좋다. 산에 가기만 하는 되니..산에 간다고
오랜 간만에 운동도 해 두었겠다. 이까짓 한 두 시간쯤이야.. 결국 5시 30분경 부산을 출발했다. 설악에 도착하니 한밤이다.


뿌연 새벽을 가르며 일어난 시각은 5시 10분경 , 장비를 챙기고 설악골에 나는듯이 도착하니 6시 30분 쯤 된다 . 이미 준비를 하고 출발하려는 다른 팀이 있어 먼저 간 팀이 있냐고 물어보니 못대도 한 중대는 올라갔다고 한다. 괜히 마음이 바빠진다.
7시경 벨트를 메고 출발을 했다.
치근이형,양훈형,지성이, 윤정미씨가 한조가 되고 강태형,만교형,정호형,나 서정동 대원이 나머지 조가 되었다.
첫 바위가 나타나자 이미 똥차는 밀릴대로 밀려서 순서를 기다려야 했다.
정호형이 기다리다 못해 막 후등자가 끝나는 순서를 기다려 톱을 섯다. 약간 침니 비슷한 크랙등반이다. 세컨드 강태형 서드 나, 라스트는 만교형이 맡았다. 나머지 등반은 모두 만교형이 멋진 솜씨로 톱을 서고 세컨드 강태형,서드 나 ,라스트는 정호형이 맡았다. 모두를 해본 경험이 있어 무난히 바위는 쉽게 오른다. 하지만 암벽을 타기 전에 걷는 워킹은 사우나를 방불케 했다 . 땡볕에다가 바람도 별로 불지않아 특히 정호형과 나는 땅이 꺼져라 거친 숨을 쉬며 걸어야 했다. 만약 1.8 리트의 물이 없었다면 ,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오이와 복숭도 큰 도움이 되었다.
하강코스에는 사람들이 많이 몰려 특히 정체가 심했다. 클라이밍 다운으로 내려가는 것이 시간을 줄이는 좋은 방법이다.
저 멀리 보이기만 하던 왕관봉이 눈앞에 다가오고 설악의 비경들이 눈앞에 펼쳐보였다. 서북주능을 워킹해보면 전혀 바위가 많은 산일줄 모르는데 여기서 보니까 온통 바위 투성이다. 멀리 울산암을 시작으로 과장하면 나무보다 바위가 더 많은 것 같다. 만약 커다란 거인이 있어 설악산 바위를 보고 있다면 기괴한 바위위에 왠 개미들이 이렇게 줄이 지어 가냐고 할 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까 설악산 개미들은 상당히 컸다.
마지막 왕관봉에서 하강하니 6시쯤 된다. 총 11시간이 걸렸다.

먼저 가신 고 장기섭 선배의 동판앞에서 정호형은 멍하게 한참을 보고 있었다. 벌써 17년이란 세월이 동판의 녹에 고스란이 묻어 있었다.
내가 1학년 동계를 가기전 천화대에서 실족한 선배얘기를 한번씩 듣곤 했다. 그때 아 산에서 죽을수도 있는 구나 하는 것을 알았다. 그 선배가 떨어진 자리 , 동판을 보고 나니 산이 새롭게 느껴졌다.
술 한잔 부어 준다고 산 소주를 챙기지 못했다고 정호형은 많이 섭섭해 했다. 하필 담배를 아무도 피지 않아 담배 한 까치도 피우놓지 못했다.
마음만은 정성껏 좋은 곳으로 가라고 빌었다.
내려오는 길은 험했지만 내리막길이라 금새 설악골이다. 비선대에 도착하여 먹는 팥빙수는 너무나 기가 막혔다.

물초항에서 회를 먹고 바로 부산으로 출발했다.

모두들 수고 많으셨고 특히 선선히 차를 빌려주신 이 효문선배님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또한 그 먼길을 운전하신 선배님들에게도 수고하셨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