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산: 팔공산 동봉(1155m)
일 시: 2001년 6월 17일
참가자:김치근(대장), 이상보(부인 동반), 차동주, 이희태, 김태원,강정웅, 신양수, 이정희, 신종철, 양경희, 김흥국


부산 지역 회원들과 동대구역에서 만나기로 하고 기다리니 시간 맞춰 도착한다. 마산에서 이상보 선배님과 형수님이 먼저와 기다리고 계셨고, 조금 있으니 울산 지역 회원 두분이 버스 터미널에서 건너오신다. 내가 준비해간 이스타나 승합차가 알고보니 11인승이어서 치근형은 어디에 끼어 앉을까 한참을 고민하다 여성 동지들 옆에 앉는다.
9시 30분 되어 동화사로 출발.

동화사 입구에 10시 15분 도착.
통일대불인지 엄청 큰 석불(나중 하산해서 예술적 가치를 두고 뜨거운 디베이트가 있었음)을 구경하는 값인지 1인당 2500원이나 하는 입장료에 주차비까지 27000원 주고 들어간다. 입구에거 강정웅 회원이 '10명요' 해서 그나마 5000원 아꼈다. 나중 알고 보니 오던 길을 계속 가면 신 주차장이 나오고 그곳은 무료 주차였다. 그리고 등산만 하려면 신 주차장 쪽으로 가는 것이 약간만 수고하여 이리저리 살펴보면 입장료도 피할 수 있는 방법도 있겠다. 동양최대의 불상을 안본다면야 그 돈을 낼 필요가 없겠다.

염불암쪽 길을 택해 동화사를 지나 시멘트 포장길을 한참 따라 간다. 염불암까지 1.5km를 지루하게 따라 가니 제법 가파른 길을 먼저 올라온 승용차 몇대와 암자가 보인다.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오르다 능선으로 붙으니 다른 산악회에서 나는 소리가 들린다.
'발은 이리로 밟고, 손은 밧줄을 잡고, 그래그래'
흙길로 돌지 않으면 거의 릿지 등반을 해야할 정도로 바위 능선이 솟아있다.
덕분에 지루하지 않게 오르지만, 1k정도를 꽤 시간이 걸려 정상에 도착한다.(12시 15분, 등산 2시간 소요)

진짜 팔공산 정상은 통신 시설물로 가득히 들어서있다. 이곳 동봉은 그런 시설물을 세울 만큼 넓지 않아 그나마 정상을 밟는다는 느낌이 쬐금 든다. 협소한 곳에 사람들이 빼곡하여 답파식을 못하고 돌아선다. 조금 내려와 아까 능선등반을 마친 곳에서 점심을 꺼낸다. 어느산에서 먹어도 점심을 맛있어.

점심을 한시간 가량 걸려 먹고 진짜 하산을 시작한다(1시 30분). 신령제쪽으로 길을 잡아 내려간다. 능선을 따라 계속 가면 갓바위로 이어진다. 7km 넘는 길이니 당일 산행으로 하려면 부산에서는 새벽에 나서야겠다. 신령제까지 가지 않고 중간에 휴식년제라 막아논, 그러나 산행의 동선을 무시하고 억지로 막아 놓아 아무도 지키지 않는 길을 따라 내려 온다. 능선길을 약간 더 가서 내려 오면 더 좋을 뻔 했는 데. 그래도 쬐금 끼림칙.

하산을 거의 다하여 동화사 위에서 몇몇 회원은 신 주차장 쪽으로 내려가고 몇명은 원래 차를 세워놓은 동화사 쪽으로 내려가 27000원짜리 관람을 대표로 하고 차로 신주차장으로 이동한다. 내려갈 차시간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어 1시간 넘게 막걸리에 환담을 나눈다. 이때 그 문제의 관람룐지 입장룐지를 터무니 없이 비싸게 만든 원인이 틀림 없을 것 같은 동양최대의 불상을 놓고 논쟁이 벌어진다. 논쟁의 주인공은? 상상하시라.

그런데 그 주인공이 없다면, 산행 후 한잔의 막걸리가 그렇게 빨리 지나갈 수 있을까. 한명 한명 우리 산악회 회원님들은 다 나름대로 개성이 풍부하지만 이 주인공의 회원님은 예술적, 과학적, 인문사회적 상식을 두루 갖추어 정말 산행 때 마다 이야기 꽃을 피우게 한다.
Am I Flattering?
No!

팔공산, 말은 많이 들었지만 오르길 주저했던 것은 대도시에 하나씩 있는 큰 산이라는 게 사람들이 너무 많이 와 어깨가 부딪히고 시꺼러울 것으로 생각해서이다. 금정산은 우리 고향에 있으니 자주 가도 또 가고 싶지만, 넘의 동네까지 가서까지,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정작 올라보니 산세가 크고 좁은 능선이 길게 이어져있어 아기자기 하면서도 힘든 등산이 가능한 산이다. 다음 계획을 잡을 때는 부산에서 일찍 출발하여 갓바위에서 정상까지 능선등반을 하고 동화사로 내려오는 길을 택하면 아주 알찬 하루 산행이 되겠다.

즐거운 산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