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바위와 선운산 암장

요즘 반쯤 잘나가는 어느 뚱띠이 처자의 말마따나 20년전부터 내가 바위를 좋아하는 이유는 같은 재질을 어깨위에 얹어놓고 산다는 것과 붙어면 아무 생각없어지는 것이 단순한 나한테 잘 어울리기 때문이 아닐는지.
가벼운 몸매와 촌놈의 뚝심만으로 크게 어럽지 않게 자신감을 가질수 있었던 80년대 그리고 바쁘지 않은 직장 생활과 달콤하지 않은 결혼생활을 핑계로 바위의 감촉 대신 단란한 주점 AGASSI의 BODY FINDING & TOUCHING으로 보냈던 10년. 멀게만 여겨지던 불혹이란 괴물이 어느듯 속옷보다 더 가까이서 희죽대며 붙어 있어 이제는 뭔가 달라져야지 하는 마음을 가지고 뜬금없이 보내던 세월속에 우연히 날아든 새 한 마리, 요놈이 파란 물감 들인 새일 줄이야.
올해 5월 그 어느날 PNU(대륙봉)에 종철, 양훈이와 함께 오랜만에 몸 풀러 갔다가 바위에 붙어서 뿐만 아니라 앞에서 조차 위축과 수축의 현상을 동시에 경험해야 했다. -여기서 우매할지 모르는 사람을 위해 뜻을 집고 넘어 가야지 위축이란 대상물에 대한 두려움, 공포 , 자신감 결여에서 나타나는 정신적 의미의 쪼그라듬이고 수축은 외부의 자극에 의한 자연적, 물리적 쪼그라듬으로 이것은 육안 관찰이 가능하다. 가장 흔한 예로 Shrinking penis in cold water란 말에 해당된다. 두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은 더블유아이에프이앞에서 외엔 경험하기 힘든 것이라고 하는데. -
잡론이 너무 길어졌네.
좌우튼 그 곳에서 만난 디스커버리 월이란 실내암장 주인을 일견식하게 되고 양훈이의 주동아래 덜렁 등록을 하였다. 내 뿐만이 아니고 치근이형, 종철이, 양훈, 정호, 윤정미가 줄줄이 엮어졌다.
주 1∼2회의 트레이닝과 주일마다의 PNU, 문수암 등지의 실전 예배로 급속한 자신감 회복과 정상으로의 한발 한발을 의미있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몇 달동안 실내 및 자연암장에서 보아온 강호의 절정 고수들을 보면서 그 정도는 안되더라도 그냥 고수급에는 들어가 바둑이나 테니스처럼 아무나 보고 한수합시다, 한판합시다 대신 한자일합시다는 소리는 할수 있어야지.
처음엔 레드포인트 5.10급으로 만족할려고 했는데 이제는 온사이트 5.11급으로 목표를 상향 조정했는데 너무 욕심내는 것 아닌지 모르겠네 열심히 하면 내년 봄엔 되겠지
10년만에 다시 시작한 클라이밍은 우리 아줌마 말에 의하면 결혼후 요즘같이 행복해 보인적이 없다나 그리고 하는짓이 마약 중독자보다 더한 것 같다나 뭐라나.
그리고 이번 휴가는 종철이 양훈이와 함께 국내 최대의 암벽코스가 있다는 선운산으로 갔다. 처족의 새끼줄에 묶여 함께 출발하지 못한 종철이는 다음날 6시간씩이나 버스를 타고 왔다. 떼고 갔는데 따라온 것 보면 똑같이 중독된 놈이라 어쩔수 없었던 모양이다.
첫날은 문바위에서 예상보다 양호한 홀드로 5.9에서 5.10b까지를 별어려움없이 잘 해냈다.
그래서 선운산 바위에 대한 자신감도 얻고.
그러나 다음날 붙은 속살바위는 어제 얻은 자신감을 무참히 짓밟았다. 조선 여인의 허벅지 살같은 희멀은 바위면을 양훈이가 장유유서도 모르고 먼저 더듬더니 나이에 조금 무리였던지 꼭지 3개 따먹고 내려오고 이어 내, 종철, 양훈, 내, 종철, 양훈이 순으로 해서 5시간의 사투 끝에 머리를 올렸다. 그게 암벽대회 여자 예선코스로 5.12a라나 뭐라나.
옆의 수많은 무림 고수들도 잘 건드리지 않는 성질 더러운 년이라고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던 어느 고수의 말이 실감나더라고. 그래도 오후의 5.10b와 5.10d는 톱교체 없이 각자 하나씩 간단히 해치웠는데
좌우튼 2박3일간의 산행에서 종철이, 양훈이 그리고 함께 지낸 재학생 정이, 태진, 준석, 창렬, 신혜 모두 수고 많았고 다음엔 신반에서 함께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