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써 타나? 그래 이써!
Grace가 아닌 김흥국 회원의 Istana를 타고 가며 양수형이 들려준 이야기다.
경상도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절묘한 말 장난(?)이라고나 할까.
17:30 사상 터미널 출발. 18:10 진영에서 휴식. 순조롭게 나가다가 길이 막히기 시작한다. 영문도 모른 체 1시간 이상을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 드디어 길을 막은 주범을-아니 주범들을 발견했다. 고등어를 실었던 트럭이 중앙분리대를 들이 받고 내용물을 길바닥에 깔아 놓았다. 고등어가 살아 있었더라면 더욱 장관을 연출했을 텐데…치우는 데 시간과 장비를 들이느니 그냥 지나가는 차들에 몇마리씩 주면 금방 치워질 거라는 산악부식 해결책이 나온다.
인터넷 상의 정보로는 부산에서 해남까지 4시간 반 걸리는 걸로 되어 있는데 6시간 이상 걸려 해남에 도착. 807번으로 안내 되어 있는 도로는 실제로는 806번이고. 지명이 나왔다가 없어 졌다 하고… 대한민국 특산 부실한 교통표지판 덕에 물어 물어 두륜산 입구에 도착하니 날이 바뀌었다. 여관은 방 2개에 7만원을 불렀고 매표소 앞에서 차 돌리다가 우연히 발견한 민박 산장은 5만원. 서비스나 기타 편의시설은 좀 떨어지지만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운전하느라 술 한방울 입에 못 댄 김흥국 기사아저씨를 위해 간단히 소주+맥주 한잔하고 취침.
6시도 안 되었는데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서울서 공부하다가 부산 들린 길에 납치되어 온 심진용 회원과 흥국이가 밥 준비를 하고 있다. 밥하는 이론이 달라 뚜껑을 열고 닫길 몇차례 했는데도 아주 멋지게 되었다. 김치+참치 찌개와 레토르트 해장국, 스팸 구이, 김, 진수성찬이다. 버너불에 코펠로 밥 해본지가 몇 해 만이던가. 아침 잘 먹고 난 뒤처리는 대원들이 각자 한가지씩 주섬 주섬 챙기니까 금방 끝나 버린다.
07:40 환상의 숲길을 직접 걸어 보기 위해 차를 두고 출발. 매표소 직원이 안 나와 있기를 기도했지만 너무나 부지런한 아저씨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고… 인터넷 관광 안내엔 900원인 입장료가 2000원으로 올라 있다. 돈은 그렇다 하고 넘어 갔는 데 조용한 숲길로 왠 차들이 그리 많이 다니는지. 차라리 입구에 차량 통제한다는 안내문이 없었으면 배신감은 덜 했을 텐데.
두륜산 대둔사라는 현판이 있는 일주문에서 증명사진 찍고 출발. 해발 700미터를 단거리에 채우기 위해서인지 경사가 꽤나 가파르다. 전라도 산은 출발점이 바다와 가깝기에 종종 배신 때린다는 푸념들을 늘어 놓는다. 1시간 반 걸린다는 길을 3시간 잡고 오르신다는 회장님 덕분에 충분히 쉬어 가며 먹어가며 걷다 보니 큰 힘 안 들고 만일재에 도착 했다. 다도해가 발 아래 보이고 기분 좋을 만큼의 강풍이 불어 와 더욱 상쾌하다. 산행 제목은 두륜산이지만 두륜봉 (630m)쪽으로 가면 하산길이 너무 밋밋하기에 최고봉인 가련봉(703m)으로 방향을 잡았다.
너무나 친절하게도 스테인레스 스틸제의 홀드와 스탠스가 있는 바위길을 더듬다 보니 10:10 가련봉 도착. 아직 시멘트가 다 굳지도 않았을 것 같은 보름 밖에 안된 정상 표시석을 넣고 또 증명 사진 한 장.
노승봉 쪽으로 하산할 수도 있지만 천년의 수령을 가졌다는 나무를 보기위해 만일재로 Back. 울창한 –거의 정글 수준 – 수풀 덕분에 200여 미터 밖에 안 되는 곳을 겨우 찾아 내었다. 표지판에는 1200년 이상 되었다고 설명되어 있다. 준비해간 오리지널 쑥떡으로 요기하고 하산길을 재촉한다. 대둔사(=대흥사) 경내의 성보 박물관 관람. 천불전 참배. 딱히 종교가 없거나 다르다 하더라도 숙연한 마음으로 각자의 방식으로 참배를 한다. 지난 일주일 살았던 일들이 조금 정리가 되는 듯하다. 보름이라 산채비빔밥 줄려나 알아 보니 안 준단다. 부산 같으면 대개 준다는 my wife(한글로 번역 안되어서리…) 의 comment가 있었고 형식적으로 천원 정도 받는 곳도 있다는 경험담 등등. 어쨌던 실망*1000……..0*배신감.
절 밑에 있게 마련인 – 원래 있어서는 안 되는 – 주막에서 당귀가 들어 있다는 막걸리와 경상도와 달리 맵지 않고 담백한 도토리묵을 회장님께서 내셨다. 배 고픈 참에 달게 먹고 이써 타나에 탑승. 이 때까지는 시간에 여유가 있어 해남으로 나가는 도중에 고산 윤선도 유적지도 관람. 여기서도 800원씩 기부.
전라도까지 왔으니 정식을 꼭 먹어봐야 한다고 하고 점심도 부실했고 해서 강진군청 앞에 있는 신녹원식당에서 (점심+저녁)/2식사. 회비로는 감당이 안 돼 말 꺼낸 양수형이 쾌척.
17:30 강진 출발. 21:00쯤 부산 도착될 것으로 예상. 조금씩 늦어지고 있지만 오늘 산행이 너무나 즐거웠기에 차내 분위기는 너무나 좋다. 맨날 이렇게 어울려 다녔으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산악부는 바깥 사회와는 완전히 다른 어떤 원시공동체적 시스템이라고나 할까. 누가 연구 좀 해 줬으면 좋겠다. 대구까지 또 몰고 가야 할 흥국이를 쉬게 하고 치근형이 대리 운전. 비록 2종이지만…(오히려 더 잘 모는 것 같았다) 악명 높은 마산이 까마득히 남았는 데도 밀리기 시작. 이 때 예상은 부산 도착 21:30. 창원으로 내려가서 창원터널 경유 서부산 톨게이트. 관록있는 기사아저씨 덕에 그나마 빨리 왔다. 서부 터미널 도착 23:30. 결론적으로 부산-해남간은 6시간 +/- 1시간 되겠다. 오늘 산행 끝! 또 가야 할 길들이 남았기에 부랴 부랴 인사를 나누고 영천으로, 울산으로, 송도로, 하단으로… 내일을 향해 출발!
참가자: 이충한,김치근,신양수,박성배+1,김흥국,심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