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1년이 흘렀습니다.
이제 우리에겐 세월이 얼마나 빠른가를 나타내는 어떤 수식어도
진부한 말이 되어 버렸습니다.
우리 삶이 분명히 짧은 시간은 아닌데
돌아보면 엊그제같은게 잠시 잠깐인 것 같습니다.

올해에도 매달 첫주 셋째주 산행을 정말 재밌게
행복하게 다녔습니다.
힘들면 힘든대로 또 좀 수월하면 수월한대로 다 좋았습니다.
힘들게 노동할 기회가 적은 저로서는
몸을 움직이고 난 후에 여럿이 둘러앉아 먹는 식사가
얼마나 정겹고 맛있는지.

저는 산행을 통해 공사판 인부들의 건강한 삶과 맛있는 점심을
피부로 이해하게 되었답니다.

거기에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아름다운 선물.
눈덮인 산야. 잎이 다 떨어진 겨울 산의 스산스러움,
초록 잎이 돋아나면서 연두 빛의 깨끗함, 점점 짙어지는 녹음,
각양각색의 꽃들, 새 소리들, 산내음, 풀내음,
시원한 계곡, 폭포, 화려한 단풍, 낙엽....
앞사람과 거리를 두고 홀로 산길을 걷다보면
그냥 내가 살아 있음에 행복함을 느끼게 됩니다.
텅빈 마음에 가슴 벅차오르는 희열입니다.

저는 제 스스로 노장파도 소장파도 아닌
그 중간쯤이라 생각하는데,( 순전히 제 생각이겠지만 )
후배들은 어제의 제 모습이고
선배님들은 내일의 제 모습입니다.
결코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생각입니다.

회장님이하 여러분들이, 근년들어 후배들이 산을 찾는 횟수가
적어져 걱정들을 하십니다.
그렇지만 제 생각으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약간은 낙관적인 생각입니다.
젊었을 때는, 애들이 어릴 때는,
가족단위로 애들과 어울릴 기회와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드니까요
또 그 때에는 힘든 산행이 아니더라도
재밌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요!
( 사실 산행이란게 꾸역꾸역 걷기만하는 참 무식한 운동
원시적 스포츠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요.)
그러다가 세월이 흘러 나이도 들고 아이들도 슬하를 떠나고
다른 놀이도 다 해 봤는데 시들해지고.
결국 다시 고향의 품 속으로 돌아오듯
자연을 찾고, 산을 찾고, 벗들을( 선 후배 동기 ) 찾고,
그리고 분명 소박한 행복을 느끼게 되겠지요.
그 때를 위해서라도,
결코 멀지않은 그 날을 위해서라도
후배님들 젊은 시절에 가끔씩은 산을 찾아야 할겁니다.
산악부의 맥을 끊어지게해선 안되니까요.
일종의 노후(?)대책, 확실한 노후 여가 생활 보험이지요.

주위에 그런 분 많이 보았답니다
< 산에 오니 너무 너무 좋다! > 는 말을 하시는 분들요

지난 1년간의 산행산의 이름들을 열거해 봅니다.
금정산 억산 정각산 운문산 천생산 강천산 팔공산 달마산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바루 두륜산 계룡산 구만산 영취산
신어산. 모두들 하나같이 우리산 예쁜 산입니다.

저는 추위에 자신이 없어 동계등산은 꿈꾸기가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한가지 정보
겨울산, 눈덮인 겨울산행을 원하시는 분은
2월달 산행을 놓치지마시기를!
아직은 날씨가 추워서 산에는 눈이 쌓여있더라고요.
미끄러워서 무서웠지만, 눈덮인 산이 너무 예뻤고 또 재미있었답니다
내리막길에서는 아예 주저앉아 미끄럼을 타며 내려왔습니다.
저절로 터지는 탄성 (괴성)과 함께!

올 1년동안, 그리고 내년에도 변함없이 수고해주실
우리 회장님, 총무님, 재무님, 그외 선배님들, 후배님들,
모든 그리운 얼굴들을 그려보면서
저의 넋두리를 마칠까 합니다.
(못난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더.)

2002년에도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고
하시는 일들 잘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사랑과 감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