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산 : 향로산(970m,경남 밀양 단장면)
일 시 : 1999년 11월21일 날씨 맑음
운 행 : 부산 - 원동 배내골 - 선리 - 향로산 - 선리 - 부산
참가대원 : 김치근,이창호,신종철,하정호,윤정미

원래 계획 대로라면 오늘 산행 목적지는 밀양 재약산이다.
아침에 밀양쪽으로 가기위해 남해고속도로로 차를 올렸는데
김해쯤 오니 차들이 꼼짝도 않는게 아닌가.

아마 시제사를 지내기 위한 차들로 이른 아침부터 도로를 꽉 메운게 아닌가 싶다.
이런식으로 가다간 밀양 도착 하기전에 날이 샐것 같았다.
차안에서 긴급 임시회의를 열어 산행지를 바꾸기로 했다.
여러 의견을 종합한 결과 '향로산'이 좋은것 같았다.
우선 현 위치에서 그렇게 멀지 않다는 것과 가는 길이 크게 막힐것 같지
않아서 였고 무엇 보다 평소 잘 찾지 않았던 산이였기 때문이다.

서 김해에서 차를 돌려 나와 김해 생림을 거쳐 삼랑진,원동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중간에 짙은 안개로 약간의 서행를 했던것 빼고 예상대로 차는 막히지 않았고

배내골 선리,향로산 초입에 도착하니 오전 9시 30분 이었다.
마을 어귀 큰 나무 밑에 주차 시키고 산행길을 찾아 나섰다.
김치근 회원과 신종철 회원이 올 봄에 반대방향으로 올라온 적은 있지만
이쪽으로는 처음 이었다. 마을 사람들 한테 물어보니 자기네들도 잘 올라가지
않아 길을 잘 모르는듯 했다.
대강 방향을 잡아 오르는데 금새 길은 끊어지고 낙엽과 마른 잡목만 무성
하다. 제법 경사진 길 아닌 길에 푹신한 낙엽이 덮혀 있으니 발은 푹푹
빠지기도 하고 미끄러 지기도 하면서 꽤나 힘이 든다.
사람 흔적없는 깊은 산속에서 우리들 거친 숨소리만이 숲의 정적을 깨
뜨린다. 가끔 놀라 달아 나는 작은 산짐승과 이름 모를 산새들 뿐이다.
2시간 가까이 안간힘을 다해 잡목을 헤치고 오르니 주능으로 붙는
갈래 능선이다. 여기서도 한 30분 정도 더 힘을 쏟아야 주능으로 붙을 수 있었다.

비로소 숨을 돌리고 주위를 조망 해 보니 청명한 늦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동부 경남 일대의

이른바 영남 알프스 산군이 펼쳐져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북쪽 능선을 타고 한 30분 정도 가니 향로산 정상(970m)이다.(12:30)
정상은 벼락을 맞은 것처럼 크고 작은 바위가 깨져 여기 저기 흩어져 있어
편안하게 앉아서 쉴곳이 없었다. 여기에서 처음으로 우리 말고도 두사람을
보게 되었다. 그만큼 인적이 드문 산이다.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하산길을 찾아 내려 오는데 역시 길은 없다.
잡목을 헤치고 몇차례 트래버스를 하여 능선으로 붙어서야 희미한 길이 나타난다.

길을 찾아 내려오니 하산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산마루 넓은 벌판에는 억새가 장관이다. 늦가을 햇살을 받아 황금빛 물결을 이루고 있다.

흐느끼듯 또는 쓰다듬듯이 조용하게

흔들리는 것이 가을의 황량함을 위로 하는 듯 하다.
내려 오는도중 주인없는 빈집이 두세군데 눈에 띄는데 오래전에 사람의 흔적이 끊어진 것같았다.

논,밭도 없는 깊은 산중에서 대체 뭘 먹고 살았을까?

오후 4시경 세워둔 차에 도달함으로써 산행이 끝이 났다.

이름난 산일수록 사람들로 번잡하여 산행 본래의 취지를 잊어 버릴때가 많은데 얼떨결에 오게 되었지만

향로산은 비록 길은 잘안 나있지만 야생의 숲을 간직한 좋은 산이었다.

등산이란 길이 끊긴 시점부터 시작되는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