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을 마치고 함께한 회전오리를 곁들인 송년회가 더 기억에 남는다나 어쩌나..

회전 오리고기집에서의 송년회를 겸한 운악산 등산

2004년 12월 12일, 그 언젠가 12/12라는 역사 뒤흔들기로 우리나라 국운을 한참이나 뒤로 되돌리더니 그 때도 벌써 옛일이 되어 버렸나. 마낭 바쁘고 늘 아쉬움에 사는 이들에게는 그냥 오늘도 어제와 같은 평범한 하루일뿐이다. 우리들에게도 12월의 두 번째 일요일 그래서 한해를 마감하는 송년회를 겸한 등산일이다.
올해 재경 부대산악회 공식 등산을 강원도 계방산(1577)의 눈꽃 속에서 시작하여 경기도 운악산(936) 설원자락에서 마치나 했더니 일기예보로는 중부지방에 오전에 눈 대신 비가 잠간 온다고 한다. 그래도 위로 올라가면 눈발이 맞아주려나? 우선 기대라도 가져 보자.
7호선과 2호선 전철을 갈아타고 강변역에 내려 동서울 터미널의 집합처에 도착한 시간이 7시 45분. 상태, 홍식이와 우선 국밥 한 그릇부터 찾았다. 춥고 배고플 땐 든든히 속부터 챙겨야 한다. 이번에는 참석인원이 제법 된다. 대장인 영헌이와 승호, 용상이 이렇게 여섯이 먼저 8시 20분 동서울터미널에서 두 대의 승용차에 나눠 타고 출발했다.
날씨는 예상보다 좀 쌀쌀한 편이나 비는 전혀 소식이 없다. 그런데 길을 나서자마자 저 앞에 꼬리를 물고 늘어선 차량들 행렬, 뭔가 대형사고라도 났는가 보다. 30분정도 지체하여 장안교 밑에 도착하니 사망사고인 듯하다. 차량 한대는 절반정도로 축소되어 버렸고, 렉카차며 소방차, 경찰 등등 주변이 많이 어수선하다. 우리가 출발하기 한 2분전쭘에 발생했으려나 운전은 정말 조심 또 조심해야지...
9시, 길가에서 추위와 기다림에 한참 지쳐있는 남수부터 우선 픽업하고 30분 뒤 축성령휴게소에서 영도부부까지 합류하니 참석인원이 도합 9명이다.
이젠 세대가 된 승용차로 다시 출발, 10시 15분 운악산 등산로 입구에 도착했다. 현지에서는 운악산을 화악, 관악, 감악, 송악등 경기 5대 악산 중 가장 수려한 산으로 자랑하고 있으며 현등산이라고도 한다. 또한 가평 8경중 제6경에도 해당한다. 여기서 오늘의 일정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10시 20분 등산을 시작했다. 현등사를 옆으로 스치며-절에서 그냥 주는 점심공양이 일품이라고 주변사람들의 칭찬이 자자하다- 안내도에서 말하는 2번 등산로로 계속 전진하여 12시 20분 정상에서 답파식을 간단히 마치고 점심을 챙겼다.
두시간 남짓 정상에 오르기까지 눈과 비 모두 내리지는 않았지만 산 자체가 바위가 많은 전형적인 岳山이고 가파른 길의 연속에 깔려있는 잔설과 얼음들로 인해 상당히 거친 걸음이다. 그래도 당일 내리는 눈을 직접 맞지는 못했지만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흔적들과는 조우했다고 자위라도 하여야겠다.
정상 바로 밑에서 점심을 챙긴 후 1시 10분 다시 출발, 이번에는 1번등산로로 하산이다. 1시 50분 무속인들의 좋은 기도처였을 그래서 지금도 그 흔적이 뚜렷한 커다란 바위들이 이제는 암벽 등산훈련장이 되어 있었다. 서울 인근의 바위산들이 너무 많은 인파로 운신하기가 어려워지자 대안으로 찾은 까닭일 것이다.
운악산이 원래 고려 태조 왕건에게 쫓겨난 궁예의 마지막 저항지로도 현지에서는 알려져 있는 바, 그의 마지막 왕궁성터 자국이라는 것도 바로 옆에 남아있다. 화려하던 시절은 어디로 하고 시종 한명도 없이 멀리 깊은 산속까지 쫓겨와 그 수난을 겪었을까 보지 않아도 눈에 선하다. 正史에는 왕건군에게 쫓겨 도망치다 곧바로 무지랭이 농부에게 맞아죽은 것으로 나오지만 어쩌면 현지인들에게 구전되는 이야기처럼 궁예가 이곳에서 6개월정도 저항했을 가능성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곳은 그의 오랜 본거지였던 철원과도 바로 인접한 군이며 산세로 보아 적은 군대로도 상당기간 저항이 가능하였을 만한 곳이다.
2시 20분 하산을 완료했다. 도합 4시간의 등산 일정이다. 마치고 승차한 차안에서 일기예보를 맞추기라도 하려는 듯한 빗발을 잠간 보인다.
일찍 출발한 까닭인가 돌아오는 길은 상당히 순탄하다. 경기도에서 바로 서울로 진입하기 직전의 길목에 있는 회전 오리구이집에서 송년회를 가졌다. 미리 고치구이상태로 준비된 오리가 알맞게 준비된 회전 불판 옆에서 함께 빙글빙글 돌며 익어가는 집, 곁들인 소주와 더불어 올해를 마감하며 새로이 시도해본 테마산행이며, 앞으로는 록클라이밍도 하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요즘 술판의 고정안주가 된 정치판 이야기 등등으로 열심히 씹고 또 열심히 내년을 설계한다. 온천산행 대신이 아니라 이것이 더 인기가 있는 듯하다.
어둠이 잔뜩 내려앉은 후에야 모두 다 아쉬움을 털치고 음식점에서 제공한 봉고 편으로 7호선 수락산 전철역에 도착하여 마지막 작별을 했다. 모두 모두 건강하고 즐거운 내년이시길. 그리고 더 자주 산에서 서로를 대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모든 것 제쳐두고 그냥 말없이 그기에 있는 산과 함께 하는 이들이 좋아 다니는 가벼운 발걸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