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았던 배낭을 메고


말을 그치니
계곡 물소리가 들리더라.
망설임 없이 먼 길을 떠나는
낙엽들의 행렬이 보이더라.


언제나 나의 물음에 스스로 지칠 때 쯤,
피아니스트 손가락처럼
온 감각을 일깨우고는
손짓 몸짓으로 보여주나니


이마와 등의 땀이 마르고
어깨죽지로 서늘한 기운이 스며들 때,
이 때 쯤이
내려놓았던 배낭을 메고
남은 길을 나서야 할 때.


랄라 랄라
물음이 빠져나간 비인 자리에,
언제 배어들었나 계곡 물 소리
낙엽 뒹구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