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8.10 서울팀의 상봉산 등산메모입니다.

바다와 배가 함께한 호젓한 산길 상봉산을 다녀와서

2003년 8월 10일, 부산대 OB산악부 서울팀의 상봉산등산은 때가 본격적인 휴가철이라 그런가? 모처럼의 산행인데도 불구하고 참석자가 참 단촐하다. 지난달 내내 비가 끊이지 않았으니 자의반 기후탓반으로 미루어 두었던 다른 행사들이 겹치는 까닭도 일조를 한 것인가 보다. 노은두 대장외 날씨를 마음대로 조정하는 박홍식도사 , 멀리 중국에서 갓 돌아온 이승호 그리고 나 이렇게 4명이 전부다. 참 옵저버로 노대장의 사랑스런 2세 두명이 함께 참가 하였으니 머릿수로는 여섯이로다.
적당히 흐린날씨, 오늘은 좀 덜 더우려나? 박홍식도사 이야기로 “하늘나라 측후소(?)에 부탁을 해서 날만 적당히 흐리고 낮 동안에는 비가 오지 않도록 했다”는데...
막연한 기대와 함께 집을 나섰다.
오전 8시 집합장소인 광화문 교보빌딩앞으로 홍식이와 은두가 각기 승용차를 갖고 와서 보다 편하게 다녀 올 수 있었다.
8시 6분 출발, 스타트가 좋다. 진행의 편의 및 경비절감을 위하여 한 대는 중간지점인 김포공항근처 아파트에 세워두고 강화도를 거쳐 목적지인 또 다른 섬을 향하여 서쪽으로 서쪽으로 달렸다. 달마는 동쪽으로 갔는데 우리는 그 반대로 달려가는구나. 상봉산은 강화도의 부속섬인 석모도에 있으니까.
9/55 제1 목적지인 선착장에 도착했다. 중간에 차량 한 대를 안전하게 파킹할 곳을 찾느라 보낸 시간을 감안하면 이곳까지 오는 데는 1시간 반정도가 소요 된 것 같다. 아침시간이라 비교적 도로 소통이 원활한 까닭이다.
비행기를 싣고 나르는 배를 항공모함이라 하니까, 선착장에서 승용차들을 실어 나르는 저 배는 ‘차량모함’ 내지 ‘차량모선’인가“? 저런 배 세척이 섬(강화도)과 섬(석모도)사이를 부지런히 왕복하고 있었다. 대충계산해보니 배 한척이 한번에 승용차 기준으로 27-28대정도 실어 나르는 것 같다. 먼저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차들을 한번 보내고 다음 배편으로 승선했다. 탑승객들이 던져 주는 새우깡 먹이를 기대하며 끝까지 배 주변을 맴도는 갈매기 때들과 함께,
10/12출발 10/27분 도착, 평소 10분거리라는 데 오늘은 조금 더 걸렸다.
우리들은 빈 몸으로 먼저 모선에서 내렸다가
10/33 다시 승용차에 탑승하여 잠간사이인 42분에 도로가 끝나고 등산이 시작되는 지점에 도착했다. 여기서 보문사로의 자그마한 표지판을 보고 오늘의 세부 등산로를 확정했다. 이곳에서 보문사로 향하는 길로 올라 능선의 갈림길에서 잠시 보문사에 들리고 다시 갈림길로 돌아와 점심을 챙기고서 정상인 상봉산으로 돌아섰다가 160봉쪽으로 하산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서 시간 여유가 있으면 석모도 해안일주도로를 둘러본 뒤에 섬을 빠져나가, 잠시 노대장이 잘 아는 횟집에서 요기를 한 후에 서울로 돌아가기로...
10/45출발 10/55 작은 샘에 도착했지만 이곳은 먹는 물로 사용하기에는 좀 산듯해 보이지는 않는 곳이었다.
11/2보문사, 상봉산, 면사무소(올라온 길)의 길림길인 언덕에 도착. 우선 보문사를 잠시 둘러 보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이 섬도 면단위정도는 되는 꽤 큰 섬인 모양이다. 뒤에 노대장이 둘러본 것이지만 해안가에는 논들과 염전들도 상당히 퍼져 있었다.
지금까지의 등산로에는 인적이 전혀 없었는데 이곳 보문사 만큼은 인파로 북적댄다. 일반적인 방문객은 우리가 오른 반대편의 보문사 주출입구에서 매표소를 통과하고 간단히 이곳까지만 들리나 보다. 그들 사이로 멀리 신라시대부터 이어져 왔다는 전설속의 석굴이며 노천 언덕 바위에 커다랗게 새겨진 불상들을 둘러본 뒤에 곧바로 능선 길로 치받아 올랐다. 이곳은 길이 제대로 되어있지는 않지만 그리 어렵지 않게 둘러 올라갈 수가 있었다. 사찰경내와 그 바깥을 구분하느라 적당히 막아 놓는 바람에 길들이 제대로 살아있지 못했다.
이렇게 다시 갈림길로 돌아와 점심을 마치고
12/35 상봉산을 향하여 출발했다. 12/45 245봉을 거쳐서, 12/57 중간 휴식처를 거쳐 13/12 정상에 도착했다. 끊임없이 피어나는 안개 덕분에 더위는 다소 덜하나 대신 전망이 영 좋지가 못하다. 날이 맑았으면 저 건너 바닷가까지의 전경도 상당히 볼만 했을 터인데...
상봉산은 정상이 316미터로 비교적 낮은 산이기는 하나 해발 제로부터 바로 시작하는 관계상 마냥 가볍게 지나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또한 이곳에 도착하기까지 등산로에서 교차하는 등산객을 한 명도 만나지 않는 호젓한 산행인지라 선등자는 마치 아프리카 밀림을 헤쳐 나가듯 나뭇가지를 들고 거미줄을 쳐내며 걸어야 했다. 모처럼 사람들에 치이지 않는 편안하고 여유있는 등산이었다고나 할까. 어쩌면 이 맛에 매력을 더 느꼈는지도 모른다. 서울에서 2시간이내 거리에 이런 호젓한 산이 또 어디에 있을까? 정말 다시 찾고 싶은 산이다. 그래서 시중에 잘 알려진 유명한 다른 산들보다 오히려 이곳이 더 포근한 느낌이다.
인근의 보문사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입시기도등에 열중하고 있었는데...10분거리의 등산로에서는 정상부근에서 도라지 캐는 가족을 만난 것이 유일한 인적이다.
13/20 올라온 반대편으로 하산을 시작하여 어설픈 갈림길에서 공동묘지쪽으로 선회했고 이후 레져차량도 꽤나 드나든 것 같은 거칠지만 넓다란 길을 거쳐서
13/53 한가라지 휴게소 도착했다. 지나 와서 보니 두 길은 결국 하나로 합치는 것 같았다. 휴게소 독점 판매소의 독점가격. 모든 캔종류며 아이스크림이 일금 천원씩. 여기서 적당히 더위를 훔쳤다. 보문사를 둘러본 시간과 점심시간까지 포함해도 세시간 정도의 여정이었다. 이것들을 감안하면 순수 보행시간은 두시간정도 되려나..
도로로 내려온 후로는 노대장 혼자서 3.8키로를 달리고 걸어서 차량을 갖고 왔다. 처음 오르기 시작한 곳과 이곳간의 거리가 이렇게 약 10리 정도길인 것이다. 오늘 노대장 정말 수고가 많다.
14/40 일주도로로 출발, 노대장이 다녀온 반대편으로부터 아침에 도착했던 주선착장쪽으로 일주하여 갔다가 그곳 선착장에 대기하는 차량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또 다른 건널목인 보문 선착장 쪽으로 다시 이동했다.
15/10 보문 선착장에 도착했지만 이곳도 차량행렬이 장난이 아니다. 여기는 보조적인 건널목이라 그런가 아침에 승선했던 곳과는 달리 차량모선 한대가 왕복을 하고 있는 지라 3번만에 겨우 출발하게 되었다. 그동안 모처럼의 시간을 활용하는라 선착장 간이매점에서 1차 단합대회를 하고 도선장 앞에서 2차 단합대회를 하고 그렇게하며 두 번 모선의 왕복을 지켜 보았다.
17/00 더디어 석모도를 출발 17/20 다시 강화도에 도착, 횟집을 거쳐 돌아오는 동안 이미 날이 저물고 바깥은 짙은 어둠 속에 밤비가 촉촉하게 내린다. 하늘도 끝까지 홍식도사의 부탁을 들어줬나 보다.
김포공항부근 차량 파킹지를 거쳐 승용차를 갈아타고 20/40 강남에 도착, 무사히 일정을 마감했다. 감사하고 고마운 하루였다. 다음 등산은 시원한 가을바람과 함께 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