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8일 서울 OB산악부의 2004년 시산제를 겸한 눈꽃산행을 다녀옴으로서 그간 '눈'고팠던 마음을 많이 풀었읍니다..

그냥 온통 새하얀 천지일 뿐인 桂芳山(1,577m)을 다녀와서

부대OB 서울산악부의 2004년 시산제 및 눈꽃산행으로 강원도 평창의 계방산을 다녀왔다.

서울에 살면서도 다른 해에 비해 유독 풍성한 눈구경 하기가 쉽지 않았던 이번 겨울이었다. 한데 그 눈에 대한 갈증을 한꺼번에 풀어버린 하루였다. 산행시작점인 운두령(1,089m)의 한참 이전부터 아스팔트바닥 자욱이 깔린 눈길을 달려 왔고 버스를 내려 걷기 시작하는 초입계단 이전부터 천지는 온통 백설들의 잔치다. 날씨가 좋으면 저만치 오대산(1,539m)도 환히 내다 보인다고 했는데 오늘은 그런 기대는 접어야 할까보다. 하늘과 땅이 모두 새하얀 눈들의 잔치이고 사방으로 불어대는 산바람으로 인하여 시야주변도 온통 백색가루들 뿐이다. 돌아와서 들으니 같은 날 설악산 백담사주변에 산천어낚시를 다녀온 知人은 체인을 감았는데도 불구하고 소형승용차를 두 번씩이나 180도 회전하는 아찔한 곡예운전을 했다고 하는 날이었다. 십년감수했다는 그런 위험한 사태를 겪지 않은 것만도 얼마나 다행인가? 거대한 눈꽃 잔치도 보고 맑게 개인 하늘과 멀리 뻗어 있는 장엄한 산악등선도 동시에 감상하는 고급스런(?) 기대는 아예 하지를 말자.

오전 6시 50분 강남의 교대전철역앞에서 미사연산악회에서 준비한 대형버스에 올랐다. 7시 출발예정에 1분연발, 그정도야 애교로 봐줄 수 있지 않은가? 우리 일행은 박진선배를 비롯 박홍식대장, 정상태, 이승호, 노은두, 김남수, 그리고 나 이렇게 모두 일곱명, 서울 총무는 모든 수속만 해주고 정작 산행에는 함께하지 못했다.

동시에 출발한 버스는 두 대, 계방산이 대중들에게 상대적으로 크게 알려진 산은 아니지만 그 위치와 남한 5대산이라는 높이(1,577m)로 말미암아 겨울철에 만큼은 꽤 인기가 있는 산이다. 千고지 이상에서 등산을 시작하므로 주행거리는 비교적 짧고 등산로가 비교적 평탄한 것이 인근 오대산과 유사하다. 그러면서도 상대적으로 많은 눈을 종일 상대할 수 있으므로 인기가 있고, 하산 길에 ‘이승복생가터’라는 眞僞야 어쨌든 유명장소를 함께 둘러볼 수 있으니 그 또한 덤이지 않은가. 요즘 일부러 꾸며놓은 민속촌이외에서 옛 그대로의 초가집을 본다는 것도 정말 쉽지 않은 것인데...

미사연에서 제공하는 자그만 떡과 음료로 요기를 하고 한시간 정도가서는 첫 20분 휴식을 하는 동안 아침까지 챙겨먹으니 배도 부르고 느긋하기만 하다. 이후 눈덮인 강원도 산야를 감상하며 달리다 보니 예정시각인 10시 정각 운두령 등산로 입구 도착했다. 하차하자마자 우리 일곱은 초반 스퍼트를 시작했다. 다른 미사연 등산객들과 달리 우리는 별도로 시산제행사를 가져야 하므로 시간을 좀 벌어야 하는 까닭이다. 그래서 50분정도를 선등하는 등산객들에게 밀리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내리 달려 잠시 숨을 고르고, 11시 40분 헬기장 조금 못 미친 1차 목표지점에 도착했다. 길가 왼쪽에 버티고 있는 목표지점인 주목 아래를 선점하여 간단히 정리하고 조촐한 제사상을 차렸다. 시산제를 위한 준비물품은 김남수대원이 챙겨왔고... 실지로 정상을 오른 후 고개 삼거리쪽의 하산길 초입에 더 훌륭한 주목과 보금자리가 있지만 우리보다 일찍 산행을 시작한 다른 산악회의 등산객들로 인하여 그곳이 우리들 몫이 된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이곳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여기서 박홍식대장의 선도하에 시산제를 지내고 펼친 김에 점심까지 해결하고 12시 20분 다시 스타트 했다.

계방산 정상에 이른 시각은 12시 45분, 등산 시작 후 실시간으로 두시간 정도 걸린 셈이다. 실지로는 이만큼 걸릴 거리는 아니지만 혼자 겨우 나아갈 수 있는 등산로 외에는 오르내리는 사방이 눈으로 뒤덮여 추월이 쉽지 않아 자주 브레이크가 걸린 탓이다. 거의 전 코스가 이렇게 외길밖에 없으므로 초등자라도 길을 잃을 염려가 덜한 것이 일반 대형 단체 산행으로는 통제가 쉬운 장점이 될 수도 있겠다. 하산 길에 보니 계방산쉼터에 그 시간에 대기중인 대형버스만도 20대가 넘어 보였다.

좀 전에 시산제를 지냈으므로 정상답파식은 생략하고 그대로 계곡길로 하산, 2시 10분 ‘공산당이 싫어요’로 유명한 이승복 생가터에 도착했다. 날씨가 맑으면 능선길이 더 좋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생가터를 놓치게 된다. 이 생가터 주변의 다른 가옥은 모두 철거되어 버리고 유독 이 집 한 체만 외로이 남았다. 정말 오랫만에 보는 초가집이다. 아직도 여전히 눈길이지만 이젠 제법 대로로 접어들었으므로 짐들을 추스르고 아이젠도 풀고서 집결지인 계방산쉼터가 있는 윗삼거리에 도착한 시각이 2시 30분이다. 이후 버스 출발시간인 3시 40분까지 두부김치와 강원도 특유의 옥수수 곡차로 간단한 뒤풀이를 했다. 예정 출발시간이 3시 30분이었는데 10분 지연이다. 이것도 비교적 정확했다고 봐 줘도 좋을듯하다. 그리고서 서울행이다. 시작부터 막히기 시작하는 길이라 6시간은 족히 걸릴 것으로 내다 봤는데-실지로 산천어 낚시를 갔던 지인은 비슷한 지점에서부터 계산해서 그보다도 훨씬 더 걸렸다고 한다.- 고속도로에 올랐다가 국도로 나오고, 국도 중에서도 정말 이름없는 이면도로도 거치고서 다시 고속도로로 들어서는 등으로 요리 조리 요령을 부리더니 결국 영동고속도로에서 중부고속도로로 갈아타고 동서울요금소에 도착한 시간이 7시 20분이다. 이후 삼성역을 거쳐 출발지였던 교대역에 도착한 시간이 7시 40분이니 정확하게 4시간 만에 주파한 것이다. 역시 운전의 전문가답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직접 등산과 관계가 없는 현장까지의 접근과 귀가 길은 적절히 외부의 힘을 활용하는 것도 경우에 따라서는 큰 도움이 된다는 걸 다시한번 느꼈다. 덧붙여 그간 승용차를 직접 운행하느라 남보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그 탓에 뒤풀이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웠던 대원들의 심정은 더욱 홀가분했을 것이다.

다시 보는 다음 산행 때까지 모두 다 건강하고 평안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