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훈 선배님의 명령(?)으로 Y.B가 O.B산행일지에 글을 올립니다...

대상산: 경남 대운산(742m)
일 시: 1999년 12월 19일 일요일
대 원: 김정실,차동주,이충한,성경직,이희태,이승렬,김치근,신종철,강양훈,
김규태(+김영현),민영도,윤정미,신수정(+신자운),김지성,이승용(재),
이지민(재),최호승(재),오준석(재)


사람에게는 세상 빛 처음 맞는 생일이 있듯이, 산악부가 결성될 때는 처음 생기는 창립일이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도 나는 어떻게 4년동안 몸담고 있으면서도 그 생각을 한번도 하지 못했는지 기쁨보다 부끄럼이 앞섰다. 산악부의 설립 배경하며, 뒷이야기, 부훈을 다시 생각하며 집을 나선다.

동부터미널 도착시간은 7시 40분. 아직 20여분이 남았다. 선배님들이 몇 분 오시고, 8시가 다 되어가는데 회장님도, 선배님들도 오시질 않는다. 누군가 "영도 선배님 오시네..."하는 소리에 내다보니 영도 선배가 엉뚱한 곳으로 향해 가시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Y.B를 비롯 몇몇은 정류장 안에서, 나머지 분들은 밖에서 서로를 기다리고 있었다.
......첫 시작부터 손발이 맞지 않던 이번 산행은 대운산(742m)으로의 행선지 변경과 연맹 O.B팀과의 합류 등 진짜 산에 붙기까지 정말 오랜 기다림과 추위를 느껴야 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산행하기는 연맹 합동 산행을 제외하면 처음이라 든든함과 함께 '군중속의 익명성'이란 생각도 들었다. 과거 산악부가 번창하던 때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그저 추측해볼 뿐이다.

대운산까지는 적당한 오르막 뒤의 내리막, 그리고 다시 오르막으로 능선보다 산사면을 많이 타는, 감기를 뗄 정도의 땀을 흘릴 수 있는 산행이었다.
첫 봉우리(시명산(673m)인듯...)에 올랐을 때 저 멀리 보이는 산이 정상일 줄이야... (2시 10분경)대운산 정상에서의 답파식을 짧게 끝내고 내려오는 길의 점심 한 상... 푸짐하게 나오는 반찬들에서 "내조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그건 기쁨일까? 귀찮음일까?) 얼떨결에 받아마신 한 잔의 고량주는 모든 것을 하나도 남김없이 쓸어가버리는 용암, 그것이었다.
그러나 내려오는 길은 지루하리 만치 길었고, 지칠만큼 경사가 급했다. 하긴 지리산의 칠선 계곡 코스에 비하겠나만은... 하지만 푸르디 푸른 탑골 저수지와 고즈넉한 분위기, 여기에 새소리까지 더해져 기념 등반의 깔끔한 마무리로써 충분했다.(3시 30분경 도착)

선배님들과의 산행은 Y.B산행과는 또다른 맛이 있어 참 좋다. 1, 2학년때 섭외랍시고 그저 마음으로만 선배님들과 가까워지고 싶어했던 때가 있었는데, 선배님들과 편하게 웃고 떠드는 내 자신을 보면서 시간의 흐름을 새삼 느껴본다.
매스컴에서고 어디서고 새천년 밀레니엄을 떠들어대는데 그런 20세기의 마지막 산행을 선배님들과 함께 결코(!) 조촐하지 않은 산행을 할 수 있어서 너무 oo했다.(oo? 알고 있는 단어로는 표현 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