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을 준비할때마다 생각나는 의문 우리는 왜 산에 가는가? 오늘도 여기에 대한 뚜렷한 해답은 떠오르지 않는데 하나더 덧붙여진 물음, 며칠전에 돌아가신 우리선배는 어디로 갔는가? 젊는 나이에 죽은 후배놈은 어디로 갔는가? 이 모든 의문을 뒤로하고 일요일 신새벽에 떠지지 않는 눈을 비벼가며 산을 향해 떠났다. 어느산이 좋을지 아무리 생각해도 별 뚜렷한 생각이 나지 않고 이산 저산 생각이 머릿속에 맴돈다. 어느산이 좋았더라? 아무리 곰곰생각해보아도 이산저산 다좋았던 것 같은데 그럼 그동안 우리의 산에 대한 안목이 탁월하여 좋은 산만 골라 다녔던 것인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지는 않고 문득 모든산은 좋기 때문에 어디를 가더라도 좋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산이란 어느산을 언제가도 좋았었다. 봄에 아스라이 파스텔조로 번져오는 연두색에 취해 산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짙푸른 녹음이 산을 덮고 얼마지나지 않아 해가 짧아지기 시작하면 온산을 물들이는 단풍 그리고 낙엽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싸리나무 참나무 굴참나무 박달나무 군데군데 모여사는 늘푸른 소나무 얼음언 계곡아래를 흐르는 물소리 산의 고요함 그리고 불현듯 생각나는 외로움 그리움. 이 모든 것이 좋았었다.

이번의 산행의 시작은 백운슬랩옆으로 해서 릿지를 오르는 코스를 택했다. 발아래를 내려다보면 고소공포 때문에 온몸이 저릿저릿하는 느낌이 들지만 앞이 거침이 없어 멀리 얼음골 이 보이고 그위에 재약산이 솟아있고 저멀리 남명리와 굽이굽이 흐르는 강이 보였다. 이십구년전 중기등반 때 키슬링을 메고 올랐던 백운산을 단숨에 올랐다. 예나 지금이나 백운산은 무심히 그 자리에 있고 저멀리 머리위에는 가지산이 한참 위로 솟아 있다. 오늘의 목표는 저 가지산 우리일행은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다. 가지산을 지나서 계곡으로 하산하면서 모여앉아 졸졸 흐르는 바위밑의 물소리를 귀기울여 들었다. 세상이 고요해지매 내가슴 뛰는 소리가 들리더라 그리고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며 산과 내가 둘이 아니고 하나임을 문득 깨닫게 되더라.
그리고 계곡옆 아주평평한 바위에 자연이 그린 그림을 보았는데 그 그림은 보는 사람에 따라서 눈 내리는 숲의 풍경도 되었다가 꽃이 만개한 나무되었다가 하는 것이었다. 이그림을 이 산행의 기념으로 우리의 가슴에 담았다. 낙엽덮힌 계곡의 끝자락에 이르러 우리는 발을 씻는 것으로 이번산행을 마무리 했다. 그것은 산과 우리가 하나되는 경건한 의식이었다.

함께한 양수 정희 정호 영주 이번산행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