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雨中山行(대운산 산행기)


글쓴이 : 하정호 조 회 : 38 글쓴때 : 1999/09/16 14:20

--------------------------------------------------------------------------------
대상산 : 양산 대운산
일 시 : 1999년 9월 5일
참가대원 : <부산> 이충한, 김치근, 이창규, 신종철, 박만교, 하정호,
민영도, 윤정미
<울산> 이희태, 강정웅, 이영석, 김광섭

전날 일기예보에서 비가 올것 이라고 해서 불안한 마음으로
눈을 떠 보니 잔뜩 찌뿌린 하늘이긴 해도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다.
오늘 잘 하면 고어텍스의 위력을 과시 할 수 있겠구나 생각하면서
아껴두었던 윈드쟈켓을 배낭에 넣었다.
명륜동 터미널에 반가운 얼굴들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하면서
활기가 돈다.
서창 시외버스 정류소에서 울산 팀이 합류하고 산행이 시작 되었다.
택지개발로 지형이 좀 바뀐 탓인지 대장님(영석 형)이 초입 부터
다소 헷갈리는 모양이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산자락을 돌아 언덕길을 올라서 한 차례 '헛심'을 쓰고
나니 넓은 산길이 나타난다. 그새 하늘에는 검은 구름이 몰려 들더니만
주위가 저녁 무렵처럼 어두컴컴 해지고 빗 방울도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오늘 처음으로 오신 손님도 있고 아주 오랜만에 함께 산행 하시는 분
(강정웅 선배님)도 있는데 오는날이 장날이라고 날씨가 이 모양이니
대장의 평소 인덕은 가히 짐작 할 만하다.

자기의 몸매에 자신이 있는 몇몇분은 시원하게 웃통을 벗어 제끼고
산을 오른다. '제길, 배만 좀 안 나왔어도 나도 벗는건데'
산은 아주 평범하다.
울창한 숲길을 두 서너번 쉬면서 2시간여 오르니 밋밋한 정상이 나타났다.
어느새 굵어진 빗 줄기에 속옷까지 흠뻑 젖었다.
이렇게 신나게 비를 맞아보는것이 대체 얼마만인지!
다들 상쾌해 하는것 같다.
처음 오신 손님의 선창으로 만세 삼창을 우렁차게 외치고 하산길을
남창쪽으로 잡았다.
올라온 쪽과 달리 상당히 가파르다.
이런 악천후 속에서 어린애까지 동반한 등산객들이 있다.
용기가 가상하다고 해야 할지 무모하다고 해야 할지.
1시간 넘게 내려오니 내리막이 끝난다.
비를 피해 점심 먹을 장소를 찾는데 지붕있는 대피소 같은 구조물에는
사람들로 가득 하다. 고기를 굽고 술잔을 돌리면서 저희들끼리는 상당히
즐거운 모양이다. 조금 자리를 내어 줘도 될것 같은데 미동도 않는다.
결국 조금 떨어진 숲속에 어느정도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에 자리를 폈다.
옛 추억을 되살리며 먹는 '雨中食事'도 좋은데 부디 산성비는 아니어야
할텐데...

마을버스를 타고 남창으로 나오니 차시간이 애매하다.
기차를 기다리며 역전 식당에서 메기매운탕에 막걸리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회식을 가졌다. 하염없이 비는 내리지만 막걸리 한 두잔에 벌써 취기가 오르고 기분좋은 적당한 피로감에 잠시 행복하다.
강정웅선배님께서 고맙게도 기차간에서 마시라고 막걸리와 안주를 건네
주신다. 울산팀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부산으로 향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기차를 타보고 또 다른 감회에 젖는다.

힘든 산행을 즐겁게 같이 해준 대원들 모두 수고 많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