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가고 싶다.

칙칙하게 뒤얽힌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아마 지금쯤 취서,신불산 사이 너른 평원을 온통 황금으로 물 들였을
억새들의 바다, 그 포근하고 따스한 물결위에 드러 눕고 싶다.
천천히 쓰다듬듯이 흔들리는 모습은 너무나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고
상처를 포근히 감싸주는 듯하다.
나의 불안과 초조함, 전전긍긍을 거기서 위로 받고 싶다.
'산다는 것은 이렇게 홀로 앉아 소리없이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는 것'이라는 신경림 시인의 싯구절이 있는데, 나는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의 움직임을 볼때마다 이 구절이 떠오르곤 한다.
그래서 지난 주 억새의 위로를 받으러 신불산을 오르다 시간이 안되어
아쉽게 발걸음을 돌린적이 있었다.

적자생존의 인생살이속에서 매일 매일 전투의식으로 무장하여 끝없는 수익증대의 맹목적 의지를 다져야 하는 나의 습관적인 모습에 때때로 회의가 들때가 있다.

특히 억새가 흐느끼는 이 가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