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월의 무명리지 -

 

솔개의 날갯짓 의상봉을 쓰다듬고

고담봉 이어지는 능선

억새 빛으로 물드는데

저 아래서 올라 치는 바람은

이 내 한 몸 저 멀리 내동이 칠 기세라

아뿔싸, 로프를 매지 않았구나!

이 칼날 능선에

뒤에 오는 임들이 염려스럽다.

 

백두대간의 곁가지가 오륜대를 둘러치니

호수가 반짝인다.

저 물이 저리도 맑았든가.

거꾸로 서니 부채바위가 손에 잡히네

아하, 예가 천상인가.

바람은 귀청을 때린다.

하고 많은 이들이 두려워 내려가는

정상 하강.

오늘도 쫀다.

 

함께 할 악우

언제나 반가운 산이 있어

내 더 무엇을 탐하리오.

그저 와서 즐기다 가면 그만인 것을

 

바람처럼 왔다가 그 바람을 타고 갈 삶

무슨 자국을 남기고자 그리도 애를 쓸까

허허로이 가슴 가득

부푼 산바람만 채우고 내려간다.

 

- 석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