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애초에, 모질디 모진 인간들의

호감을 사려던 것은 아니었다.

 

풀인지 꽃이었는지

본래부터 가난하고 억척스러운 삶이었기에

차라리 비바람 불고 눈보라 치던 들판에서

혹은,  허기진 날개짓들이 분분하던 산등성이에서

비로소 향그럽고도 고운 빛깔로 단장을 하였느니

오로지 날 소중히 여기는 발길들을 생각해서라

돌아서면서까지 내 마음 어루만지던 그 손길들을 위해서라.

 

처연히 시들어 갈 때에도

부풀어오르는 가슴을 위안으로 삼아가며

또 피어날 날을 꿈꾸며 살아가리니

 

그대여!

구태여 이름지어 부르지는 마시라

처음 모습 그대로

그냥 이리저리 나부끼며 살아갈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