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 부대 합동등반이 있는 날 아침, 먹구름이 쉴 새 없이 북쪽으로 몰려가고 있습니다. 전날 재학생 부장에게서 전화가 왔기에 비 안온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했지만, 요즘 천기를 읽는 능력이 많이 떨어져 걱정이 앞섭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그동안 산신령을 멀리한 때문이지요.

아침 10시 노포동 전철역, 우려와는 달리 무려 40명이나 왔습니다. 그리고 공덕 초등학교로  바로 온다는 회원이 7명 모두 47명이 참가하였습니다.
자가용 2대, 봉고 2대에 가득 타고도 모자라 마을버스까지 나눠 타고 대 이동을 하였습니다. 임기마을 한가운대를 줄지어 지나가니 동내사람들 뭔 일인가 싶어 내다봅니다.  

오늘 산행코스 간단히 설명하고 단체사진 찍고, 11시 경 철마산을 향해 출발!
전문 산악인답게 입석마을에서 시작하는 노말코스가 아닌 남들 안 다니는 계곡에서 시작하는 코스를 잡았는데, 전날 비온 후라 그런지 습도가 장난이 아닙니다.

산행 시작부터 나뭇잎에 맺힌 물방울과 땀방울이 합쳐져 비를 맞은 생쥐처럼 되었습니다.
히말라야를 넘나드는 전문 산악인도 혀를 내두러며 힘들어 하는 것 같은데, 이 정도면 나도 히말라야로...(망구 내 생각이지만)아마 오늘은 적당히 걷고, 먹고, 놀 생각으로 왔는데 생각보다 쪼금 힘드니까 그랬나 봅니다.

한 시간 걸려 능선에 도착 후 대원들에게 의견을 물어보니, 물론 예상했지만 이구동성으로 철마산에서 바로 하산하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원래 계획은 임기마을-철마산-매암산-망월산-백양산-임기마을 이였습니다. 산에서는 선배보다 대장이 더 높다고 배웠는데 그게 말하고 뜻이 같은 것이 아니지요. 대원들의 의견을 존중하여 철마산에서 바로 하산하기로 하였습니다.

40명이 함께 먹을 수 있는 식사장소를 물색하다가 정상 근처에 넓은 터에 자리를 잡고(대원이 많으니 터 잡는 것도 쉬운 것이 아니였습니다.)
동대 부대 삥 둘러 앉아 울산에서 공수해온 희태표 고래고기와 정웅표 보드카, 그리고 막걸리와 소주로 입가심하고, 점심을 맛있게 먹고 임기마을로 하산하였습니다.

임기마을에서 공덕초등학교까지 약 3km를 구보로 갈 계획 이였으나, 대원들 상태를 보니
무리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며칠 전 경찰들 혹서기 훈련하다가 병원을 실려 간 기사를
보고 걱정도 했지만, 초등학교에 도착해 있을 축구시합을 감안해 버스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2시 45분 공덕 초등학교 도착하니 경비 아저씨가 주차장 문을 열어 놓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학교운동장 예약 때문에 일요일에 한번 왔었는데, 학교를 얼마나 깔끔하게 관리하는지 마음씨 좋고 무엇이던 뚝딱 잘 고치는 어릴 때 본 시골 수위아저씨를 닮았습니다.

드디어 축구 시합, 10여 년간 한 번도 못 이겨본 경기, 라이벌이라 생각했지만 5년 패 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축구화도 마련하고 전날 발도 맞춰 보고 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이젠 공한증과 비슷한 공동증을 느낄 지경이었습니다.

엥간하면 봐 줄만도 한데  무려 십년간 한 번도 져 준적이 없는 그러나 미워할 수 없는 동대를 격파하기 위해, 이기석 신임 감독의 지휘아래 오직 젊고 실력 있는 선수만을 기용해 압도적인 체력과 투지로 전반에 천금 같은 한골을 넣었습니다. 후반에 몇 차례 실점의 위기를 맞고 수비수 하정호 선수를 긴급투입 전반의 한 점으로 드디어 승리하였습니다.

성격직 선배님, 유완식 선배님, 강정웅 선배님, 회장님 그리고 고참 선배님들 그동안 동대와 시합한다고 고생 많았습니다. 누가 그라대요 우리가 동대에게 진 것은 연식 때문이지 실력이 아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자만하면 안 됩니다. 이번엔 동대의 스트라이커가 몇 명 빠졌고
다음번에는 만만치 않을 거라고 예상됩니다.

시합은 이겼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한 기분이 남습니다. 축구화 까지 준비한 정호가 주전에서 탈락하여 후보 선수로 벤치를 지키고 있고, 본인 역시 후보에도 탈락했으니 세월을 원망해야할까요? 작년까지만 해도 일순위로 뛰었는데...

무사히 축구시합을 마치고 식당에서 마련한 봉고로 이동하여  선동에 있는 농원집에 도착했습니다. 농원집은 오륜대를 끼고 있는 경치좋고 , 공기맑고 , 시설좋은 자연속의 식당입니다.
오리와 닭을 굽어먹고 삶아 먹고, 시원한 맥주와 소주, 막걸리를 서로 권하면서 동대와 부산대 산악부의 우정이 하지의 짧은 밤이 아쉽도록 깊어만 갔습니다.  

부산대 참가자(존칭생략)- 30명
성경직 조해래 유완식 강정웅 이기석 신양수 김치근 신종철 양경희 하정호
김규태 민영도 김지성 박중하 백광윤 최호승 조창렬 김양현 장병길 고은빈
이종록 박성환 조광운 문은지 전재민 정진희 허문철 이재희 강지혜 김민성  
동아대 참가자- 17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