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형과 기석형이 왔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출발 시간에서 10분이 지나자 우린 미련 없이 출발하였다.
또 12월이 있지 않은가!
올해 가을은 가물고, 기온이 높았던 관계로 단풍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왠걸, 11월도 하순으로 접어드는 늦은 가을이었는데도, 가인계곡 입구에서
남명리 까지의 국도변 가로수 단풍은 환상적이었다.
그리고 좌우 산들의 3~4부 능선 아래로는 노랗고 붉으레한  단풍들이 마지막
가을을 아쉬운 듯  붙들고 있었다.

석골사 10:00 에서 상운암까지는 계곡을 따라 가파른 오르막의 연속이었다.
간간히 계곡의 단풍 구경 겸 휴식을 하며, 12:20 상운암에 도착 하였다.
상운암 주위 나무들은 이미 겨울 채비를 끝마쳐 있었다.
그러고 보니 산들의 겨울 채비는 이미 5부 능선 까지 완료 되어 있었다.
지난 주 신불산에서는 6~7부 까지 단풍이 있었는데...
햇빛이 쬐는 잔디 밭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날씨는 쌀쌀하여서 점심을 다 먹을 즈음에는 춥기까지 하였다.

오늘 따라 이야기 보따리는 푸짐 하였다.
임송봉 선배님의 비단초 효능 이야기는 모두의 귀를 솔깃하게 하였다.
차동주, 이희태, 성경직 형님들을 임상시험 중인데,  각종 암 예방에다 혈액순환, 이뇨작용,
숙취해소 등의 많은 효능중 특히 성기능이 향상 된다는 대목에선 모두들 눈을 반짝이며
귀가 솔깃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완식형의 어떤 사내의 술끊은 에피소드도 재미 있었다.
어떤 사내가 술끊을 결심을 하였다.
그는 평소 오른손으로 담배를 피웠나 보았다.
그래서 그는 왼손으로 하여금 칼로  오른손을 사정없이 찍어 버리게 하였다.
그리고 다시는 오른손에게 담배를 입으로 가져 가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그 사내는 담배가 다시 피고 싶어졌다.
그럴 때마다 그 사내는 왼손에게 칼을 들라고 했다.
그러면 오른손이 부들부들 떨면서 담배를 꺼낼 엄두를 못내는 것이었다.
그는 그렇게 하여 담배를 끊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가난한, 상운암에서 1:00 출발 하여 조릿대 숲을 지나 1:20 정상에 도착 하였다.
운문산 정상에서의 조망은 사방이 거침이 없었다.
남명리 전체가 빤히 발아래 보였고, 그 뒤 제약산과 능동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그 능선 뒤로는 간월, 신불, 취서, 시살등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겹쳐저 있고,
그 능선들의 왼편으로 가지산 정상이 솟아 있고, 그리고 웅장한 능선이 곧장 아랫재로
흘러 내려오는 풍경은 정산에서의 조망중에서 압권이다.
아랫재 왼편으로 심심이 골이 뻗어 내려 운문사 쪽으로 향하고 있고,
방금 올라온 뒷쪽으로는 억산, 구만산 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한눈에 쫙 들어온다.
그러나 남명리 마을이 워낙 빤히 보이는 덕분에 1188m 라는 높이는 실감이 나지않았고
정겨운 동네 뒷산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영남 알프스의 백미는 시살등에서 취서, 신불, 간월산까지의 능선과,
제약산에서 능동,가지, 운문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일 것이고
계곡으로는 배내 청수골과 운문사 뒷쪽의 심심이와 학심이 골일 것이다.
인심을 좀 쓴다면 구만산의 통수골도 끼워줄까?
언제 어느때 오더라도 반갑고 정겨운 산군, 우리 산악회 뿐만 아니라 부산 경남 산사람
모두에게 가장 사랑 받고 친숙한 산들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1:45 출발 2:15 아랫재 도착
아랫재로의 하산길은 참으로 오래간만이다.꼭 30년이 되었다.
조만간 꼭 심심이 골을 가 보리라 다짐하며 곧장 남명리로 향하였다.
아랫재에서 남명리로의 하산길은 꼭 산보 코스 같다.
늦가을, 걸어 보고 싶은 산길 중의 하나로 기억 해 두어도 좋을 법하다.
3:10 남명리는 꽃처럼 붉은 사과 천지였다.
잎은 다 떨어지고, 가녀린 가지가 안쓰러울 정도로 굵은 사과들이 가득 달려 있었다.
정상에서 본 남명리는 산중턱 부터 온통 햇빛에 반짝이고 있었는데. 내려와서 보니
사과밭 바닥에 전부 은박지 같은 바닥재를 깔아 놓았다. 아마도 잡풀이 자라는 것도
막고 또 햇빛을 반사시켜 사과의 아랫부분도 잘 익게 하려고 설치 해 둔것 같았다.
아직도 사과 밭에는 수확하지 않은 사과들이 많이 있었다.
오늘이 사과 따는 날인지, 이곳 저곳 밭에서 사과를 따고 있었다.
(떡본 김에, 사만원에 한상자 넙죽 사서 희망자 끼리 나누었다)
남명리 첫마을 다리위에서 회장님과 김정실 선배님은 석골사로 차 가지러 가고,
나 혼자 오도커니 앉아 후미를 기다리고 있었다.
텃밭에서도 사과밭 울타리 나무에서도 가을은 조용히 조용히 깊어 가고 있었다.

인골 산장에서 오리 두마리로 회식을 하고, 영도와 완식이 형은 회장님 차에 타고
나머지 대원은 김정실선배님 차를 타면서, 헤어지기로 하였다.
적당히 취기가 있었던터라 집에 와서 TV를 틀어 놓고는 잠이 들었었나 보았다.
어렴풋이 TV소리가 들리는데 "대조영" 이었다.
대조영이 어머니의 원수를 갚겠다고 하자 대조영의 아버지는 "더 큰것을 위해
개인의 사소한 원한은 잊어 버리라"고 하였다.
완전히 정신이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확 부끄러움이 몰려 오면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어지는 것이었다.
김정실 선배님 차를 타고 오면서 ,집사람이 핀잔을 주는 것도 무시하고,
쉴 새 없이 자랑을 늘어 놓았던 기억이 연이어 떠 오르면서...

아무래도 나는 조울증이 있는 것 같다.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까진 우울증에 빠진 것 처럼 무료하고,조용하다가
토요일 오후 부터 회복이 되어서는, 일요일만 되면 조증의 상태가 되는 것 같다.
늘 10시에 아침을 먹다가, 일요일은 새벽같이 일어나서는 국민학교,고등학교 그리고
OB산악회랑 매주 번갈아 가며 산행을 하고, 회식을 하고,그리고 쉴 새 없이 떠들고...
나이가 들어 가면,점점 말도 주장도 줄이라는데, 나는 아무래도 큰병에 걸린 것만 같다.

선배님 죄송 합니다.
산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아무것에서도 즐거움을 얻지 못 하니까 오로지 산에만 메달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선배님 앞으로 조심 하겠사오니 혹시 다음에 또 그런 증상이 보이더라도 널리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완식이 형님 9월 산행 때 보다 훨씬 더 가까이 다가간것 같이 느껴집니다.
산에서 자주 뵈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참석자 명단 ;  임송봉, 김정실, 유완식,김치근, 이영주,
                                            신양수, 이정희, 박영도, 김강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