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프루나 트래킹기

집 나가서 잔 횟수로 보면 다른 사람 못지 않은데 아직도 집 나가서는 잠을 설친다. 텐트 속이고 로지 속이고 간에… 그래서 새벽 3시나 깨면 거의 매일 전날 일지를 적었다. 그 내용은 혼자 간직할 것도 많고 하여 이곳에는 참고할 만한 내용 중심으로 쓴다.

1.        첫째 날

9시 45분에 있는 비행기인데 공항에 심야 버스 타고 내리니 5시 밖에 안됐다. 어떻게 시간 보내나. 몇년전 일본 북알프스 갈 때 내렸을 때는 이시간에 사우나를 갔는데 사우나가 없어졌는지 못찾겠다. 공항이나 한바퀴 쭉 둘러보다가 곧 한시간이 지나고 6시 10분 정도에 탑승수속 시작이다. 빨리도 한다. 항공권도 프린트로 출력한 단 한 장. 일찍 줄 서니
어디 좌석 원하느냐 해서 창가. 날개윗쪽은 어떻느냐 해서 아닌쪽으로 달랬다.

얼마 안 있어 새만금 방조재의 거대한 갈매기 모양의 선이 보이고 시시한 영화 한프로 보고 나니 6시간이 금방 간다. 네팔 다 되어 가니 구름 위로 거대한 히말라야가 보인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뭔가가 느껴진다. 달나라 여행하는 데 수만달러 내는 사람도 있다는데 달을 밟아 보기 위함도 있겠지만 그냥 우주에서 지구를 보기 위해서가 아닌가. 다른 별들이야 지구에서도 보일텐데. 우리들 가슴속에 흰산을 품고 사는 이들 – 실현가능하든 안하든간에 – 에겐 구름 위로 거대하게 쏟아 오른 저 히말라야를 보는 것 만으로도 비행기삯 100만원은 한다고 생각한다.

비자를 받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네팔짱에서 픽업을 나왔는데 다시 온다면 이곳에 묵지 않고 다른 깨끗하고 저렴한 게스트하우스에 묵겠다. 타멜거리에 유명한 게스트하우스로 카트만두 게스트하우스가 있고 하루30불 이상이다. 돌아올때 티벳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었는데 모든 택시 기사가 알고 있어 찾기 쉽고 서비스나 방도 괜찮은 편이다. 공항에서 타멜까지는 200~250루피이고 30분정도 걸린다.

타멜 거리에 온갖 가게들이 있는데 가스 2개(한국산)와 메트리스를 샀다. 가스 하나값이 카고백 값과 같다. 400루피. 겨우 2개 600루피 정도 주고 샀다. 카고백이 없다면 여행용 가방에 꾸려가서 현지에서 사면 저렴하다. 짐은 돌아올때까지 게스트하우스에서 보관해준다. 과일도 간식할겸 샀는데 사과는 절대로 사지마라. 오랜지로 로칼(네팔산)것을 사면 오래가고 맛도 좋다. 크고 노란 인도산은 맛이 별로였다. 트래킹 준비물로 코펠, 버너는 적혀있지 않은데 우리 산에 다니는 사람에게는 무엇보다 필수품이다. 물을 끓여 보온병이나 수통에 담고(물 1L에 5~60루피 = 1불),라면이나 스프나 커피도 끓여 마시고, 비 맞으면 옷도 말린다.  찬물로 씻고 난 뒤에 머리 말리는 드라이로 써도 된다. 철사 같은 것 구부려 스프링모양으로 만들어 양말을 뒤집어 씌우고 버너의 더운 공기를 넣으면 완벽한 건조기 기능도 한다. 아무튼 2인용 코헬과 버너를 가져가서 요긴하게 썼다. 안나프루나 BC(ABC)에서 내려오는 날 오후에 비를 맞고 추위에 떨 때 방에다 버너 피우고 스프를 끓여 가이드랑 러시아 걸들이랑 나눠 먹었다. 쌩큐를 연발. 그녀들 마음을 잡았으나 혼자서 둘이가 감당(?)이 안될 것 같애서 그 정도로 했다.

침낭도 하루 100루피 정도로 깨끗한 동계용을 임대하니 없는 사람은 임대도 고려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