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덮혀 버린 길은
눈보라 속으로도  가야할 길은
베낭 무게인가?
오르막 때문인가?
헉헉거리는
차마 절박하게 헉헉대는 숨 쉬면서라도
어둡기 전에 가야하는 길은

하마 어디 쯤인가
바람은 얼굴을 찌르고
눈발은 눈썹을 쩍쩍 붙여버리고
온몸으로 막아서는데
속에서 끓어오르는 것은
날숨으로 내보내고
살기등등 창끝같은
바람을 들이킨다


(처음으로 올랐던 산은 그대로 고통이었다.
동시에 멋진 그림을 보는 듯
잊었던 고향같기도 하고
맨 처음 들었던 교향곡같기도 하고
꿈꾸었던 환상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 듯
거부할 수 없는 마력이
뻔히 고통을 알면서도
다시 산으로
다시 산으로 가게 만들었다.)

하늘은
온통 눈이 미쳐 날뛰는 하늘은
그 발 밑에 엎드린
눈으로 덮여버린 능선은
바람은
까마득한 전생부터 두려운 미래까지
모두 날려버릴 듯한 바람은
그 바람 속에서도 나무는
순록의 뿔을 닮은 나무들의 가지는
어둑어둑 어둠이
그녀의 눈가 그늘처럼
가슴을 저리게 만드는
아아~
이 어스름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