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2008년 10월 4~5일
대상산: 영남 알프스
참가회원: 신양수회장님, 조해래, 유완식, 신수정, 김치근, 김흥국, 백광윤



영남알프스.
오랜만에 가는 영남알프스.
멀리 돈 많이 들여 지리산은 자주 갔는데
왕복 차비 5000여 원하는 이곳을 그렇게 소홀히 했다니.

언양까지 차비 4200원.
그전 노포동 터미널에서 승합차기사가 석남재까지 7만원이란다.  
유혹을 과감히 뿌려쳤다.
나나 광윤이야 회장님이나 다른 형님 하는 데로 따라 하면 된다.
우리가 어디 돈이 없어 승합차를 안타겠는가(?)

석남사 왼쪽으로 큰 주차장이 하나 더 있었고 구석엔 공비토벌비석이 서있다.
이 정부 들어와서 세운 것인지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산행 초입구 표시로는
꽤 장하다만…

석남재 걸어 올라가며 가파른 땀을 흘렸다.
30분 걷고 정확하게 쉬면서도 느린듯하지만 빠르게 선두를 잡는 회장님의 산행 스타일이 이때까지만 해도 너무 좋았다. 정확히 이정표대로 1시간 반 만에 올랐다.
공비토벌 비석 쪽 길을 잡지 않고 좀 더 가서 산길을 타고 오르면 바로 터널 위 네거리가 나와서 가지산과 능동산을 잇는 능선과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터널 반대쪽이 나오는 재위에 올라서게 된다.
백운산 슬랩가는 후배들이 이 글을 혹시 읽는다면 히치하이크로 품위 깨지 말고 넉넉히 나서서 이 길로 재를 넘고 호박소 있는 계곡을 따라 내려가 바위 있는 곳 까지 가기를…

능동산으로 쭉 이어진 능선 따라가다 정상 직전에서 왼쪽 배내골로 빠졌다.
제법 나무 계단을 길게 놓아둔 가파른 길을 따라 배내봉을 올랐다.
배내재에는 무슨 주차장이 그렇게도 크며 차는 또 그렇게 많은지.
가을 설악산 소공원 주차장을 미안하게 만들 만했다.
간월산꼭대기에는 한글로 만든 표석이 하나 더 보태어져 두 개의 정상석이 서있었다.
한글세대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군수가 바뀌어 자기 임기 때 하나 더 세워 놓고 싶었어 그랬을까. 영축산(취서산)에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정상석이 서 있었다. 지도상 정상 높이를 2m 더 올려 수정해 놓아야 할 만큼.

일본을 찬양하는 말이 절대 아니다. 제법 큰 산이라고 가본 곳이 별로 없어서 유럽이나 다른 좀 잘사는 나라의 산은 모르겠지만 일본 북알프스 산들 꼭대기에는 작은 나무 판때기에 검은색으로 쓴 산의 이름이 낡아빠져서 보일락 말락 서 있었다. 그런데 우리의 아름다운 영남알프스에는 대형 토목공사로 수 천만원 들였음 직한 표석이 서있다. 신불산에는 몇 년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5미터도 더 되어 보이는 돌탑도 서있다. 그냥 사람들이 다니면서 생기는 산길과 길 잃어 버리지 않을 정도의 이정표와 표석만 있는 것이 산에 더 어울리지 않을까...
몇 년이 지나 공무원들의 의식이 달라지면 다시 그 흉물스런 돌은 치우겠지만 미리부터 안 만드는 것이 좋을 것인데…

간월재. 예전이면 새나 날아오르고 부지런한 사람이나 올랐을 그 높고 맑은 곳에 잘 닦인 임도 를 이용하여 올라온 많은 차량이 붐비고 있었고 사람들은 동네서 겪는 주차난을 이곳서도 겪고 있었다. 나무로 연결해 공중에 띄워 만들어 놓은 넓은 길가와 디딤판 틈 사이사이로 쓰레기가 날리는 것과 하늘에 십 수개의 패러 글라이딩이 수 놓고 있는 것이 하늘과 땅에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그래도 산길은 아름다웠다.
간월재에서 완식, 수정형님과 랑데부를 해서 오늘의 막영터까지 향했다. 아직 푸릇한 억새가 팔과다리를 간질거리는 것이 이쁘고도 가냘픈 여인의 손길 같았고 왼쪽으로는 기암 절벽의 장관으로 눈 또한 사뭇 호강시키면서 가을의 저녁 산길을 걸어갔다.

막영터를 쉽지 않게 찾았다. 야영지 찾은 방법은 이렇다. 신불산에서 취서산으로 향하면서 편평해지는 길을 걸으면서 왼쪽으로 금강폭 쪽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사격장경고판 있음!)이 나오면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된다. 이런 곳에서는 호젓하게 자야하는데 먼저 온 팀이 있다. 그들도 우리처럼 생각했으리라. 자기들끼리 호젓하게 있는데 불청객이 왔다고. 그래서 다른 야영지에서는 느낄 수 없는 묘한 배타감이 마음에 들어앉았는 지도 모른다.

다들 잠을 못잤지만 그래도 좋은 곳에서 잤다는 마음은 다 가지고 있는 듯 좋은 아침을 먹고 산뜻한 출발을 했다. 취서산이 다가왔고 나는 처음 가보는 시살등 쪽으로 향했다. 돌아보는 풍광이 너무도 좋았다. 회장님이 어제 오르막 오를 때와는 달리 평지와 내리막 길은 거의 달려 가는 듯 해서 ‘형님 좀 걸어서 갑시다.’ 라고 하면서 따라 가면서도 뒤에 약간 쳐져서 가니 그 또한 괜찮았다. 옛날처럼 앞사람 뒤꿈치만 보고 걸어가지는 않을 여유도 가지게 될 나이가 되었고 뒤에서 빨리 가자고 재촉하는 사람도 없는 좋은 모임이기에.  

시살등 향하는 3거리에서 선두가 오른쪽으로 잘못 내려가는 바람에 맨 뒤에 내려가던 나는 뒤돌아 올라가는 길을 약간 줄일 수 있었다. 이 운명의 ‘빽’ 때문에 염수봉 직전까지만 가야했다. 다음 번엔 토곡산부터 올라서 염수봉으로 연결하겠다 하신다. 약골에 운동부족으로 내리막길은 좀 힘들지만 시살등부터 계속 내려온 길이라 가파른 길을 얼마 안 내려가니 내곡마을이 나오고 유황오리라는 특별한 뒤풀이까지 따라왔다.

젊은 기운도 20대 때 말이지 40대가 되니 제대로 준비를 하지 않고 1박 2일 빡쎈 일정을 소화하기가 힘들다. 지리산이라면 3일 걸을 거리를 이틀 만에 다 걸으니 느릿한 산행에 길들어진 나는 무릎도 허파도 마음도 부족한 것 같다. 50대 형님들은 언제 그렇게 많이 운동하고 산엘 다녔었는지 60리터 배낭을 지고도 재학생 때 보다 더 빨리 걸으신다. 왔다갔다하는 수 많은 4~50대 산행객들의 기를 다 꺾어 놓으면서…

광윤이는 지난 주 때 못간 원정 훈련 산행을 이번에 간 셈이라며 무거운 배낭을 기꺼이 매고 너무도 잘 가서 다른 회원들을 감동시켰다.
지구 온난화로 가을 산행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날이 곧 올 것 같고 이번 산행도 여름 같이 더웠지만 가을 냄새 진하게 맡게 해 주는 제법 가을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