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일곱째 날 ( 도반2600m - 히말라야 2920m - 힌쿠3170m (로지없음) - MBC 3700m)

죽 (porridge 쌀외 각종 곡식이 들어가있어 잘 넘어가고 든든함)을 먹고 도반을 출발. 히말라야 로지들을 지나 3000을 넘어서니 과연 풍광이 달라진다. 높은 나무가 없어지고 관목들과 풀들이 듬성듬성하다. MBC앞 두고는 왼쪽 사면에 눈도 쌓였다. 히말라야 로지 지나서는 MBC까지 3시간 넘게 로지가 없으니 물이나 간식을 챙겨야 한다.

MBC의 첫 로지인 COSY LODGE에 묵었는데 그집 주인이 기타를 잘쳤다. 이것을 알고나 왔는지 일본인 비올레 연주자가 함께 묵었는데 그날 밤 산중 콘서트가 열려서 춤도 추고 즐거웠다. 약간 오버해서 술을 많이 마신 것이 후회는 되지만 생음악 들으러 비싼 표를 사는 사람을 좀 이해할 만 했다. 일본인은 2명이었는데 그 가이드가 일본어가 하도 유창해서 신기할 지경이었다. 밤이 되니 그곳에 앉은 사람 반 이상이 이상한 풀을 말아서 담배처럼 피워댔다. 그러고 보니 타멜 거리에서 초등학생 만한 아이들이 은근한 눈빛으로 뭔가를 충족시켜줄 듯이 인사하곤 했는데 그런 것을 파는 아이인 모양이다. 가이드의 말로는 좀 피우는 것은 별 문제는 아니고 많은 양을 소유하여 거래하는 것은 처벌 받는단다. 어쨌거나 히피임을 자처하는 인간들이 다 모인다는 이곳이라… 그 후로 로지등에서 자세히 보니 담배 피우는 줄 알았던 서양사람(특히 여자들)이 반은 그것을 피우고 있었다.

낮에 도착하여 스몰팟으로 시켜 남는 밀크티 두잔(밀크티는 두명이상이라면 스몰팟small pot으로 시키는 것이 유리)을 러시아 걸들에게 주었더니 저녁에 그 담배 비슷한 것으로 보답이 온다. 단연이 거부하였다. (믿거나 말거나..)

내일부터 네팔의 큰 축제인 띠하르페스티발인데 힌두교 믿는 여자애들 이마나 남자애들 이마에 오빠가 누이가 티카를 찍어주는 의식을 하는 중요한 축제란다. 때 맞춘 국제 산상 축제에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흥겨웠다.


8.        여덟째 날 (MBC3700m - ABC4130m - MBC - 히말라야 - 도반 - 뱀부)

새벽 5시에 ABC로 출발하기로 했다. ABC에서 하루 더 묵을 예정이라면 구태여 이때 출발할 필요는 없으나 아침 일찍 산책 삼아 걸어 올라갔다가 내려와서 아침먹고 다시 올라가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그동안 안 좋았던 날씨과 볼 것 없었던 전망은 이 아침에 다 보상이 되었다. 전날 해질녘에 뒷 언덕에 올라가 보았던 경관도 좋긴하였다.

간단히 아침으로 죽을 먹고 올라갔는데 빠른 걸음을 걸었던 것 같다. 그리고 옆 급한 언덕에 올라가서 빙하와 모레인 지역을 보려고 무리하게 빠른 걸음을 재촉하였더니 ABC다 가서는 머리가 아파왔다. 특히 4000미터 부근에서는 숨을 헐떡거리지 않을 만큼 천천히 걸어 올라가야 몸의 산소 요구량을 줄일 수 있고 고소증을 덜 초래할 것이다. MBC와 ABC의 고도차가 400M 정도인데 짐이 없다고 해서 빠르게 1시간 여 만에 간다면 누구나 머리가 아플 것 같다. 꼭 일출을 ABC에서 보겠다면 4시 정도에 MBC를 출발해서 6시 넘어서 일출을 보도록 하고 그냥 5시에 출발해도 서서히 올라가면서 꼭대기부터 밝아오는 안나를 계속 보면서 올라가는 것도 괜찮겠다.  어제 술 때문에 자고 나도 개운하지 않긴 했지만 2시간 즘 지나서 그렇게 두통이 갑자기 오는 것이 신기했다. ABC에서 사진 몇장만 찍고 바로 MBC로 내려왔다.

어디로 ABC를 올라가든 히말라야로지 까지는 3000M 미만이다. 이곳까지 7일 이상 걸려 2000에서 2800을 오르락 내리락 한다면 고소적응이 어느정도는 될것이지만 마지막 MBC와 ABC에서의 일정을 잘 조절하고 컨디션을 조절해야 마지막 목적지에서 즐거운 기분으로 안나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점에서는 나는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전날 술도 마셨고 너무 논다고 잠도 모자랐고, 아침에 그나마 가벼운 몸을 잘 살리지 못하고 무리하게 언덕을 올라가고 빠른 걸음을 재촉하여 두통을 앓았으니…

아침을 간단히 먹고 10시즘 하여 하산을 하였다.
날씨가 아침에 잠시 좋다가 오후부터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그저께 묵었던 도반까지만 가려고 했으나 빈방이 없다. 아쉽기도 하고 힘도 없고 했는데 가이드가 먼저 내려가서 방을 잡아놓고 올라오겠다고 한다. 그럴 필요없으니 먼저가서 방이나 잡아라고 하면서 내려가는데 땀을 줄줄 흘리면서 뛰어올라온다. 배낭을 할 수 없이 내어준다.
뱀부의 그 달밧 맛있게 하는 집은 혼자 손님이라 하니 방을 안준다고 하여 가이드가 열을 받아 다른 로지를 잡았다고 한다. 산간에도 돈의 힘에 길들여져서 인심이 야박한 곳이 많다.

뱀부의 로지는 비가 많이 내린 탓에 바닥이 축축했다. 그 부근 마을에서 산 향을 피우니꿉꿉한 냄새는 좀 사그러진다. 핫샤워가 안되어서 찬물로 머리감고 수건으로 몸을 닦아낸다. 버너를 피워 머리도 말리고 옷도 말리고 스프를 끓여 옆방의 러시아 걸들과 가이드와 나눠 마셨다. 크림스프였는데 한국에서는 거들도 보지 않는 이것이 정말 맛있었다. 꼭 가져 가시길. 운행은 두세시에 끝나고 저녁을 바로 먹으면 밤에 배가 고프고 6시까지 기다리려니 허기지고 이때 스프나 핫초코를 먹으면 그만이다. 초코파이 한개랑…


초코파이 한 개면 누구라도 친구로 만들 수 있다.
초코파이가 2000m만 올라가도 탱탱하게 봉지가 부풀어 오르는 것을 보고 기압차이를 실감했다. 2000m만 올라가도 20%정도 공기가 줄어든단다. 덕분에 완충작용으로 초코파이가 찌그러질 염려가 없다.

오늘은 아침 5시 시작하여 10시간은 넘게 운행을 한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