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셋째날 (티케둥가1540m - 울레리 - 반단티 - 고레파니2860m)

푼힐 전망대가 있는 고라파니라는 곳까지 간다. 시작하자마자 울레리 까지 완전급경사.
올라도 올라도 끝이 없다. 말로는 3000계단이 넘는다고 하는데 대구의 학생이 2700까지세다가 포기하고 좀 더 갈 즘에 경사가 꺾인다.
반단티의 경치좋은 찻집에서 차를 마시고 쉽사리 고라파니에 도착한다.

고라파니에 check post가 있는데 트래킹 퍼밋을 보이고 사인 같은 것을 가이드가 하였다.
어제 나야풀 들어서서 비레탄티라는 곳에 ACAP 검문소 같은 곳에서 퍼밋을 확인하였는데 오늘 또라니…

어제도 그랬지만 산중의 로지가 무슨 호텔처럼 시트가 하얗고 화장실도 수세식이다. 우리의 지리산 산장 같은 곳으로 생각했는데 그에 비하면 진짜 호텔이다. 2900m 되는 이곳에 뜨거운 물 샤워도 된다. 식당 안에 드럼통으로 만든 난로도 있어 후끈후끈하다. 있는 샤워 외면하기도 그렇고 땀도 많이 흘려 샤워를 했다. 다음날 어느 한국팀을 만났는데 그들은 세수도 제대로 못했다고 한다. 같은 마을이라도 로지마다 시설이 다르니 이왕이면 좋은 곳으로 골라도 될 것이다. 저녁은 달밧으로 먹었고 이날 이후로 점심이나 저녁을 두번다 혹은 한번은 달밧으로 먹었다. 밥종류로는 뽁은밥(fried rice with egg를 권함)나 달밧정도 이므로 이것에 길들여지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다.



4.        넷째날 (고레파니2860m - 푼힐3200m - 고레파니 - 반단티(위의 반단티와 다른 동네) - 타다파니2630m)

아침 일찍 일어났다. 5시. 스프를 끓여 대구 부자와 가이드와 나눠먹으니 든든하다. 뜨거운물 한병 보온병에 담아 푼힐을 올라간다. 천천히 올라도 꽤나 힘들다. 올라가면서도 날씨가 시원찮았는데 올라가 있어도 그렇다. 저 구름 뒤로 안나나 다울라기리가 있다고 하는데 안보이니 답답하다. 구름 뒤로 있는 안나에 그냥 만족할 수 있다면 그는 도에 조금 이르런 사람일 것이다. 산은 그대로이고 구름이나 비가 오고 햇빛이 비쳐 보이고 안보이고 황금색으로 보이고 뻘겋게 보이고 희게 보이건만 보이는 것에 변하는 그때 그때에 너무 좌우되어 안절부절하고 희희비비하는 것이 우리네 한계라고 여기지만 어쩌랴. 그런 것을. 이정도 밖에 안 되는 것을. 푼힐 왔다는 것이나마 남기려고 줄서서 사진을 찍는다. 가끔 순간적으로 구름이 걷히며 안나프루나 사우스가 보이니 사람들이 환호를 지르며 그때를 놓칠새라 마구 카메라를 눌러댄다.

대구의 아저씨와 아들은 푼힐 전망이 목표였는데 카메라도 잊고 왔고 날씨도 엉망이라서 기분이 안좋다. 몇장 사진을 찍어 주었는데 메일 주소 적어둔 작은 노트를 잃어버려 못보내고 있고 먼저 연락오길 기다리고 있다. 그 사람들이 만약 정말 본 것이 없고 사진조차도 남는 것이 없는  뭐같은 트래킹이었다라는 생각을 한다면 안된 일이다. 날씨와 눈에 보이는 것을 극복할 수 있어야 히말라야에 들어갔다는 것 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고 정말 남는 것이 있을 것이지만 그정도 생각을 할 자신이 없다. 비 맞고 머리 아프고 배고프다면, 눈에 보이느니 안개 뿐이라면 과연 내가 무엇을 남겨올 수 있을까 하고 물어보면 자신이 없다.

푼힐을 내려와서 아침을 간단히 먹고 타다파니까지 향한다. 높이가 비슷한 곳이나 오르락 내리락 하며 제법 걷는다. 타다파니에서 FISHTAIL VIEW TOP LODGE에서 묵었는데 달밧이너무 맛있어 저녁과 아침에도 달밧을 먹었다. 달밧은 아침에는 잘해주지 않는데 저녁에 미리 주문해 주고 아침을 8시 정도에 늦게 먹는다면 먹을 수 있다.

달밧의 맛 차이는 달 수프의 맛과 떠꺼리를 감자와 많은 야채를 듬뿍 맛나게 주느냐에서 차이가 난다. 그리고 파포트라는 얇은 과자가 달려나오는데 이 집것은 아주 맛있었다. 달걀 2개를 추가해서 먹었는데 달걀 후라이가 우리들 것 보다도 맛있었다. 저녁에 부엌에 가서 락시를 두어잔 마셨는데 따뜻한 락시가 아주 괜찮았다. 낮에 내가 가져간 라면이랑 햇반이랑 내가 끓여 5명이 먹었는데 내 혼자 배탈이 났다. 원래 한국에서도 저녁에 라면 먹으면 배탈 잘 났는데 라면을 괜히 먹었다. 그 후로는 라면을 먹지 않았다.

라면으로 배탈난 배를 아랫집에서 뚱바(조를 숙성하여 뜨거운 물로 우려내 빨대로 빨아 마심, 두번 세번 우려내 마실 수 있음. 주당님들은 꼭 드셔보시길.)와 버팔로 고기로 달래니 속이 편해졌다. 버팔로고기는 말린 것을 요리하므로 질기긴 하나 잘 녹여먹으면 맛있게 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