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08년 10월 19일(일)
   대상산    : 금정산 무명릿지
   참가회원 : 류완식, 이기석, 민영도, 여만구


   6시 30분 핸드폰 알람소리에 눈을 떴지만 이부자리의 따스한 온기를 박차고 나오기 싫어 계속 미적미적거리다가 유혹을 뿌리치고 과감히 세상밖으로 나왔다. 대충 씻고는 배낭을 챙겨 집에서 5분거리도 안되는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시간이 일러 그런지 아니면 버스가 지나갔는지 10분을 기다려도 좀체 버스가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조바심에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분에게 혹시 버스가 지나갔는지 물어보니 다행이도 아직 지나가지 않았단다. 조금 있으니 버스가 왔다. 버스를 타고 가고 있는데 영도형에게서 지금 어디냐고 두 번이나 전화가 왔다. 혼자서 기다리고 있자니 많이 무료해서인가 보다 옛날에는 전화 같은 것 잘 안했는데 참 전에는 핸드폰이 없었지 8시 30분에 온천장 홈플러스앞에서 영도형을 만나 산성행 버스를 타고 동문으로 갔다. 동문에 도착하니 9시 전이었다. 기석선배님과 완식선배님이 오기로 되어 있는데 보이시질 않는 걸 보니 아직 오시지 않은 모양이었다. 산행하기에는 더 없이 참 좋은 날씨였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가을 하늘과 더없이 좋은 가을의 아침 공기가 찌든 마음을 쏵 쏵 씻어 주어서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조금 있으니 기석선배님이 나타나시고 곧이어 완식선배님도 도착하셨다.
완식선배님은 4주라던가 5주라던가 하였던 연속 산행으로 인해  형수님이 단단히 벼르고 있어 형수님의  벼르고 있는 마음을 풀어 줄 비책을 걷는 동안이야기 하셨는데 그 비책이란게 그냥 어디 야외에서 돗자리 펴 놓고 누워 있기만 하면 된다고. 나도 완식선배님 레벨 정도 되면 그냥 돗자리 깔아 놓고 누워 있기만 하면 될까.
세월이 흘러 그 때가 되어야 정확히 알겠지만.
근데 완식선배님도 형수님 눈치를 살펴야 하는 걸 보니 요즘 여성들의 woman power가 장난이 아니긴 아닌 모양이네. 언뜻 혼자서 은채와 동윤이 보고 있을 집사람 얼굴이 순간 스쳐 지나갔다.

무명암 릿지에 도착할 즈음 무명암 릿지를 하려는 타 산악회 사람들이 저만치 앞에서 많이 걸어가고 있었다. 까딱 줄 잘 못 서면 오늘내는 무명암 릿지에서 못 내려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기우였지만. 졸업후 근 14년만에 무명릿지에 와 보니 기분이 참 묘했다. 지금까지 이루어 놓은 것도 전혀 없으면서, 그러면 그렇게 바쁜 것도 없었을 건데 왜  14년만에 처음 왔지. 참 내가 생각해도 이상한 것 같았다.
이런저런 短 생각이 스쳐가고 기석선배님과 완식선배님, 영도형과 내가 한 조로 하여 무명릿지를 시작하였다.
초입 오른슬랩이 낯설어 영도형에게 이것 새로 만든 루트인가 물어보았는데 지금 글을 적다 생각해보니 학교 다닐때 했던 슬랩이란 기억이 새록 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을속에서 여름 한 낮의 기온이 묻어 나왔다. 아침은 가을, 낮으로 다가갈수록 여름이 가까와 지는 그런 날씨속에서 14년만의 무명릿지를 끝내고 시골집의 마당앞에 놓여 있는 평상같은 너른 바위에 앉아 모처럼 가을을 만끽하였다. 영도형이 가져온 캔맥주를 한잔씩 나누어 마시면서 산의 산속에 들어 앉아 있는 바위의 기운을 들이면서 저 멀리 펼쳐져 있는 도시의 콘크리트 건물과 바로 앞에는 북문으로 향해 가는 늘어선 산행객들이 시야에 확 들어왔다.  산은 모든 것을 소리없이 품고 또한 모든 것을 드러내 놓는 그 자연의 순수함을 오랜간만에 느낄 수 있어 좋았다.
하강시 장비(정확히는 자일) 사용하는 법을 잘 몰라(학교때는 잘 사용했는데)영도형의 잔소리 아닌 잔소리속에서 무사히 하강 후 PNUAC로 향했다.
완식선배님은 기석선배님의 친절한 하강교육 후 먼저 하강하여 밑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PNUAC로 가던 중 중간에 아이스케끼 파는 아주머니가 있어 완식선배님이 아이스케끼를 사  먹고 가자고 하였다. 땀 흘리고 난 후 먹는 아이스케끼가 어찌 그리 맛나고 시원하던지.
더위가 싹 가시고 속이 다 시원하였다.

PNUAC에 도착하여 완식선배님이 가져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대충 때운 뒤 기석선배님의 선등으로 학교 졸업 후 처음으로 PNUAC 직벽을 하게 되었다
물론 PNUAC도 학교 졸업 후 처음 왔는데 변한 것 없이 그대로 인 것 같았다.

무명암릿지나 PNUAC는 졸업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 인 것 같은데 어느새 나는 마음만 그대로이고 모습은 시간을 따라 많이 변했으니. 그래서 사람들이 변하지 않는 산을 좋아하고 또 찾게 되는 모양인가 보다.

그런데 죄송하지만 시간관계상  산행일지를 여기서 그만 적어야 할 것 같습니다.
ID와 비밀번호가 생각나지 않아 찾는다고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하여 그렇습니다. 영도형에게 오늘 꼭 산행일지를 작성해 올린다고 약속을 해 놓아서 올리기는 해야 될 것 같고 안 올리면 무슨 변고가 생길 것 같고 해서 미완성의 산행일지를 올립니다.

완식선배님의 그 열정과 기석선배님과 영도형의 친절하고 자상한 장비사용법 교육 그리고 무명릿지와 PNUAC 등반 정말 멋진 산행이었습니다.
운동을 하고 난 후에는 파열된 근육을 복구하기 위하여 단백질을 보충해야 된다는 기석선배님의 말에 따라 삼결살에 맥주로 금일 금정산 산행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완식선배님,기석선배님, 영도형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그런데 정호형 가입시 E-MAIL 주소 기억나지 않는 사람은 어떻게 ID와 비밀번호를 다시 부여 받을 수 있죠. 시간 나실 때 가르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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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늦게 일지를 적어 산행일지에 올려 놓으려고 하는데 왠 걸 이게 등록이 안되지 않습니까.  
그 허탈함이란?

오늘 점심시간때 운영자인 정호형에게 물어보니 이게 또 레벨에 따라 글을 올릴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다지 않습니까?  그것도 모르고  어제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글을 올릴려고 용을 써 댔으니 역시 무식하면 손발이 고생한다는게 꼭 맞는다는 걸 실감한 밤이었습니다.

정호형의 특권으로 레벌업을 부여 받아 10/19일 산행일지를 지금 막 다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