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둘째 날(11/2 KTM - 포카라 - 나야풀 - 힐레 - 티케둥가1540m)

포카라가는 국내선을 타기위해 공항으로 갔다. 택시서 내리는데 왠 네팔리 둘이가 달라들어 배낭을 둘러매고 간다. 한사코 말리려다 얼마나 하겠나 싶어 두었는데 200루피 달랜다. 그냥 100루피만 주고 갈라해라고 말하고 들어갔다. 들어가서도 한놈이 끈질기게 달라붙어 내짐들 들고 저울에 올리기도 하고 짐 차지를 내고 영수증 받는 것도 도와주고 하였는데 결국 100루피 주었다. 200루피 달라고 했는데 10분도 안되게 도와주고 200루피라니. 100루피도 많다. 누가 도와달라고 했냐면서 팁을 안주면 탑승권을 가져야 들어가는 대기실까지 쫓아온다. 적당히 반으로 깍아서 주는 편이 낫다.

소문대로 비행기는 30분이나 늦게 떴다. 그나마 다행이다. 1주일 뒤에 들어온 사람 말을 들으니 하루종일 비행기 못타고 다음날 탔다고 한다. 하루종일 공항에서 기다린다니…

얼마 안 있어 창 밖으로 어제 보다 더 웅장하게 히말라야가 지척에서 보인다. 구름위로 솟아오른 듯이 보이는 봉우리들이 마치 신기루 같다. 산의 뿌리는 보이지 않고 마치 구름위로 떠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을 몇장 찍는데 반대 편에 앉은 프랑스 할머니가 팔을 뻗어 사진을 찍으려하는 것을 내가 받아서 찍어주었다. 내것(삼성 20만원짜리) 으로는 눈에 보이는 데로 찍이지 않는데 이 할매의 것은 보기에도 꺼먼 색에 크고 좋아 보였는데 역시나… 그대로 찍은 것은 눈에 보이는 그대로 담겼고, 당겨 찍은 것은 더욱 잘나왔다. 나중에 계속 아쉬워 했지만 카메라는 랜즈 큰 것으로 하나 가져와야 보이는 것을 제대로 담을 수 있겠다.

공항에 수배해 놓은 가이드를 소개해 줄 사람이 나와있었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데 내려올 때 하루 묵을 수 밖에 없었다.  짐 몇몇을 놔두고 왔고 가이드의 입장도 있고 해서리…

택시를 타고 나야풀로 갔다. 1시간 거리이고 길이 상당히 안좋다. 대구에서 왔다는 50대 초반 아저씨와 중2 아들과 몇일 함께 일정을 같이 하기로 했다. 덕분에 택시비도 아꼈다. 성수기에 1200루피는 줘야 한다는데 혼자라고 500루피 내었다. 그러나 작은 차에 가이드 2명 트래커 3명 타고 가자니 골반이 부셔질 지경이다. 도저히 못참아 좀 쉬었다 가자고 말할 즘에 도착했다. 할 일 없는 청년들이 정류장에 잔뜩 모여 혹시 가이드나 포타 자리라도 얻어보려고 웅성거리고 있다. 실제로 유럽의 많은 트래커들은 둘이서 간단히 짐을 지고 가든지 혹은 짐이 많으면 현장에서 포타 한명을 고용하기도 한다. 그들은 지도도 잘 볼 줄 모르면서도 친구랑 둘이서만 여행하는데 지도 볼 줄 아는 우리는 가이드가 없어도 상관 없고 포타가 영어를 전혀 모른다 해도 마을 이름만 정확히 알려주면 다 알아서 간다. 갈림길에 푯말등이 잘되어 있지 않으므로 가이드도 포터도 없이 간다면 길 갈라지는 마을에서 다른 가이드나 동네 사람에게 길을 두번 이상 꼭 물어 정확히 확인하고 가면 별 문제 없을 것이다.

사진으로 몇번 본 것 과는 전혀 딴판으로 길은 온통 당나귀나 소똥, 개똥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닭이고 개고 소고 전혀 매여있지 않고 자유롭다. 어떤 개는 3일 내내 우리를 따라 왔다. 한국말 잘하는 다른 팀 가이드의 말로는 한국인이 육포를 가지고 오기 때문에 한국팀을 잘 알아보고 육포조각을 주면 4100m ABC까지 몇 날 며칠을 따라온다고 한다.

카트만두의 시내 거리나 포카라 찻길은 우리 기준으로는 더 아수라장이지만 이것이 이사람들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눈살 찌푸릴 일도 없다. 사실 이 동네가 오사카나 런던과 비슷하다면 서울시내랑 다를 바도 없고 볼 것은 더욱 없을 터. 오히려 이런것이 볼만한 것일 수도 있다. 불쑥 튀어나와 차를 가로막았던 소가 큰길 가에서 풀을 뜯다가 저녁에는 집으로 돌아가고, 모두에게 친절한 우리네 절간에서나 가끔 볼 수 있는 짖지 않는 개들하며, 무시무시한 뿔을 가진 순하디 순한 물소(버팔로라 부르며 먹을 수 있는 소) 그리고 산간 사람들. 이들을 보면서 이곳의 이들 동물과 사람들은 자신들이 살고있는 자연과 공존하는 법을 알고 있으며, 서로간에도 자유를 존중해 주며 공존하는 법을 알고 있는 듯이 보였다. 한 개가 다른 동네로 들어서도 서로 짖고 으르렁 거릴 줄을 모르는 것이 개를 좀 키워본 나로서는 너무 신기해 보였다. 개도 소도 사람도 히말라야 큰산을 닮는가…

안나프루나 지도를 보면 도움이 되겠지만 대충 트래킹 코스는 3가지로 많이 한다.
1.        나야풀에서 시작하여 푼힐을 둘러보고 간드룩으로 해서 다시 나야풀로 내려오는 5일 일정.
2.        위와 같이 시작하여 촘롱을 거쳐 MBC(마차푸차레 BC)와 ABC를 둘러보고 다시 나야풀이나 담푸스로 내려오는 코스
3.        안나프루나 라운딩 코스(실제로는 Annapurna Circuit이라 부름 )라 하여 베시사하르에서 시작하여 안나푸르나 히말 능선 뒤쪽을 돌아서 푼힐을 거쳐 나야풀로 돌아오는 18일 코스 (푼힐까지 14일 만에 끝내고 ABC까지 가는 커플을 둘이나 보았다).
등이 있다.
        
2주 일정이라면 2번이 될 수 밖에 없는데, 6일 일정으로도 푼힐을 거치지 않고 바로 ABC로 간다면 가능 할 수도 있지만 비행편에 문제가 생긴다면 8일 째 돌아오는 한국에 돌아오는 비행기 타기가 아슬아슬 할 수도 있다.

어쨌든 티케둥가(1박) 푼힐(고라파니 2)에서 전망을 하고 타다파니(3) – 촘롱(4) – 도반(5) – MBC(6) – ABC(7) – 도반(8) – 지누단다(9)  – 란드룩(10) – 담푸스(11) 이렇게 12일간의계획을 잡았다가 ABC에서 자지 않고, 란드룩을 거쳐 담푸스로 내려갈 것을 지누단다에서 바루 나야풀로 내려옴으로서 이틀을 당겨 9일만에 트래킹 일정을 끝내게 되었다.


가이드와 대충의 일정을 의논하고 첫날은 티케둥가까지 갔다. 12시 다되어 나야풀에 도착했으므로 5시가 넘어서 티케둥가 로지(Laxmi guest house)에 도착했다. 첫날이라 어느 사이트에서 읽은 백숙이 생각나서 닭백숙을 해먹기로하고 큰 닭을 잡았다. 3키로 이상 나간다며1000루피 달란다. 내가 직접 주방에 들어가서 요리 지도를 하였는데, 보통 트래커는 주방에 출입이 안되는데 대구 아저씨의 가이드가 잘아는 집이라서 주방에 들어가 락시도 마시도 요리도 지도하고 네팔말도 배우고 하면서 흥겨운 저녁을 보냈다. 마늘의 영어가 갈릭(garlic) 인데 진저(ginger)를 듬뿍 넣으라고 잘못 말하는 바람에 생강이 듬쁙 들어갔고 왠 마늘을 갈아서 넣는가 싶었다가 조금 지나서야 알아차리고 반이나마 생강을 들어내고 마늘을 넣었다. 우리집에서 키운 닭보다 더 맛있었다. 들어내고 난 국물에 쌀과 감자를 넣어 죽까지 맛있게 먹었다.

네팔인들의 영어 발음 중 S로 시작하는 단어는 꼭 이- 발음을 덧붙이는데 이것이 처음엔 듣기에 힘들다. 이스튜던트(student), 이스쿨(school), 이스틸(still) 이런 식이다. 이것을 감히 고쳐주려고 마음 먹었다가 s로 시작하는 단어 늘어놓기 게임이 시작되어 네팔인, 호주인, 이스라엘인 다 끼어들어 저녁 시간이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