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향로산에서

 

 구름도 바람도 알고

 억새도 벚나무도 알고

 계곡물도 아는 것을 몰랐구나

 5월의 햇살 아래

 풀향이 이토록 천진한 줄을 모르고 살았구나

 

 골짝 천지에는

 이 꽃 저 꽃이 피어나고

 초록은 시시각각으로 짙어져 가고 있는데

 문득 돌아 보니

 뉘 아무도 호들갑을 떨지 않는구나.

 

 수북한 낙엽들은

 아래로 아래로 갈 수록

 더 열심으로 제 몸을 삭히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이리 저리

 바람을 따라 굴러 다니고 있는데

 선내 양조장 뒤 편 골목길에는

 토담 아래 금낭화 몇 포기

 무심히 꽃을 피우고 있는데

 개구리 올챙이도  알고

 두릅 나물 응개 나물도 아는 것을

 나만 모르고 살았구나

 그리 살고 있었구나.

 

 

      ps - 작은 목소리로 낮으막하게 말해야 할 것을 시끄럽게 떠들어 대어서 죄송합니다.

             훌쩍 오십이 넘었는데 언제나 철이 들런지..

             제딴에는 한다고 하는 것이 매양 이 모양입니다.

             모자라서 그런 것이오니 용서해 주십시요..

 

 

      ##  산행 함께 하신 분 -  김치근, 신양수, 이창규, 신종철, 양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