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산과 철쭉 그리고......


술도 많이 먹으면 항상 말이 많아지고 실수를 합니다.
앞으로 산행 후 회식은 아무래도 1차로 한정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리 큰 이유가 있어 술을 많이 먹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대운산 철쭉꽃이 졌다고 그런 것은 아니었구요.
“예” 하고 대답해 놓고는 산행에 오지 않은 선후배님들이 10명도
넘었대서 그런 것은 더욱 아닙니다.
7월이나 9월쯤 다시 연락할 것이고, 가슴 뛰는 재회를 두어달
미루었다고 여기고 있으니까요.
오던 비도 멈춘 덕에 간만에 강정웅 형님이랑, 김광섭이랑 특히나
우리 산악회의 손예진(이충희)씨 까지 와서 출발부터 즐거운 산행이었습니다. (9:00)
대운산 주능선의 철쭉은 흐드러지게도 피었더랬습니다.
어제의 비바람에 무참히도 꺽인 꽃잎들이 능선을 붉게 물들여 놓았지만,
꽃송이도 크고, 색깔도 너무 싱싱하게 고와서 날씨만 좋았다면,
정말 장관이었을 것 같았는데, 좀 아쉽기는 했습니다.
정상에서 (12:00) 가볍게 탁주와 매실주를 1잔씩 했고,
정상 너머 핼기장에서 점심을 먹은 후, 2봉으로 출발할 때 까지도 괜찮았습니다. (12:40)
희태 형님이 갸져온 고량주도, 정웅 형님의 꼬냑도, 회장님의 탁주도
남겼으며, 정호가 가져온 매실주는 총무가 준비해온 소주랑 섞어,
다시 수통가득 채워 놓기까지 했었습니다.
정말 입니다.예쁜 철쭉이 있을 때마다 사진도 찍었으니까요.
토담골로 하산 방향을 바꾼 후,계곡물과 처음 만나던 휴식터에서, 매실주 담긴
수통을 다 비울 때 까지도 모두들 짱짱했습니다.
그런데 계곡을 거의 다 내려온 지점, -평상을 펴 놓은 휴식터와 화장실이 있는
그 주위 넓은 공간- 에서 대운산 철쭉제 행사의 일환으로 등산객들에게
손두부에 탁주를 대접(?)하고 있었습니다.
마지못해 딱 두어 잔 씩만 마시고 일어났습니다. 진짭니다.
기분 좋을 만 하게 취기는 있었지만, 아무도 술취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따라서 계획된 대변에서의 짚불 꼼장어를 취소할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3:20)
안주 기다리느라 두어 잔, 안주 들어 와서 두어 잔,
그리고 산행에 빠진 경직이 형이 와서 짚불 2인분 추가하고,
또 정호가 멸치 회 2접시 추가하고, 그러고 보니 예서 모두가 거나하게 된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술 취한 척 하는 것도 같았고, 나도 일어서서 무슨 말을 한참 했는데
무얼 말했는지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장산역 근처의 노래방은 그냥 따라갔습니다.-거리는 어둠이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충한형님과 형수님이 오신 것은 기억이 납니다.
회장님이 채통도 지키지 않고 춤을 추어 댄 것도 어렴풋이 기억이 나고,
희태형이 무엇 때문인지 사정없이 나를 간질이던 것도 생각 납니다.
그것 뿐입니다.
회장님이 귀가 길 지하철 안에서 정신없이 고개를 떨구고 자다가
어느 역에선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내려버리는 바람에 이영주씨가
깜짝 놀라 다시 태웠다는 장면은 토옹 기억에 없습니다.
왜 내렸냐니까, 뭐 “늦어서 버스타고 집에 가야된다”고 했다나 어쨌다나?
여기 까집니다. 산행기라고 하기는 좀 뭣하지만 좌우간 이게 전부 답니다.
정말이지 섭섭했다거나 그래서 술을 많이 먹은 것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즐겁게 주고 받다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어쨌거나 앞으로 회식은 한자리에서 끝내도록 모두 힘을 모아 봅시다.
이제 부턴 제 개인 이야기입니다.
어디, 어느 곳, 누구에게도 이야기 할 데가 없어 ,그냥 넋두리로 하는 것이니
괘념치 마시고, 그냥 그러려니 하고 읽어 보시기만 하면 되겠습니다.
요새 전 노래를 잘 부르지 않습니다.
노래를 부르면 괜히 슬퍼져서 입니다.
사진도 찍기 싫습니다. 볼 때 서글퍼져서 입니다.
술도 적당히 까진 괜찮은데 좀 과하다 싶으면 말이 많아지고 꼭 실수를 합니다.
매번 다음날에 후회를 합니다.
살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슬픔이 땅거미 밀려오듯 할 때가 있지 않습니까?
저의 요즈음이 그런 때인 것 같습니다.
매주 산에 가는 낙으로, 가끔 회 한 접시 하는 낙으로 그렇게 내키는 대로 삽니다.
딱히 이유를 구하지도 않고, 딴은 누가 이유를 묻지도 않습니다.

             바닷가에서

어둠은 모든 걸 집어 삼켜도
파도 소리는 어쩌지 못한다.
자갈이 토하는 한숨 소리는 어쩌지 못한다.

그러니
눈물을 덮을 순 있어도
흐느낌은 어쩌지 못한다.

날이 가면 갈수록
살아보면 볼수록
이유를 알지 못한다.

두꺼운 어둠처럼
시간도 날
어디론가 떠밀지만
오늘 이 바닷가를 어쩌진 못한다.


어둠 속이라서
속절없이 바다로 흘러가는 강물이라서
더 서러운
바닷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