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태풍 산바가 남해로 온다는 예보에 산엘 가야될지 망설여진다.

토요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리저리 전화를 돌려봐도 대답은 애매하다.

결론은 산행대장이 결정하란다. 재학생 9명 온다는 연락 어! 차가 안되는데...

 

일요일 아침 비가 온다. 어중간하게 온다. 마눌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혼자가면 절대 안 싸주는 도시락을 싸준다.

10분 빨리 구서전철역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다. 소주 2병 초코파이 12개

를 배낭에 넣고 어디로 갈까?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다가 얼마 전 만교하고

원효산에서 철마저수지 까지 산행이 번뜩 떠오른다.

재학생 7명 오비 4명 두 명이 줄었다. 결국 계획대로 문복산으로 GO.

 

계곡 초입 수량이 장난이 아니다. 여기는 전날 비가 많이 왔나보다.

내가 보기엔 별 어렵지 않은 계곡건너기 그러나 대원들은 불안한가 보다.

정호가 포기하고 내려가자고 손짓을 한다.

사실 오르는 것 보다 하산 때가 더 문제다. 산행도중 폭우가 내린다면

꼼짝없이 갇힌다. 재학생 들이 가져온 자일이 없었다면 포기 했을지도

모른다.

 

900m 줄 알고 올랐는데 1000m 급이다. 문복산도 고헌산과 같이

가지산의 위용에 가려 대접을 못 받고 있지만 산세가 대단하다.

학창시절부터 늘 정상에서 하던 답하식? “먼저 가신 산 선배에 대한 묵념”

이게 좀 이상하다. 내보다 먼저 간 후배도 있다.

그래서 선배를 악우로 바꿨다. 나도 이제 작은 나이가 아니다.

 

지도에 표시된 하산길이 애매하다. 그리고 정상에 있어야 될 안내

표지판은 100m 옆 조금 낮은 봉우리 돌무덤에 있다.

바람도 점점 거세지고 시계는 제로다.

계곡은 피해야기에 대원들의 의견을 들어가며 하산 길을 잡는다.

능선길이 하산방향과 점점 멀어진다. 계속된 비바람에 한기가 느껴진다.

많은 비가 아니라서 계곡물이 크게 불어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계곡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다행히 주 계곡을 건너는 위험은 피할 수 있었다.

 

올라갈 때는 계살피 계곡, 내려올 때는 수리덤 계곡이다. 수리덤 계곡이

더 크다. 계획된 코스를 이탈하면서 횡재를 했다.

넓은 계곡 새로 지은 펜션들 그리고 캠핑장까지 하계가족등반하기에 딱이다.

 

재학생과 같이한 산행, 한참을 지난 세월, 그러나 변함없는 산이 있기에

그들과의 간격이 느껴지지 않았다. 비바람 부는 날 든든하게

이끌어 주신 완식 형, 늘 개기지만 밉지 않는 정호와 규태 그리고 우리들의

뒤를 이어갈 재학생 모두 즐거운 산행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