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대(21명):길광호, 정민규, 이석호+아내, 조광제, 김정곤, 백진국, 박정선, 이재규, 오종일

                        이경영, 김시라, 김미희, 최상우, 조형석, 유창윤, 김석준, 유정원, 정석호, 이유정, 정연주 

부산대(18명:이희태, 강정웅, 조해례, 류완식, 이창규, 신종철, 김규태, 강양훈, 안호덕, 김지성, 이승룡, 최호승

                      조은빈, 정용, 김봉재, 박준영, 이경직, 이정은

 

이름도 친근한 태풍 메아리가 상륙하는 아침, 다행히 중심권이 서해안으로 비껴가고 비만 내린다. 쏟아지는 폭우 속에 굳게 닫친 김밥 집, 두 군대나 둘러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이런 날 문 여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이 아닐까? 편의점에서 빵 한 개를 배낭에 넣고, 굳이 안 가져가겠다는 우산을 챙겨주는 마누라 덕에 비 맞은 생쥐 꼴은 면하고 약속장소로 도착했다. 역시 마누라와 네비 말은 무조건 잘 들어야 한다.

 

동부산대학 역 1번 출구 10분 일찍 도착, 규태와 동대 정곤이가 와있다. 믿음직한 후배들이다. 10시를 조금 넘기고 하나 둘 모여든 대원들 인원점검이 힘들 만큼 많이 왔다. 태풍 부는 아침 남편이나 자식들을 보내는 아내와 부모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아마 다들 잔소리 한바가지나 듣고 왔을 텐데, 용기를 내어 온 대원들을 보면서 산행 대장으로서 어깨가 무거워진다. 그래! 오늘 하늘이 두 똥가리 나더라도 정상에 오른다!

 

동부산대를 지나 반송여중 근처, 인터넷에서 본 사진을 떠올리며 들머리를 찾아보았다.

똑 같은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요즘 참 편리한 세상이다.

그런데 한참을 지나도 같이 출발한 재학생들이 안 나타난다. 비는 계속 내리고 처음에는 열이 살 나더니 이제 걱정이 살짝 된다. 도대체 어디로 간거야?

한참을 지나 나타났는데, 동부산대학 안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동부산대를 지나서 간다는 말을 그렇게 들을 수 있구나...

 

무지산(운보산) 해발 454m, 부산근교 산이지만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한지 오솔길 같은 길이 잘 보존 되어있다. 출발 40분 만에 정상에 도착, 거의 넷드에서 시작해서 인지 정상을 쉽게 내주지는 않았다. 오색에서 대청 오를 때 마지막 정상 근처, 애간장을 태우는 그 길과 무척 닮았다면 과장일까? 잠시 걷히는 안개사이로 정상에서 바라보는 반송과 철마, 부산근교지만 깊은 산속에 든 느낌이 든다.

 

계속되는 비바람 때문인지 고참 선배님들이 많이 처진다. 능선에서 계속 기다릴 수 없고 인원이 많아 먼저 출발한다. 개좌산 정상은 별 볼품없어 지나친다. 그런데 길이 두 갈래다. 물에 젖어 찢어진 지도를 맞춰가며 오른쪽 길을 택했다.

그러나 한참을 내려가도 내리막길이다. 빽 할까 말까 망설이기를 몇 번 이제 올라가기에는 너무 많이 내려왔다. 보통 때면 바로 하산해도 수습이 되지만 오늘 같이 폭우가 솓아지는 날에는 난감하기 짝이 없다.

 

다행이 우리가 도착한 곳은 개좌고개였다. 반송에서 철마 넘어가는 옛날 고갯길이다.

찢어진 지도에서 보일랑 말랑 하는 “고개” 글자만 제대로 읽었어도...

그나저나 나머지 길도, 이런 상태의 지도를 보고 가야되는데 갈수록 태산이다.

 

드디어 갈림길 직진하면 철마로 넘어가는 길, 좌측은 우리가 가야할 행선지다.

다와 간다는 생각에 속도를 내는데 능선만 계속 이어지고 좀처럼 내리막길이 안 나타난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1시 30분 대원들도 침묵으로 일관한다.

 

능선에서 희미하게 밑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이리로 가볼까? 지도를 꺼냈지만 무용지물, 낮은 산일수록 만만하게 보다간 큰 코 다친다는 말이 새겨들어야 할 때다.

그냥 계속 능선으로 직진, 가끔 보이는 저 밑의 모습은 어디가 강이고 길이지 분간이 안될정도로 실개천이 급류가 되어 넘실된다. 잘못 내려가면 완전히 갇히는 신세가 된다. 옆으로 안 빠진 것이 천만다행이다.

 

2시00분 드디어 철마삼거리에서 선동으로 가는 도로를 만났다. 여기서 선동까지 3km

중간에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만일 다리위로 강물이 넘치면 8km를 돌아가야 한다.

다행하게 급류가 넘치기 직전이다. 얼른 건너서 2시30분 목적지인 농원집에 도착했다

 

매년 산행을 마치고 동대부대의 축구 시합이 있지만 오늘은 생략하기로 했고, 운동장도 사용을 못한다고 한다. 동대부대의 뒤풀이, 모두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이런 좋은 전통을 있게한 선배님들에게 감사드리고, 이날 아무런 불평 없이 따라주었고, 사고 없이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아무나 따라할 수 없는 우리 산악회만의 저력이 아닐까.

동대 부대 선후배님들 모두 고생많았습니다!